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집권여당이 강행한 일명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15일 美 하원 청문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에 회부되면서, 정부에 의한 '북한인권단체 찍어누르기'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이 입법 추진한 '대북전단금지법' 입법에 앞서 대북전단을 살포한 북한인권단체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법인 취소를 강행했다는 것.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에 대해 北 김여정이 불쾌감을 드러내자 해당 법인을 취소 통보한 후 '대북전단금지법'을 마련했다.
이는 지난 1년간 나홀로 법정 투쟁 중인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을 통해 드러난다. 해당 단체는 다음달 10일 추가 법정 변론 기일을 가진다.
통일부(이인영 장관)는 지난해 중순,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에 대해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 정부의 통일정책 저해 ▲ 법인 설립 목적 위배 ▲ 한반도 긴장상황 조성 등 공익 훼손이라는 게 이유다.
이에 따라 기자는 최근 법조계를 통해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정 변론서를 입수했다. 통일부가 말한 '법인 설립 목적 위배'와 '공익 훼손'을 두고 변론서는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통일부의 "목적 이외 사업" 주장, 타당할까?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설립목적은 '정부의 통일정책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의 실상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고, 북한 민중이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누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하여 한반도 평화통일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당 단체가 수행한 사업은 '1. 북한인권 실태조사 및 국제 연대 사업, 2. 북한 민주화 실현을 위한 분야별 네트워크 구축사업, 3. 북한 사회 바로 알리기, 4. 민주주의 인권, 평화, 통일에 관한 시민교육, 5. 기타 법인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이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그 설립 목적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압제적인 북한정권의 실체와 만행을 폭로하고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홍보하기 위하여 수행한 원고 법인의 주요사업이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는 대한민국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라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을 전복하고자 획책하는 북한 지도자를 비판함에 따라 평화 통일 원칙을 적극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통일부의 '설립 목적 이외의 사업을 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2. 文 정부, 北 김여정 비방 만으로 '인권단체' 압박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5월31일 경기도 김포시에서 대북전단 등을 북한으로 살포했던 것이, 그해 6월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북한의 대남 적대조치의 명분이 됐고 접경지역 주민들이 위협을 느끼고 남북간 긴장상황이 조성됐다"라는 게 통일부 주장이다.
北 김여정은 대북전단이 살포된지 4일만인 지난해 6월4일 비방담화를 내놨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16일)되기 하루 전인 6월15일 통일부가 법인 취소 사전통지서를 발송했다고 해당 단체는 명시했다. 즉 정부의 법인 취소 통보는, 통일부의 실질적인 '생명 위협 고조' 주장의 단초가 되는 사무소 폭파일 보다 먼저 진행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北 김여정의 단순 비방만으로 국내 북한인권단체를 무력화하려고 했다고 볼 수 있는 '증언'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집권여당 국회의원들은 北 김여정의 비방만으로 법안을 제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비방 담화 이틀만인 지난해 6월6일,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홍걸 의원을 비롯해 권칠승 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규민·강병원·김남국·서영교 의원 등 21명은 대북전단 살포 승인권을 통일부장관에게 위임하는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통일부의 '자유북한운동연합에 의한 접경지역 주민 생명 위협' 주장은 사실일까. 해당 단체에 의한 북한의 접경지역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군사적 도발은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 단체는 이미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지 않음으로써 군사적 긴장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통일부의 주장은 막연한 호도'라는 게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주장이다.
#3. 북한인권단체 "정부에 따르면 北 김여정 비방에 맞춰 침묵해야 한다는 말이냐"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법률 대리인 이헌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결론적으로 원고 법인의 대북전단 활동이 정관상의 목적사업과 전혀 다른 성질의 사업을 수행하였다거나, 접경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유발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재산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통일부 측의 주장은 모두 전혀 사실과 다르거나 그 이유도 없는 매우 부당한 주장"이라고 알렸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 일부다.
- 통일부는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공익을 훼손했다고 봤는데?
▲ 그렇다면 현 북한인권 상황에 대해 모두 침묵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북한의 압제적인 상황에 고통받다가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걸고 탈출한 회원들로 구성된 북한인권단체 입장에서, 北 김여정 등 그 위협에 순응해서 침묵하는 것이 공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지 않은가.
- 이번 사태는 '대북전단금지법' 시행 전부터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취소 처분을 받은 사건인데, 법적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표현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가 숨 쉴 수 있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보장되는 민주주의가 존재할 공간이 있게 해야 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더 나아가 이 사건 처분이 정당화될 경우 일반 국민들이 북한 지도자와 체제를 비판하는 표현이나 행위 조차 억압받게 될 수 있는 끔찍한 상황을 반드시 방지하기 위함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추후 법정 변론일은 다음달 10일 서울행정법원(제5부)에서 열린다.
한편, 미국 하원의 톰 랜토스 북한인권 청문회는 15일 오후 11시 온라인으로 생중계된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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