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른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중간에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오른쪽에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중간에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0·30대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 재보선 사전투표율(20.54%)이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무려 400만 명에 달하는 청년층(20·30대)에게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청년층 표심은 지난해 열린 제1회 '청년의 날'에서의 대통령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제1회 '청년의 날'이었던 지난해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정(公正)'을 무려 37번 씩이나 언급했다.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자녀 군복무 중 무단 휴가 의혹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일명 인국공 사태)가 논란이 되던 시기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고,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공정을 찾아 나선 것은 언제나 청년들"이라며 "우리 정부 또한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고, 공정과 정의,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정(公正)'이 청년층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9.19(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0.9.19(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해 '공정'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진 청년층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제1회 청년의날에 '공정'을 무려 37번이나 외친 문 대통령과 같은 당적(민주당)을 가진 박 후보를 '공정'한 인물이라고 보고 있을까. 청년들의 핵심 가치 '공정'에 대한 박 후보의 시선을 알 수 있는 단면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강제 편성에서 드러난 박 후보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확인된다.

민주당 국회의원 신분이던 당시 박 후보는 지난 2018년 2월1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 단일팀 문제'에 대한 소견을 밝혔다. 그는 '남북 단일팀 문제로 세대 간 갈등이 생기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남북 단일팀 문제에 대한 (청년들의)상실감은 이해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이 상징하는 평화라는 것이 곧 젊은이들의 미래와 직결되기 때문에 우리가 베풀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답변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특별시장 후보.(사진=연합뉴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문제는 문재인 정부 초창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며 강조했던 '공정' 가치에 치명타를 입히는 사건으로 작용했다.

청와대가 국무회의 결과 브리핑을 발표하고서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 A씨가 자신의 SNS에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들었을 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알렸다. 결국 그는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편성은 그대로 강행됐다.

그런데,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문제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아이스하키팀에 주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다 2년 반만인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를 37번 씩이나 강조했다.

12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2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패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2.12(사진=연합뉴스)
12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조별리그 B조 2차전 남북단일팀과 스웨덴의 경기에서 패한 남북단일팀 선수들이 굳은 얼굴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18.2.12(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상환 판단에도 불구하고, 박영선 민주당 후보는 당시 해당 인터뷰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한 리더십으로 정치권에 때때로 어울리지 않게 풋풋한 모습을 보이는 부분에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는 사람들은 나를 원조 '친문(親文)'이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더니 박 후보는 지난달 30일부터 '더불어민주당'의 당명이 적혀있지 않은 점퍼를 입고 유세에 나섰다. '친문'을 강조했던 지난 시절과 달리, 일명 '문재인 마케팅'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과 일종의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청년 표심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과거에는 '친문'을 내세웠지만,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거리를 두는 모습을 포착한 유권자들은 이를 '공정'하다고 보고 있을까.

한편, 박 후보는 5일 오후 2시부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참석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마지막 TV토론회를 갖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3.30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1.3.30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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