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사진=연합뉴스]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 [사진=연합뉴스]

조국 사태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위선적 개혁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절정에 달했던 2019년 하반기, 서울 광화문은 자유 민주주의 혁명의 열기로 달아 올랐다.

그해 개천절에는 단군이래 최대 인파가 광화문에 운집했고, 군중들은 청와대로 향했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도 청와대 앞 노숙 철야농성이 이어졌고,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까지 그 열기에 놀라 단식농성을 벌여야만 했다.

그때 지척에 있는 청와대 사저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얼마나 불면과 불안의 밤에 시달렸는지는 전광훈 목사에게 야간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하소연하는 청와대 경호경찰 간부들의 말속에서 고스란히 전달되곤 했다.

그 열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세계적인 코로나19 사태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문재인 정권 규탄집회가 코로나를 이유로 금지됐다. ‘코로나 독재’라는 말이 나왔지만, 전 목사를 비롯한 광화문 세력은 졸지에 ‘슈퍼 (코로나) 전파자’들이라는 누명을 써야만 했다.

4·7 재보선 보다 1년앞서 조국 사태로 회복불능의 레임덕에 빠지고 4·15 총선에서도 참패가 예정돼있던 문재인 정권을 살린 것은 코로나19 였다. 코로나 방역의 정치적 악용이 거론될 때 마다 집권세력, 방역당국이 했던 말은 “코로나는 정치가 아니라 과학,즉 의학”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총리 교체를 비롯한 개각, 청와대 비서진을 개편하면서 코로나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말았다.

청와대에 신설된 방역기획관에 임명된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그동안 철저하게 정부편에서 정부의 각종 방역조치에 대해 지원사격을 해오던 ‘정치의사’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준 사람이다.

문재인 정권이 자랑해온 K 방역은 세계 각국이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등 국민적 희생, 특히 소상공인들의 고통위에서 그나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기모란 교수 등 일부 친여 성향의 의학자들은 정부의 각종 조치가 나올 때 마다 TV에 단골로 출연해 그 정당성을 옹호해왔다.

기 교수는 특히 한 뉴스채널의 진보성향 진행자 프로에 거의 매일 출연해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방역정책에 대해 여당 편을 들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기 교수는 특히 전 세계가 백신확보 전쟁을 벌이던 작년 11월 ‘백신은 빨리 맞는 것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니,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구매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그는 “내년 3~4월이면 많은 백신이 나올 것이니 그 때 가서 좋은 백신을 골라서 선택하자”는 취지로 말 했다. 기 교수가 ‘그 때 가서 골라서 선택하면 된다’고 했던 ‘내년 4월’은 바로 지금으로 백신접종 순위 세계 110위권, 낮은 백신 접종률로 경제회복이 뒤쳐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는 상황이다.

청와대가 '방역기획관'을 신설한 배경도 의문이다. 정부는 작년 6월 정부가질병관리청을 보건복지부로부터 분리, 독립, 격상시켰다. 질병청 승격 이후 10개월이 지났지만, 정은경 질병청장은 뚜렷한 목소리를 못 내고 복지부와 질병청이 경쟁 관계로 대립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정은경 청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 '방역기획관'이라는 옥상옥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다. 청와대가 정은경 청장의 '힘빼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대놓고 정치방역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아울러 기 교수의 남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작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남 양산갑에 출마해 낙선한 바 있어 코드인사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치분석가 최우영씨는 이에대해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서 기모란 교수를 불러들인 것은 코로나 19가  과학 내지 의학이라는 측면보다 정치적 측면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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