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의해 폭침 당한 뒤 인양되고 있는 천안함 함수.(사진=연합뉴스)
북한에 의해 폭침 당한 뒤 인양되고 있는 천안함의 함수 부분.(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한 인사의 진정을 받아들이려다 유족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결국 '재조사 진정'을 각하 처리했지만 공분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바로 '천안함 좌초설'을 관철시키려는 재조사 행위가 현 정부에서 버젓이 일어났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천안함 폭침'이 북한에 의한 도발에 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재조사를 위한 명백한 증거 및 사유가 없는 상황에서 생존 장병과 유가족들이 반발하자, 선거를 앞두고 이를 서둘러 각하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일 오전 11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재조사 진정을 각하할 것을 결정했다고 알렸다. 문제의 '재조사 진정'은 '천안함 좌초설'을 계속 주장해왔던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넣은 것이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기소된뒤 5년6개월 만에 유죄를 선고받은 신상철씨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6.1.25(사진=연합뉴스)
'천안함 좌초설'을 주장하며 정부가 천안함 사고 원인을 조작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기소된뒤 5년6개월 만에 유죄를 선고받은 신상철씨가 25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2016.1.25(사진=연합뉴스)

최근 재조사 진정 민원이 접수된 사실이 알려지자,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 회장은 "청와대 앞에서 목숨을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격분했다. 천안함 함장이었던 최원일 예비역 대령 역시 "'사람이 먼저다'라던 이번 정부는 다를 줄 알았는데…참전장병으로서의 대우와 명예, 아니 기본적인 피해자라는 인권은 지켜지고 보장받을 줄 알았다"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당초 '천안함 좌초설' 등의 시작은 정치권에서 시작됐다. 유시민 前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송영무 前 국방부 장관,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후보 등이 그 근원이다. 지난 2010년 4월26일 언론에 박 후보는 "천안함 침몰이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나 수리 중인 美 해군 핵(核)잠수함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며 북한에 의한 도발 가능성을 배제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았다.

그러다 서울시장 공식 선거운동 2일차인 지난달 26일 자신의 SNS에 "장병들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해 공분을 키웠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사진=연합뉴스)

결국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2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권은 또다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더 조사한단 말이냐"며 강력 비판했다.

그는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민·군 합동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진 엄연한 역사적 진실"이라며 "이 정부는 아직도 천안함 좌초설, 조작설에 미련을 못 버렸다는 말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을 떠나 대통령직이 가지는 의미와 책무를 아직도 모르는 듯한데, 여당 후보로 나선 박영선 후보 또한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마지못해 인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며 "지금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준 유족에게 사죄해야 옳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입장 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본인 판단은 무엇인지 밝히시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천안함 폭침 재조사'와 관련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비판 전문.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동 연화리 서남방 2.5km 해상. 승조원 104명을 태우고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46명이 산화한 천안함 피격사건은 오는 26일 사건 발생 11년을 맞지만 그날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22분 백령동 연화리 서남방 2.5km 해상. 승조원 104명을 태우고 경계임무를 수행하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기습적인 어뢰공격을 받고 침몰했다. 46명이 산화한 천안함 피격사건은 오는 26일 사건 발생 11년을 맞지만 그날의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료사진)

[천안함 생존 장병, 전사자 유족의 절규]

천안함 생존 장병들은 "어제, 오늘 전역하고는 처음으로 살기 싫은 날이었다" "나라가 미쳤다” “몸에 휘발유 뿌리고 청와대 앞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외쳤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또다시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천안함 폭침 사건 재조사를 결정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더 조사한단 말입니까?

이미 천안함 피격 사건은 2010년 민·군 합동 조사결과, 북한의 소행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밝혀진 엄연한 역사적 진실입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아직도 천안함 좌초설, 조작설에 미련을 못 버렸다는 말입니까?

이 모든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공식 석상에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을 떠나 대통령직이 가지는 의미와 책무를 아직도 모르는 듯합니다.

대한민국의 심장, 수도 서울의 후보로 나선 박영선 후보 또한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대해 선거를 앞두고 마지못해 인정하는 데 그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과거 발언, "한미연합독수리훈련이나 미 해군 핵잠수함과 관련이 있다",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하는 데 있어서 기본적으로 정확하게 받쳐줘야 하는 데이터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자신의 과거 주장을 취소하고 사과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마음의 상처를 준 유족에게 사죄해야 옳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습니다.

정부의 입장뒤에 숨지 말고 대통령 본인의 판단은 무엇인지 밝히십시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열린 故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희생장병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2010.4.29(사진=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오전 평택 제2함대사령부 안보공원에서 열린 故천안함 46용사 합동영결식에서 희생장병에게 화랑무공훈장을 추서하고 있다. 2010.4.29(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