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교수

오세훈 시장의 취임을 축하한다. 문재인 정권이 영원할 것 같기만 했는데 서울 시장과 부산 시장을 야권이 되찾아 오다니 지금도 현실 같지 않다. 제발 잘해서 내년 대선에서의 정권 교체까지 연결시키길 바란다. 반드시 성공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서울시 재건축의 정상화이다. 민주당 낙선의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정책 실패다. 오세훈 후보는 재건축 정상화를 통해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박원순은 시장 시절 강남 재건축을 거의 완벽하게 봉쇄해 버렸다. 당장 건물이 무너질 정도가 아니면 재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였던데다가, 35층 제한까지 걸었다. 건축법의 용적률에 의해 50층 60층이 가능한 경우에도 35층을 넘지 못하도록 서울시 자체의 기준을 들여왔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아직도 막혀 있는 것은 35층 제한이 가장 큰 원인이다. 주민들은 50층을 짓고자 하는데 서울시는 35층 이상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서울시는 35층 규칙이 서울 시민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고 하지만 박원순과 그 지지자들만의 취향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용적률이라면 고층일수록 동간 간격이 넓어 인근을 지나는 사람들이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1층에 더 많은 개방공간이 생겨나서 주거환경도 좋아진다. 그런 것을 못하게 막아 버렸다. 오세훈 시장은 그것을 정상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고층 아파트(사진=위키피디아)
고층 아파트(사진=위키피디아)

오세훈 식 재건축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동부이촌동의 래미안 첼리투스를 보면 된다. 강변북로를 지나다 보면 늘 보게 되는 그 아파트 건물이다(아래 사진 참조). 오세훈 시장 재직 시절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사업이었는데 2006년 계획을 시작해서 2011년에 착공했다. 박원순의 시장 취임이 그 해였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더 착공이 늦었으면 현재의 그 모습을 보지 못할 뻔 했다. 그 후로 서울에서 35층을 넘는 아파트 재건축은 허용되지 않았다.

일산과 동두천, 동탄 같은 위성도시에는 60층 아파트가 지어지는 데 가장 땅값이 비싼 서울의 강남을 35층으로 묶었으니 박원순 전 시장은 토지의 낭비를 강요해 왔던 셈이다. 고가 아파트가 잘 공급되지 않다 보니 기존 고가아파트들의 값만 천정부지로 뛰어 올랐고 부동산 대란으로 이어졌다.

경기도의 초고층 아파트 건물들.(표=김정호 교수 제공)
경기도의 초고층 아파트 건물들.(표=김정호 교수 제공)

오세훈 시장은 강남의 재건축을 성공시키겠다고 공약했고 또 그래야만 한다. 빌딩 숲 속에서 벌이나 치고 벼농사나 짓겠다는 박원순 식의 정책으론 서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거지를 많이 공급할 수 있어야 집 값을 낮출 수 있다. 신도시의 주택이 모두 중저가 위주로만 공급되는 상황에서 강남, 서초 지역 등 고급 주택들의 가격은 재건축을 통해서만 잡을 수 있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가락동 헬리오시티 사례는 공급이 늘면 강남 집값도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래 그래프는 그곳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잠실 리센츠 아파트의 가격 추이를 나타낸다. 이 아파트의 가격은 2018년 11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었다. 그해 12월 인근의 가락동 헬리오시티 아파트의 재건축이 끝나고 9510세대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자 잠실 리센츠의 가격은 상승세를 멈추고 오히려 하락세로 돌아섰다.

헬리오시티의 가격이 낮은 상태로 유지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이후 문재인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서울 전지역의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이 지역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헬리오시티와 잠실리센츠의 사례는 강남지역도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오세훈 시장은 주택 시장의 이 같은 원리를 다시 살려 내야 한다.

송파 헬리오시티 9,510세대 입주.(사진=김정호 교수 제공)
송파 헬리오시티 9,510세대 입주.(사진=김정호 교수 제공)

하지만 재건축을 정상화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 서울시의회가 방해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넘어 선다고 해도 더욱 큰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집값의 상승이다. 재건축을 통해서 집값이 내리는 것은 입주가 시작되면서 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오히려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가격이 오른다. 또한 기존 아파트 철거 후 주민들이 근처 어딘가에서 살 집을 찾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전세 가격도 오르곤 한다.

입주때까지 그 몇 년 동안 값만 올려 놓았다며 반대편의 집요한 공격이 쏟아질 것이다. 그 공격과 비난을 견디지 못하면 재건축 사업을 이어 가기도 어려울 것이고 정권 재창출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재건축을 통해 서울의 집값을 잡으려면 입주때까지 일시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함을 시민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설득이 법적 기술적 사항들보다 훨씬 중요하다. 오세훈 시장의 취임을 다시 한번 축하하며 재건축 사업의 성공도 기원한다.

김정호 객원 칼럼니스트(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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