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회 결정이 국가와 사회에 미칠 파장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됐다"

대통령 직속기관 ‘군(軍)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의 이인람(64, 개명 전 이기욱) 위원장이 20일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천안함 피격 사건 재조사 강행’ 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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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관 ‘군(軍)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이하 ‘규명위’)의 이인람 위원장.(사진=연합뉴스)

‘규명위’는 앞서 지난해 7월 ‘천안함 음모론’의 신봉자 신상철 씨가 제출한 87쪽 분량의 진정서 〈대한민국 정부는 국민을 속였습니다〉를 접수하고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의결했다. 해당 진정서에는 ‘좌초 후 침몰’ 등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을 부정하는 각종 음모론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음모론은 사건 발생 당시부터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2010년 4월24일 민-군 합동조사단은 천안함 함수 인양 후 ‘수중(水中) 비접촉 폭발에 의한 침몰’로 결론지었다.

관련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천안함 유족 등이 중심이 돼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그러자 ‘규명위’는 부랴부랴 신 씨의 진정 건을 각하(却下)했다. 하지만 ‘규명위’는 진정인 신 씨에게 처음에는 진정인 자격이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진정인 자격을 인정하고 ‘○○○ 외 45인 사건’으로 지난해 12월14일부터 재조사를 개시하기로 의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이인람 위원장은 “천안함 사건 전사(戰死) 장병 유족·생존 장병들과 국민께 큰 고통과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모든 일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이번 일로 진상규명위 결정이 국가와 사회에 미칠 수 있는 파장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위원들과 함께 해당 사항을 심도 있게 논의했고, 위원장으로서 잘못을 깊이 통감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출범한 ‘규명위’는 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가운데 의문이 제기된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 사망 장병들의 피해·명예 회복을 도모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3년간 한시법에 따라 운영되는 기구다. 이 위원장은 ‘규명위’의 초대(初代) 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신상철 씨의 진정서가 접수된 이후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 ‘조사개시’ 의견으로 위원회 상정을 지시한 인물이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국내 모(某)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규명위’는 당초 신 씨의 진정 건을 반려하기로 결정했지만 신 씨가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에게 항의 전화를 해 ‘규명위’가 발칵 뒤집혔고, 결국 해당 진정 건을 접수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규명위’ 상임위원들이 주관하는 조사과 회의(과장단 회의)에서 ‘조사개시’ 의견으로 ‘7인 위원회’에 올리는 것을 놓고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이 위원장의 지시로 강행 처리됐다.

이 위원장은 또 관련 회의를 수시로 소집해 담당 과장에게 ‘왜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채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법무관(육군 중령) 출신으로 좌파 성향 변호사 단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해 온 이 위원장은 평소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입장이었다고 한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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