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을 떠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연인의 신분으로 연일 막말을 쏟아내면서 신당 창당을 도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신당을 창당하고, 주요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방안인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당 창당’ 공언한 금태섭과 16일 회동설

이를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물론이고, 자신이 몸담았던 국민의힘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도 막말을 난사하고 있다. 50여년 동안의 정치행보를 통해 수차례 당을 바꿔온 김종인이 이번에도 마시던 물(국민의힘)에 침을 뱉고 ‘윤석열 당’ 창당을 도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신의와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4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금태섭 전 의원은 금주 중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난다고 밝혔다.금 전 위원측에서는 16일 회동설을 흘리고 있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의 '중도' 정당이 아닌, 양당을 대체할 수 있고 윤석열 전 총장도 들어올 수 있는 정당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 역시 국민의힘 상임고문 자리 제안까지 고사하며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 죽이기에 화력 집중하는 김종인, “아사리판인 국민의힘에 미래 없다” 단언

김 전 위원장은 돌연 ‘국민의힘 죽이기’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3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당이 우려했던 대로 가고 있다"며 "지금처럼 해선 국민의힘은 내년 대선에서도 미래가 없다"고 일갈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거가 끝나고 다들 당 대표 할 생각밖에 안한다. 이게 이 당의 생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 10개월 간 당이 내년 대선을 치룰 수 있는 기본적인 `필요조건`을 만들어주고 나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충분조건’은 당 사람들이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다들 당권에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아주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면 초선 의원을 당대표로 내세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위원장을 다시 국민의힘으로 모셔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더 이상 애정이 없다. 보궐선거 전에 중진연석회의를 했다. 소위 당 중진이라는 사람들이 단일화를 앞두고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관심이 없었다. 이런 행동을 보고는 선거 끝나고 바로 당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의힘엔 절대로 안 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선거법 준수하며 공동 유세 펼친 안철수에 대해선 맹비난

안 대표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는 데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온다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엉뚱한 얘기를 했다. “내가 사감을 가질 일이 뭐가 있나. 내가 욕을 한다고 하는데, 언제 그랬나”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 당선이 확정돼 기자회견을 하던 날 안 대표가 `야권의 승리`라는 소리만 강조했다. 자기만 선전했다”고 주장했다.

연이어 김 전 위원장은 “명색이 선대위원장인데 금태섭 전 의원도 입은 국민의힘 당 점퍼를 한 번도 입지 않은 사람이 안철수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에 대해 “말이 안 되는 비판”이라며 “공직선거법상 정당이 다를 경우에는 다른 당의 점퍼를 입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안 대표는 오세훈 당시 후보가 입었던 흰색 점퍼와 비슷한 개인 점퍼를 입고 유세 현장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9단인 김 전 위원장이 그런 선거법을 모르고 말했다면 무지를 비판받아야 한다. 알고도 그랬다면, 오로지 안 대표 비난에만 열중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안철수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점퍼와 비슷한 개인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다. 선거법상 정당이 다른 안 대표는 국민의힘 점퍼를 입을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도 비판을 했다.
안철수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점퍼와 비슷한 개인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다. 선거법상 정당이 다른 안 대표는 국민의힘 점퍼를 입을 수 없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를 두고도 비판을 했다.

윤석열에 대해선 “5월 중 빛 볼일 있을 것”이라며 띄우기 나서

안 대표에 대해서는 비난만 일삼는 김 전 위원장은 현재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윤 전 총장에 대해 "5월 중 빛을 볼 일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에 입당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저 아사리판에 가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금태섭 전 의원이 말한 새로운 정당으로 가는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며칠 전까지 자신이 몸담았던 국민의힘에 대해 ‘아사리판’이라는 험한 말까지 써가며 노골적인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새로운 정당이 제3지대를 말하는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제3지대라는 말은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나라 정치에서 정당은 대통령의 당이다.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돌아가고, 대통령이 없으면 오합지졸이 된다. 그래서 강한 대통령이 될 만한 사람이 나오면 당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가게 돼 있다. 5월쯤 되면 무슨 빛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윤석열과 금태섭이 연합한 새로운 정치세력과 달리,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선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런 식으로 끌고 가서는 국민의힘으로 대선을 해 볼 도리가 없다. 정강 정책에 따라 의원들이 입법활동을 하는 것도 전혀 안 보인다. 그러니 일반 국민은 `저 당이 진짜 변했나`라는 말을 한다”며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는 새로운 세상을 설계할 사람이 안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 김종인 행태를 ‘마시던 물에 침뱉기’로 규정

김 전 위원장의 이런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날선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14일 4.7 재보선 뒤 처음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권영세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을 겨냥해 “마시던 물에 침을 뱉고 돌아서는 것은 훌륭한 분이 할 행동이 아니다”라며 촌철살인을 날렸다.

통상 4선 이상 중진의원들이 참석하는 이 회의에는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을 비롯해 조경태·서병수·박진·권영세·김기현·홍문표·이명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는 조기 전당대회, 야권 통합경선 등 다양한 논의가 나왔다. 그 중에서도 당면 과제인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부터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 의원들의 논의가 모아졌다.

권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과의 통합론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재보선 이전부터 `범야권 통합경선`을 주장했던 정진석 의원은 "‘자강이 먼저인가 통합이 먼저인가’라는 논란이 있는데, 저는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빠른 합당을 촉구했다.

정진석, 박진 의원 등 “야권 통합이 선결과제” 한목소리

정 의원은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양당의 통합 논의는 매우 순항중"이라면서 "중진의원들이 만장일치로 통합이 순리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진 의원 역시 "야권통합은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면서 "야권통합 없이 정권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국민들과 당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이 당을 떠난 뒤 첫 중진의원 회의인 만큼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중진의원들의 분노 표출이 이어졌다. 김 전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부터 각을 세워왔던 조경태 의원은 "과거처럼 당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 일정을 공개하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공정한 인사로 구성해야 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중진들은 ‘자강이 먼저’라는 김 전 위원장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철수 대표가 야권의 승리라고 말한 것을 김 전 위원장은 ‘건방지다’고 표현했다. 오세훈 시장의 승리가 김 전 위원장 본인의 승리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안 대표가 양보하지 않았다면 오 시장 혼자 힘으로는 절대 승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김 전 위원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내가 4월 8일이면 사라질 거니까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이러고저러고 얘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재차 물어보는 질문에 "나는 헛소리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이랬던 그가 4월 8일 국민의힘을 떠난 뒤로 거의 매일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에 대한 비난에 여념이 없다.

민주당 이끌고 텃밭인 호남서 완패했던 김종인의 열등감?

정치권에서도 김 전 위원장이 왜 그렇게까지 안철수 대표를 미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의당 권은희 대표는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종인이 안철수를 미워하는 이유’를 일종의 경쟁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가서 하고자 했던 일이 국민의힘을 변화시켜서 중도를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상 그런 부분들을 본인이 내부에서 전혀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면서 “오히려 외부에서 안철수 대표가 야권단일화 과정을 통해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줬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경계심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악연은 2016년 4월 총선으로 거슬러올라간다고 밝혔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이끌던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하며 38석의 돌풍을 일으켰다. 김 전 위원장은 당시 민주당 대표로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안 대표때문에 호남을 잃고 절반의 성공만 거둔 결과를 얻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이 자기보다 하수로 여겼던 안 대표가 호남에서 승리하자, 억하심정이 생긴 것이다. 그 이후로도 매 사안마다 안 대표에게 관심과 주목도가 쏠리게 되고 본인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다 보니, 안 대표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것이다”고 신랄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단일화 이슈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의 존재감이 부각되지 못한 면이 있다. 선거 이후에 당도 자신을 붙잡아주지 않으니 상처가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