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정치’가 10년 만에 정계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의 새로운 트레이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서울시 공동운영’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이는 안 대표와의 신의를 지킨 것일 뿐만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오 시장은 지난 15일 서울시 정무부시장직에 안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도식 씨를 내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 공동운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속이행, 10년 만에 정계복귀한 오세훈의 이미지 메이킹과 직결돼

이 같은 행보는 오세훈이라는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4.7보궐선거 이후 오 시장의 공동경영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다. 심지어 국민의힘 사령탑이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 보선결과에 대해 ‘야권의 승리’라고 평가한 안 대표의 발언을 호되게 비난하면서 ‘국민의힘의 승리’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과 같은 인식을 한다면 공동운영 약속은 휴지조각처럼 버리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오 시장은 단호하게 부정적 기류를 떨쳐내면서 안 대표와의 논의를 진전시켰고 취임 1주일만에 잡음없이 공동운영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오 시장의 ‘신의정치’는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는 오 시장에게 ‘공동운영’과 함께 ‘합당’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공동운영과 합당은 두 정치인 간의 약속이 된 것이다.

공동운영과 합당은 안철수의 제안...공동운영 실천은 합당의 명분 강화시켜

따라서 오 시장의 공동운영 약속 이행은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실행할 명분과 실리를 제공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의 합당에 대해 “저희도 당원 분들의 여러 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이르면 다음 주 후반에 당내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오 시장의 공동운영 실행은 안 대표가 합당 쪽으로 당론을 모을 수 있는 주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도 16일 의총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에 출연, “국민의당과의 합당은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선언으로 국민들 앞에 약속을 한 것이기 때문에, 대국민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면서 “그것을 전당대회 전에 할 건지, 후에 할 건지 등에 대한 단초를 정리하는 것이 오늘 의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무부시장 통보받은 김도식은 안철수의 최측근, 서울시내 역할 확대될 듯

김도식 실장은 15일 오후 기자들에게 "금일 서울시로부터 정무부시장직으로 내정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아직 정식 임명 절차들이 남아있는 관계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김 비서실장은 지난 2012년 안 대표의 대선 출마 때부터 그를 보좌한 인물로, 그의 '최측근 인사' ‘안 대표의 복심’으로 꼽힌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을 받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선되고 나면 안면몰수하는 게 정치권 생리인데, 과연 오 시장이 그 약속을 지킬 것인가?”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나눠먹기식 시정을 펼칠 것인가’ 라는 부정적인 기류였다.

대부분의 언론에서도 서울시 공동운영을 두고 양 측이 신경전을 벌인다는 식의 부정적인 보도를 했다. 지난 12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 시장이 안 대표로부터 김도식 비서실장과 이영훈 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을 추천받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오 시장 측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서울시 공동운영이 삐걱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것으로 보도됐다.

안 대표측에서는 전통적으로 언론이나 시의회와의 가교 역할만 맡았던 정무부시장이 이제는 공동시정을 위한 가교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대선을 위한 야권 통합 논의를 이어가야 하는 마당에 안 대표 측의 무리한 인사 요구 등은 야권 통합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아일보는 오 시장 측의 입장도 유보적이라고 보도함으로써 서울시 공동운영의 전망이 밝지 않음을 간접 시사했다. 오 시장 측에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해보지 않았다”면서도 “어느 정도 능력이 검증된 인물이 맡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유보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안 대표의 최측근이 정무부시장에 기용됨으로써 그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오세훈 시장,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부정적 기류를 적극적으로 해소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추측은 지난 13일 오 시장이 TV조선 9시뉴스에 출연해 명확한 입장을 밝힘으로써 완전히 해소됐다.

신동욱 앵커가 오 시장에게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얘기가 잘 안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오 시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얘기가 잘 되고 있다”고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신 앵커가 재차 “서울시 공동운영에 합의를 하고 추진을 하실 겁니까?”라고 질문하자, 오 시장은 “그럼요, 약속은 약속대로 당연히 이행될 거고요. 갈등이나 이견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에 있고 정책 공조로부터 시작해서 서울시 운영방안을 거의 정기적으로 협의하는 것도 실행에 옮길 생각이다”라며 합의 이행을 강조했다.

오 시장과 안 대표의 서울시 공동운영 구상은 지난 10일 만찬회동에서 구체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오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여러 가지 논의를 했다”며 “다음 주 (서울시) 인사가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13일 TV조선 9시 뉴스에 출연,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말끔히 해소시켰다. [TV조선 캡처]
오세훈 시장은 지난 13일 TV조선 9시 뉴스에 출연, 서울시 공동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를 말끔히 해소시켰다. [TV조선 캡처]

서울시 정무·정책 라인 전반에 안 대표측 인사 기용하는 방안 논의 중

양측은 정무부시장 이외에도 정무·정책 라인을 포함해 시 인사 구성 전반에 안 대표 측 인사가 참여하는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 측 인사가 시청 내 보직 외에 서울시 산하 출연·투자기관의 기관장을 맡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과 서울연구원장 등 여러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이다. 안 대표는 시정 업무를 직접 맡는 방법보다는 정책고문 등의 형식으로 후방 지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오 시장은 서울시장 후보시절 관훈토론회에서도 “안철수 후보와의 서울시 공동운영은 새정치의 대명사로 진짜 보여드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정무부시장 인사를 통해서 드러난 오 시장의 의리에 안 대표가 적극 지원한다면, 1년 3개월 남짓한 서울시 공동운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의 핵심 관계자는 “오 시장이 야권 단일화로 서울시를 탈환한 것처럼, 내년 대통령 선거를 제대로 치루기 위해서 한 단계 높은 야권 단일화의 포석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일을 오 시장이 솔선수범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사 문제로 늘 비판받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 시장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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