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선에서 국민의 준엄한 심판으로 잔뜩 기가 죽었던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에 호재가 생겼다. 바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일으킨 계엄령 평지풍파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선고 직전 박근혜 정부가 계엄령을 검토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했다. 김 전 대표는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에 있는 모두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것으로 봤고, 그러면 광화문 광장 등이 폭발할 것으로 봐서 기무사령관한테까지 계엄령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년전 민주당과 좌파 시민단체등이 기무사령부가 작성했다는 ‘계엄령문건’을 공개함으로써 이루어진 수사에서 드러난 사실은 하나도 없다.

2018년 7월 26일, 군과 검찰은 합동수사단을 구성, 수사를 벌였지만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해 해외 출국을 이유로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해서는 조현천을 조사해야만 범행 관여 여부 등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로 참고인중지 처분을 했다.

이같은 수사결과에 대해 좌파 시민단체들은 2019년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으로서 이 사건 수사를 부실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며 윤 총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벌이기도 했다.

두 달만에 청원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서자 청와대가 답변을 했는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개입된 부실수사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특히 “향후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신병이 확보될 경우 현재 제기되고 있는 모든 의혹들의 실체를 정확히 밝혀낼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가 재개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계엄령검토 의혹에 대해 아직까지 명확하게 드러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무성 전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촛불시위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계엄령이 검토된 것처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4·7 재보선 이후 잔뜩 웅크리고 있던 민주당내 강성 친문세력들은 신이 났다.

박주민 의원은 27일 자신의 SNS에 “김무성 전 대표가 계엄 검토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계엄 검토 지시는 사실이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 탄핵이 헌재에서 기각될 것을 예상하며 기무사령관에게 계엄 검토를 지시했다는 자체로도 경악스러운 일인데, 김 전 대표가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이 회고하는 태도에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두 번 다시 정권이 시민들을 강제로 짓밟는 계획을 세워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기 위해 지금이라도 계엄 검토 지시를 누가 했는지 꼭 밝혀야 한다"며 "이는 옳고 그름을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우원식 의원도 SNS를 통해 "촛불을 짓밟으려 한 계엄 사태의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계엄 관련 발언이 담긴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당시 새누리당 핵심 인사 입에서 우리 당 추미애 대표가 최초 폭로한 계엄 의혹에 대한 실토가 처음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에 대한 조사 이유가 더 확실해졌다"며 "촛불을 군화발로 짓밟으려 했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겠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줄곧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불가피성을 주장해온 인물이다. 김 전 대표가 문제의 언론 인터뷰에서 계엄령 발언을 한 것은 더 이상 탄핵에 대해 왈가왈부 하지말고 과거의 일로 돌리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확인되지 않은 일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말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한편 민주당에 대야 공세의 에너지를 제공하는 이적행위를 하고 말았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 재구성을 앞두고 정치 전면에 나선 김 전 대표의 진의가 무엇인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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