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재계와 종교계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아직까지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검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3일 경제계에 따르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다음주 중으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서를 작성해 정부에 정식 건의하기로 했다.

건의서에는 "우리 경제가 어렵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며 대통령에 사면 검토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구두로 사면을 건의했고, 다른 단체장들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는 재계를 넘어 종교계와 기타 단체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 등에 보낸 탄원서에는 "이 부회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대한노인회도 최근 "전세계 반도체 경쟁에 대비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특별사면을 건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 생태계의 선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 부회장이 오너십을 발휘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특별사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부회장 사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 건과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협상에서 이 부회장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화이자와의 백신 협상이 알려지면서 사면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긍정적인 답변을 거부해온 상황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과 사면에 대해 "대통령이 특별한 지시를 하지 않은 이상 아직 검토할 수 없다"고 했고, 정세균 전 총리도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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