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또 다시 ‘박원순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논란에 휩쓸리고 있다.

박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논란을 일으켰던 진보 유튜버들과 지난 2일 합동으로 방송을 진행한 게 문제가 되고 있다. 고민정 의원을 포함한 선거캠프의 대변인단 3명이 2차 가해논란으로 전격 사퇴한 것이 진정한 반성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2030이 주축인 여성단체, “박영선은 박원순 피해자 2차 가해자들 결집해 선거 운동”비판

이와 관련 20대가 주축이 된 여성단체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지난 4일 박 후보 선거캠프가 있는 서울 종로구 안국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성폭력 2차 가해자들을 진보의 이름으로 불러낸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박 후보가 진보 유튜버들을 결집해 선거운동에 나섬으로써 “박원순 위력 성폭력 카르텔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신지예 대표는 회견에서 “왜 박원순 성폭력 사건 2차 가해자들을 결집해 선거 운동을 하느냐”며 “피해자에 대한 전방위적인 2차 가해를 진보라는 이름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020년에 설립된 비영리단체이다. 페미니즘과 정치에 관심있는 활동가, 학자, 시민들이 모여 설립했다. 이 단체가 설립된 직접적인 계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다. 주로 2030세대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이 단체는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문제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의 문제가 4.7보궐선거의 핵심 이슈임에도 선관위는 그 문제에 대한 캠페인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이 지난달 23일 선관위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 때도 참여단체로 함께 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회원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길 촉구하고 있다. 

앞서 선관위는 “보궐선거 왜 하죠?” 라는 공동행동 측의 캠페인이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동행동 측은 “‘보궐선거 왜 하죠?’라는 문구가 선거법 위반이라면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펜앤드마이크 3월 24일자 ‘여성단체 입에 재갈물린 선관위, ‘박원순 성추행’ 언급은 선거법 위반’ 제하 보도

박영선이 불러모은 김용민, 이상호, 박지희, 박영민은 ‘박원순 성추행’ 의혹 뒤집기 시도

박영선 후보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진보 유튜버들과의 공동 방송에 대해서도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영선TV’에서 ‘서울을 구하자’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다수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에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형식으로 진보 유튜버들과 함께 진행됐다. 이 토론회에 출연한 이들은 고발뉴스TV의 이상호 기자, 김용민TV의 김용민 PD, 박시영TV의 박시영 대표, 시사타파TV의 이종원 PD, 이동형TV의 박지희 아나운서, 새날의 푸른나무 PD 등이다.

이 단체가 이날 토론회를 문제삼은 것은 긴급 토론회에 나선 진보 유튜버들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를 향해 2차 가해 소지가 있는 발언을 했거나 박 전 시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가 이들과 함께한 것은 2차 가해에 가담한 것과 같은 것이라며 비판한 것이다.

앞서 '나꼼수' 출신인 '김용민TV'의 김용민 PD는 지난 1월 '박원순 성희롱? 또 물증 없는 단죄'라는 제목의 유튜브 방송을 한 바 있다. 그 방송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을 인정한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판사와 국가인권위가 박원순을 성추행범, 성희롱범으로 만들지 않아서 이렇게 애를 쓰는지, 직접적인 증거도 없이"라며 "반론권을 제대로 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발뉴스TV' 이상호 기자 역시 지난해 9월 피해자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대해 "김재련씨는 (성폭력 사건에 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성(性)의 국정원장이나 다름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기자는 해바라기센터가 박근혜 정부 시절 한나라당(새누리당) 인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해바라기센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만들어졌다. 기초적 사실조차 모르는 기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박영선TV에서 진보 유튜버들이 등장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영선TV 캡처]

'이동형TV'의 박지희 아나운서는 지난해 7월 2차 가해 논란을 일으켜 TBS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박 아나운서는 '청정구역' 팟캐스트 도중 피해자에 대해 "4년 동안 그러면 대체 뭐를 하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김재련 변호사와 함께 세상에 나서게 된 건지도 너무 궁금하다"고 말했다.

윈지코리아컨설팅 박시영 대표는 지난해 8월 '박시영TV' 방송에서 "김재련 변호사 태도에 대해 말들이 많다"며 "정치적 목적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제기가 있다"고 했다. 또 "(박 전 시장) 비서진 중에서 할 얘기가 많은데 지금은 할 때가 아니라고 보는 거 같다"며 "과거 비서 활동했던 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얼추 사실관계가 대략 파악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인권위도 성희롱으로 인정한 사건의 피해자를 짓밟은 게 진보냐”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성폭력 가해자는 증거를 남기지 않아 법원에서도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을 가지고 판단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실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음에도 2차 가해로 피해자를 짓밟은 이들을 어떻게 진보라고 부를 수 있나”고 반문했다.

단체는 “이번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는지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후보를 내고 말로만 사과하면서 피해자의 호소에는 눈감았다”며 ”‘피해호소인’으로 부르며 2차 가해를 하고 국가기관(인권위)의 판단을 무시하며 피해자를 고통 속에 내몬 자들과 함께 한 박 후보가 시장인 서울시에 피해자가 어떻게 일터로 돌아올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는 “피해자도 못 구하는 시장이 어떻게 서울시를 구할 수 있겠느냐”며 “박 후보의 사퇴를 권한다”고 촉구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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