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세 후보가 출연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21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에 도전하는 세 후보가 출연해 토론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출연료 공방과 탈세 여부 조사 등의 문제로 김어준의 기세가 좀 사그라들길 기대했다면 큰 오산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3명의 후보가 함께 출연해 김어준에게 검증을 받았다.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집권 여당을 이끌어갈 당 대표 선거가 관심을 끌지 못하자, 김어준이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여당 당대표 주자들에 대한 김어준의 검증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김어준의 유튜브 프로그램인 <다스뵈이다> 158회에서도 이들은 차례로 김어준을 ‘접견’했다. 홍영표, 우원식, 송영길 후보 순으로 등장해 김어준의 눈도장을 찍으며 자신의 정책과 신념을 발표했다. 발표라기보다는 김어준과 친문을 향한 구애의 몸짓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는 김어준이 질문을 하고 3명의 후보가 차례대로 의견을 밝혔다. 세 후보는 코로나 19로 인한 민생 회복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부동산 문제의 개혁 방향과 개혁입법 방안에 있어서는 이견을 보였다.

당 대표에 세 번째 도전하는 송영길 후보는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당 대표에 세 번째 도전하는 송영길 후보는 ‘부동산과 백신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송영길, “대중은 변화를 바란다”며 친문 홍영표 등 겨냥

이날 토론회에서는 처음부터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우 후보는 송 후보를 향해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 너무 본인의 생각을 강조해 불안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도 “당내에서 리더십이 불안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현재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송 후보에 대한 견제라는 의미가 컸다.

반면 송 후보는 “대중은 변화를 바란다”며 “원내대표를 맡았던 우 후보와 홍 후보가 다시 당 대표를 하는 건 그 얼굴에 그 얼굴이란 말을 들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친문 대표주자로 꼽히는 홍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지난 4ᆞ‧7 재보궐 패배의 원인에 대해서는 “지난 총선 민심에 보답하지 못했다”며 3후보의 의견이 일치됐다. 우 후보는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을 당시 국민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민생 안정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주자고 했었다. 그런 민심에 부흥하지 못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국민들이 지친 상황에서 LH 사태까지 겹쳤다. 민주당이 개혁을 강조하느라 급한 일은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능’과 ‘내로남불’ 자인했지만 ‘대안’은 달라...친문 홍영표,“정책 수정 안돼”

송 후보가 분석한 패배원인은 “무능함과 내로남불 때문”이었다. 그는 “부동산 문제 해결과 코로나 백신이 핵심”이라며 “먼저 민생을 풀어내려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집단 면역을 이뤄내야 한다. 생계를 다시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당내 친문그룹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홍영표 후보는 2‧4 대책으로 부동산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큰 기조에서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당내 친문그룹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홍영표 후보는 2‧4 대책으로 부동산이 하향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큰 기조에서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홍 후보도 “부동산 정책의 잘못과 내로남불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다만,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선거에 패배했다고 다시 정책을 수정해서는 안 된다”며 “2ᆞ‧4 부동산 공급대책 이후 부동산은 안정 추세다. 중요한 것은 당이나 공직자의 내로남불 문제를 온정주의로 대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혁 입법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나타냈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 선출로 공석이 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다만 검찰 개혁 등 입법 추진에 대해 우 후보는 “개혁만 하느라 민생 입법의 성과를 못 내 국민의 삶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고, 홍 후보는 “개혁을 하느라 민생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반면, 송 후보는 “민생의 핵심은 결국 코로나19 백신 확보”라며 “다른 나라는 모두 마스크를 벗고 일상에 복귀하는 데 우리는 못 한다면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홍 후보는 “우리가 물량을 다 확보했는데, 미국과 유럽에서 물량을 주지 않아 제때 못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백신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지지층 내에선 친문 홍영표가 1위로 강세...전국민 대상에서 중도 송영길이 우세

지난 18일 JTBC의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기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적합도를 물은 결과, 중도 성향의 송영길 의원이 12.7%를 기록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홍영표 의원이 12%로 송 의원과 소수점 차이였고, 우원식 의원이 7.9%였다. 초반 판세는 모두 오차범위 내 접전이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는 적합한 후보가 없다거나 모른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변동 가능성이 클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결과는 달라진다. 홍영표 의원이 23.2%로 선두를 차지했고, 송영길·우원식 의원이 각각 19.6%, 12.7%를 기록했다.

대선주자 지지층별로 살펴보면, 이재명 지사 지지층은 송 의원을 당 대표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이낙연 전 대표 지지층에선 홍 의원을 많이 꼽았다. 5선이면서 세 번째 당 대표에 도전하는 송 의원은 전체 응답자와 이 지사 지지층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홍 의원은 '친문 그룹’에서 지지가 높다.

지난 18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층은 송영길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지난 18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층은 송영길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JTBC 방송 화면 캡처]

 

21일 토론회 형식으로 방송된 ‘뉴스공장’과 달리, 지난 16일 방송된 김어준의 유튜브 프로그램 <다스뵈이다>에서는 세 후보의 장점과 특징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당 대표 후보인 3명의 국회의원을 차례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친문 상왕인 김어준의 위상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어준은 세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만, 내용과 분량 면에서는 개별적으로 큰 차이가 있었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등장 순서는 ‘친문 충성도’ 순으로 결정돼

현재 세 후보의 당 대표 경선에서의 기호는 차례대로 홍영표, 송영길, 우원식 후보 순이다. 그런데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는 홍영표, 우원식, 송영길 후보 순으로 등장했다. 김어준이 정한 순서이겠지만, 친문그룹이 지지하는 순서대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내 친문그룹의 기류를 반영한 듯 김어준은 16일 방송된 <다스뵈이다>에서 홍영표 후보를 제일 먼저 인터뷰했다. 홍 후보의 대우자동차 그룹 노조시절 무용담이 펼쳐졌다. 홍 후보는 겸손하게 몸을 낮추는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대통령과 가감없이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대통령을 끝까지 잘 모시면서 정권 재창출을 하겠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어준이 “한편에서는 이번 선거의 패배를 조국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동의하는가?”라며 홍 후보의 의견을 이끌어냈다. 홍 후보는 “이번 선거는 조국 사태와 관련이 없다고 본다. 서초동에서 수백만의 시민들이 나선 것은 검찰의 무자비한 편파수사에 대한 분노 때문에 검찰개혁을 외친 것이다. 조국의 문제는 법원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우원식 후보는 정치에 입문한 계기와 대학가에서 서점을 경영하며 호구책을 마련했던 과거 얘기부터 시작했다. 평민당 입당 후 김대중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시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탓에 현장경험이 밝은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꼭 필요한 개혁 의제와 민생 의제를 유능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우원식 후보는 ‘민생 의제를 유능하게 처리하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시의원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우원식 후보는 ‘민생 의제를 유능하게 처리하는 것’을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선거 패배 원인으로는 “180석을 확보한 후 민생의 외침을 제대로 잘 듣지 못했다.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조국을 초선의원들이 거론한 것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 않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우 후보는 ‘을지로위원회’를 통해서 훈련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이 당 대표로 가장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국민의 요구를 수렴하고 발전시키는 데 현장경험이 가장 뛰어난 제가 적임자다”라고 주장하자, 김어준은 “다른 분들은 현장으로 안 들어가느냐?”라는 질문으로 우 후보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김어준, 중도성향 송영길을 집중적으로 조롱?

마지막으로 등장한 송영길 후보에 대해 김어준은 “홍영표 우원식 후보보다 6년 후배인데, 얼굴 액면가로는 선배다”라며 조롱하는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3번째 당 대표에 도전한다는 송 후보는 “이번에 또 떨어지면 (당 대표 경선에 다시는) 못 나올 것이다”라는 김어준의 지적에 대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도전한다”고 밝혔다.

송 후보는 학생운동을 하다가 노동운동을 거치는 과정에 변호사에 도전해 민변에서 활동하던 중 김대중 대통령의 영입제의로 정치에 입문하게 된 케이스이다. 일찍 정치에 입문한 탓에 나이에 비해 5선으로 선수는 높은 편이다.

송 후보는 광역지자체장의 경험이 있는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고 보필할 수 있다며 친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계파에 얽매이지 않는 중립적인 후보라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인천시장 시절에 시도한 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하자 김어준은 “LH공사로 가셔야 할 것 같은데”라면서 다시금 조롱하기 시작했다.

송 후보는 굴하지 않고 ‘백신 문제’에 대해서도 준비된 후보임을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후배라서, 노바백스 원재료가 통제되고 있을 때 정부와 함께 노력해서 해결했다”고깨알자랑을 펼쳤다.

2017년 대선에서 통합선대위원장으로 역할을 강조하며 내년 대선에서 후보를 잘 도울 수 있다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송 후보가 “민주당 대선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잡음이 없게 승리한 대선이었다”고 주장하자. 김어준은 “3번 당대표 출마하다보니까 자뻑이 많이 늘었다”고 다시 한번 조롱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송 후보는 “이번에 떨어지면 연안부두로 가야 한다. 회를 먹을 건지, 바다로 빠질 건지”라면서 동정표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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