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작년 12월 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코로나19 홈케어시스템 운영단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작년 12월 9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코로나19 홈케어시스템 운영단을 함께 둘러보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대선판을 향한 여당의 시계가 빨리 돌아가는 분위기이다. 공식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출마가 확실시되는 정세균 전 총리가 연일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날을 세우면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백신을 둘러싼 양보없는 설전이 연일 거듭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지사의 아킬레스건인 가족문제를 둘러싼 폭로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세균 전 총리측은 낮은 지지율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여권내 1위 대선주자인 이 지사를 공격하는 데 전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전총리가 한동안 독주해온 이 지사의 발목을 잡고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만들어낼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세균측, “이재명 욕설 파일 공개 검토한 적 없다”...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났다고?

지난 28일 정 전 총리 측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형수 욕설 사건 음성 파일을 공개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모두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세간의 의혹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분위기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는 것이다.

앞서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26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 “정세균 후보 측에서는 이번에 제대로 한 번 이재명하고 각을 세우자, 그래서 옛날에 형수한테 욕했던 거 육성으로 다 틀어버려서 흠집 내겠다, 이런 식의 생각도 하고 있다고 건너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총리 측은 28일 입장문을 통해 “장 소장과 어떤 방식으로도 소통한 적 없다”며 “이 지사의 욕설과 관련해 흠집을 내거나 공격할 어떤 계획이나 준비가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진행자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과 제작진의 공식 사과 및 정정보도, 허위사실을 유포한 장 소장의 진심 어린 사과·반성, 프로그램 하차를 요구했다.

정 전 총리와 이 지사를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 와중에 ‘~카더라’라는 내용을 방송에서 발설한 장성철 소장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정 전 총리 측에서 일축하고 나섰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향후 대선가도에서 이 지사를 둘러싼 가족 문제는 언제고 또 불거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재명의 ‘백신 추가 구매론’ 꼬집는 정세균의 화법...이재명은 ‘불성실’하다고?

현재 두 사람 사이에서는 연일 백신을 고리로 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국무총리에서 사임한 정 전 총리가 먼저 이 지사에게 각을 세웠다. 정 전 총리는 26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기도 독자 백신 도입을 언급한 이 지사를 비판하며 “그분이 원래 중대본에 참석해야 한다. 중대본에 참석하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백신 상황이 어떤지, 접종 계획은 뭔지 다 알게 된다. 그 내용을 잘 알게 되면 그런 말씀을 하기 어려울 텐데 그분이 중대본 회의에 잘 안 나오셨던 것 같다”고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지사가 ‘불성실’로 인해 중앙정부가 충분하게 백신을 구매하고 있음을 잘 모르고 있다는 비판을 가한 것이다. 미스터 스마일로 불리는 평소 정 전 총리의 태도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작심하고 이 지사를 비판하려는 태도에서 정 전 총리가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부가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하반기 백신 접종 일정에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범정부 TF 관계자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관한 대책은 늑장보다 과잉이 나은 것처럼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4일 발표한 화이자 백신 추가 도입계획을 환영하지만, 앞서 그가 요청한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을 위한 검증 역시 여전히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지사는 연이어 "백신 물량이 남으면 제3국 수출이나 인도적 지원에 사용할 수 있다"며 "경기도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면서 백신 추가 확보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최대한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산 백신 도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중국 방역담당자도 효능에 의구심을 나타냈다는 보도도 있는 만큼, 중국 백신은 현재 상태에서 전혀 도입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지사는 정 전 총리가 자신을 향해 중대본 불출석을 문제삼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다음날 정 전 총리의 발언이었다. 먼저 이 지사의 26일 페이스북 내용을 문제삼았다. 정 전 총리는 27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부족한 것보다 남는 것이 낫다'는 이재명 지사의 백신 추가 도입론에 대해 "정부가 지금 이미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하며 이 지사를 비판했다.

정 전 총리는 애초 국민 숫자보다 적은 4000만 명분 정도 계약할 생각이었는데 점차 늘어 7900만명분까지 갔다가, 또 9900만명분으로 늘었다면서 정부는 "이미 그렇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화이자 백신 2천만명분 추가 확보 소식에도 이 지사가 여전히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추가도입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전 총리는 이 지사가 정부의 백신 확보 상황을 잘 모르고 주장한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그럴 수 있다"며 "올해 (백신이) 남으면 내년으로 돌리는 계획까지 정부는 다 세워놨다"고 설명했다.

정세균의 시간보다 이재명의 시간이 소중하다고?...”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 있어“

정 전 총리의 중대본 불출석에 대한 비판에 대해 이 지사는 28일에서야 반박하는 발언을 했다.

이 지사는 2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 후, “(코로나) 중대본 회의에 잘 안 나오고 결석을 여러 번 했다”고 한 정 전 총리의 비판에 대해 “경기도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고 맞받았다. 경기도 인구에 빗대 ‘경기지사의 1시간은 1380만 시간의 가치’라고 한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그러면서 “단체장들 입장에서는 말할 기회도 없는 회의를 매일 (참여하면) 행정에 장애가 생긴다. 보다 효율적으로 시간을 쓴 것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단체장의 행정이라는 것이 정말 한정된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일들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정말 잘 써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 지사는 자신을 공격하는 정 전 총리의 계속되는 발언에 대해서도 ‘앞서가는 자의 여유와 자신감’을 드러냈다. “권투 경기는 상대를 때려야 하는 것이고, 경쟁에서 자신이 더 낫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상대를 때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본인이 더 역량 있다고 얘기하려고 했던 것 중 일부이지, 저를 공격하려고 했겠느냐”며 정 전 총리의 공격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지사는 “1380만 도민 삶을 개선하기 위해, 도민이 맡긴 일을 하기 위해 효율적이고 급한 데 그 시간을 썼다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번 자신의 ‘중대본 불출석에 대한 이유’를 설명했다.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이 지사를 연일 때리는 정 전 총리의 시도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백신을 둘러싼 두 사람의 신경전에 대해 야권에서는 “백신을 둘러싼 두 사람의 소모적인 논쟁은 별 의미가 없다. 내년 대선까지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다면, 굳이 선거를 할 필요도 없다는 점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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