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후 갑자기 병세 악화
천주교 서울대교구, "선종 직전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고 말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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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수환(세례명 스테파노) 추기경에 이어 한국 천주교가 낳은 두 번째 추기경, 정진석(세례명 니콜라오) 추치경이 선종(善終)했다.

1931년 12월 7일 경기도 경성부(京城府) 수표정(水標町·現 서울특별시 중구 수표동)에서 태어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은 한국전쟁 와중인 지난 1951년 서울대학교에 입학했으나 중퇴하고, 1955년 성신대학교(現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입학, 1962년 탁덕품(鐸德品)을 수품하고 신부(神父)가 됐다.

이후 1970년 10월3일 만 39세의 나이에 주교품(主敎品)을 수품하고 천주교 청주교구장으로 부임했으며, 1998년부터 서울대교구장으로서 사목 활동을 하던 가운데 2006년 3월24일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서임으로 추기경이 됐다. 정 추기경은 고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한국 천주교가 낳은 두 번째 추기경이다.

이탈리아 로마에 소재한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에서 교회법을 전공한 정 추기경은 생전 집필과 번역 활동을 열심히 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7일 정 추기경이 선종(善終)했다고 밝혔다. 정 추기경은 지난 2월21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으나 병세가 악화돼 이날 오전 10시 15분경 눈을 감았다. ‘선종’이란 임종 전 천주교 성직자에게 고해를 하고 이마와 양 손에 도유(塗油·축성된 기름을 바르는 것)를 받은 뒤, 영성체(領聖體)를 하는 천주교 예식 병자성사 후 사망하는 것을 말한다.

천주교 교리에 따르면 병자성사 후에는 죄가 없는 상태이므로 ‘지복직관(至福直觀)의 은총’(‘천지의 창조주인 하느님을 직접 본다’는 의미로써, 천국에 들어가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때 부활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을 말함)을 누릴 수 있다.

서울대교구 대변인 허영엽(세례명 마티아) 신부는 “정진석 추기경은 의식이 있을 때 ‘힘들고 어려울 때 더욱더 하느님께 다가가야 한다.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추기경의 빈소(殯所)는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성당에 마련됐다. 정 추기경의 장례 미사는 다음달 1일 오전 10시 명동성당에서 봉헌될 예정이다.

한편, 정 추기경은 평소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정 추기경은 지난 2006년 추기경 서임 후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겹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는 사람이고 싶다. 우리 국민들에게 밤하늘의 작은 별빛이 되고 싶다”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정 추기경 사후 정 추기경이 입원해 있던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정 추기경의 안구 각막 적출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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