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김문수 의원 북한인권법 첫 발의...좌파들의 집요한 방해로 11년 동안 계류
노무현 정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북한인권재단 2년간 발족 유예 중
한국의 좌파 인사들, 자국민 굶겨죽이는 북한정권 돕기 위해 북한주민 인권 무시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핵폐기와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삼아야"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

참 이상한 일이다.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한국 좌파인사들은 일부러 외면하거나 문제 자체를 아예 부인하려 한다. 때로는 억지이론까지 만들어 낸다. 인권이 좌파의 이슈라는 국제사회의 상식에는 반대되는 현상이다.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기에 많은 북한주민들이 한국을 포함한 자유세계로 탈출하였다. 그들이 북한의 인권침해 참상에 관하여 일관되게 증언을 하였고, 그 결과 유엔에서 북한인권문제를 주요안건으로 논의하였다. 노무현 정권시기인 2003년부터 2004년, 2005년 유엔 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 결의안 표결에 막상 한국정부는 기권하였다. 2005년에는 유엔총회에까지 상정되었고, 한국정부는 총회결의안에도 기권하였다.

2006년 11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찬성한 것은 바로 한 달 전 10월 9일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직후라서 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07년 11월 21일 유엔총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에 다시 기권으로 되돌아갔는데, 이때는 투표에 앞서 청와대에서 고민 끝에 북한 측의 의중을 타진한 결과였다. 그래서 한국외교는 한동안 국제사회의 웃음꺼리가 되었다.

2004년 9월 2일 열린우리당 의원 25명은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에 반대하는 서한을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달하기도 하였다. 2005년 국회에 김문수 당시 의원이 처음 발의했던 북한인권법안은 좌파 의원들의 집요한 방해로 오랫동안 통과하지 못했다. 2011년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지원 의원은 임기 말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법 통과를 저지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의안 발의 후 11년이 지난 2016년 3월 2일에야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법이 제정된 후 2년이 지났건만,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핵심적인 집행기구인 북한인권재단은 연간 118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어도 발족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좌파 인사들은 북한주민들의 식량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인권법을 다루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묘한 논리를 폈다. 식량부족의 원인이 공산독재체제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대신에 대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복지경제학의 대가 아마르티야 센(Amartya Sen) 하버드 대학 명예교수는 전 세계의 대량 아사사태는 영국 식민제제 하의 아쌈지방이건, 마오쩌둥의 중국이건, 스탈린의 소련이건, 독재체제에서 일어났다고 지적하였다. 주민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 그래서 식량부족문제에 대하여 정부정책을 비판할 수 있으면, 그 정부는 식량을 수입하든지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즉 대량 아사사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갈파하였다. 주민의 식량권 문제를 해결할 북한정권의 본원적 책임은 어딘가로 증발해 버리고, 남한 정부가 북한주민들 식량을 지원할 부담을 뒤집어쓰는 이상한 논리를 개발하였다. 북한정권이 핵개발 비용의 일부만 돌리더라도 대량아사를 막을 식량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 한국의 지원식량이 일반주민들에게는 가지 않고, 당 간부와 군인들이 소비해버렸다. 그리고 기운을 회복해서 대남공세를 강화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좌파 인사들이 북한정권을 어렵게 하지 않으려는, 즉 도우려는 입장에서 나온다. 그들에게는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고려사항이 아니다.

탈북자 백요셉에게 임수경은 배신자라고 불렀다. 그 배신은 북한 정권에 대한 배신을 뜻한다. 그러기에 종북인사들에게는 배신으로 보였을 것이다. 임수경을 89년 평양 축전에 파견했던 임종석 비서실장의 입장은 어떠할까? 국회질의에서 전희경 의원이 과거 운동권 당시의 입장에서 전향했느냐는 추궁에 대해 인격모독이라는 항의로 회의를 파행시키면서 정작 답변은 회피했다. 1980년대 위수김동, 친지김동을 외치며 북한정권에 대한 입장을 다짐했던 운동권 인사들이 30명 이상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21일 한변 등 북한인권단체들과 탈북민 등 애국시민들은 헌법 제26조와 청원법,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을 의제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루어야 할 과제들은 (1)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고현철 등 탈북민 3명 등 우리 국민 6명의 석방, (2) 정치범수용소의 해체, (3) 강제송환 북한주민들 처벌 중지, (4) 국군포로 생사확인 및 송환, (4) 전시 및 전후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 (5) 이산가족 왕래 등이다.

4월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내신기자 브리핑에서 북한인권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준비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우리가 참여한 것은 큰 진전으로 볼 수 있다. 2007년 인권이사회 결의안 표결에 북한 눈치를 보면서 기권했을 당시 외교부 담당 국장이 강 장관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입장에 대해 북한 당국이 비난하고 있는 상황에서 뒤로 물러나려는 포석이 아닌가 걱정된다.

물론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북핵폐기가 되어야 한다. 장기적과제로서 남북한의 평화적인 통일의 길도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70년간 북한이 위장평화공세 속에 속임수로 일관했던 경험에 비추어 남북정상회담이 실속 없는 평화공세의 선전장은 되지 않아야 한다.

평화적 통일의 최종 목표도 한반도 전 주민의 기본적 인권의 보장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를 위한 남북한 정권의 기본 인식은 아무리 확인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북한정권이 싫어한다고 히서 이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 2,400만 북한동포들의 민생과 인권을 우리가 배려하지 않으면 누가 앞장서겠는가? 북핵포기를 향한 북한정권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혹시라도 북한인권 시민단체나 탈북민들의 청원을 수용한다는 명분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일이백명 정도의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재탕하기로 합의했다는 식으로 생색내기 할까 두렵다. 지금까지의 상봉행사는 텔레비전 중계 를 통해 국내외 시청자의 눈물을 자아냈던 상투적인 정치 쇼였다. 덕분에 노벨 평화상을 타는데 기여하기도 했지만.

문제의 본질은 적십자 정신에 따라 비극의 주인공인 이산가족의 생사확인에서 시작하여 서신교환과 상봉으로 이어지는 체계적인 진정한 노력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더라면 천만 이산가족 문제도 이미 상당부분 해결되었을 것이다. 정치 쇼로 생색을 내려하는 것은 진부한 선전선동의 재연에 불과하다.

김석우 객원 칼럼니스트(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전 통일원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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