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코로나 백신 후진국’으로 전락시켰다. 백신 구매 지연 비판에 대해 단호하게 반박해 왔지만, 그러한 반박이 ‘거짓말’임이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 백신접종율 1.69%, 확진자수는 5,6배 증가 추세...이제야 백신도입 TF 출범시켜

지난 1일 기준, 한국의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은 1.69%에 불과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세계 111위다. 접종 속도가 빠른 선진국 위주로 ‘백신 여권’ 도입이 준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한국은 국제적 고립까지 우려된다. 칠레 35%, 멕시코 5% 등인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후진국만도 못한 수준이다.

코로나 확진자수도 오히려 증가추세이다. 100명 미만이었던 확진자수가 500~600명 선을 넘나들고 있다. 5,6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K방역의 우수성을 자랑해 왔던 게 무색할 지경이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만 역점을 두고 근본적 해결책인 백신 구매에 소홀히한 결과물이라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반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전 세계 각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움에 따라 백신 확보 경쟁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범정부 백신도입관리 태스크포스'(TF)를 별도로 가동해 백신 물량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1일 범정부 백신 도입 TF 회의 주재하는 권덕철 장관
지난1일 범정부 백신 도입 TF 회의 주재하는 권덕철 장관

영국의 백신접종율 45%, 확진자수는 20분의 1로 감소...7월이면 '코로나 이전'으로 정상화

영국은 우리나라와 정반대 사례로 꼽힌다. 영국은 백신이 남아돌 정도로 넉넉하다. 전 인구의 45%가 이미 1차 접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접종율의 26배에 달한다. 올 여름 이전에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8일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나섰다. 지난 1월 하루 확진자가 7만명 가까이 치솟았던 것이 접종 속도전에 나서면서 하루 확진자가 3000~4000명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루 확진자 수가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른바 ’백신 효과‘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70세 이상의 76%, 80세 이상의 86%가 각각 코로나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전 국민에게 1차 접종을 마친다는 목표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 백신 8종에 선투자해 모두 4억5700만 회분을 확보한 결과이다. 현재 매일 20만~25만 명을 접종하고 있다. 물량이 넉넉하니 9~10월경에는 70세 이상의 취약층에게 ‘부스터 백신’으로 불리는 3차 접종을 하자는 논의까지 나온다.

양국의 인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규모이다. 영국 6820만명, 한국 5182만명이다. 인구가 많을수록 접종률은 낮아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영국과 한국의 차이는 정부 능력의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사례이다.

한국의 범정부 백신 TF는 1일 출범...‘백신 자국 우선주의’에 한국인은 ‘막차’ 타야

문재인 정부는 백신 구매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상반기 1200만명 접종을 목표로 잡고 있었다. 집단면역은 11월 달성을 목표로 세워뒀다.

전문가들은 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까지 도입이 확정된 백신은 약 806만명분에 불과하다. 상반기 1차 접종 목표인 1200만명에서 400만명분 이상의 백신이 부족한 상태이다. 이에 정부가 뒤늦게 범정부 차원에서 백신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1일 코로나 백신 수급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범정부 백신 도입 TF(태스크포스)팀’을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TF팀장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TF는 백신도입총괄(복지부), 실무지원(질병관리청), 신속허가·출하 승인(식품의약품안전처), 원료수급지원(산업통상자원부), 국제협력지원(외교부) 등 5개 분야로 구성된다. 관계부처 처·청장과 차관이 참여한다.

권 장관은 이날 TF 첫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질병청이 백신 계약부터 접종까지 모든 업무를 맡았지만, 이번 TF 구성에 따라 질병청의 백신 도입 업무가 보건복지부로 이관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 세계가 백신 수출을 제한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진단한다. ‘백신 자국 우선주의’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상황에서 TF를 구성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은 ‘백신 막차’를 타야할 형편이라는 분석이다.

① “정부만 믿을 수 없어, 민간 기업도 나서야”

당초 들여오기로 했던 백신 공급 일정이 늦춰지거나, 아예 협상이 진전되지도 않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국내에 들어오기로 했던 ‘코백스 퍼실리티’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1만6000명분(43만2000회분)이 3일 국내에 도착한다. 물량은 당초 계획보다 12만9000명분 줄었다. 또 코백스가 공급하는 화이자 백신 14만8500명분(29만7000회분)은 6월 말에 들어온다.

앞서 코백스는 지난달 31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69만1000회(34만5500명)분 국내 운송을 개시할 계획이었지만, 1차 도입 물량과 일정이 모두 변경됐다. 인도 세럼연구소 생산 아스트라제네카 물량 공급이 인도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 등으로 지연되면서, 코백스의 상반기 백신 공급 일정이 모두 바뀐 것이다. 이 과정에서 1차 도입 물량도 25만9000회(12만9500명)분이 줄었다.

이에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2차 접종용 비축분을 최대한 활용해 1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고, 접종 일정 조정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극적인 대응 방안 이외에 정부 부처뿐 아니라 민간 기업 등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신 제조사들과 수출 제한 국가들을 움직일 수 있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외교부, 산업부, 국가정보원, 각국 대사까지 확보전에 참전해야 한다"며 "평소에 정부가 민간과도 의료 관련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갖췄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② 백신 자국 우선주의 만연...인도는 백신수출 중단, EU는 백신 수출 승인제 도입

해외 국가들은 부족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백신의 수출을 막고 있다. ‘백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것이다.

전 세계 백신을 대량 위탁 생산 하는 인도는 세럼연구소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중단했다. 최근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면서 자국민을 먼저 접종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영국은 표면상 백신 수출을 금지하지는 않았지만, 자국에서 생산한 백신을 먼저 인도하도록 하는 내용의 계약을 아스트라제네카와 체결했다. 즉 아스트라제네카는 영국에 먼저 백신 물량을 제공한 뒤에 수출할 수 있음을 명시한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역내에서 생산한 백신을 역외로 수출할 때 회원국의 승인을 받도록 조치했다. 여기에 더해 제약사들이 회원국에 계약한 물량만큼 충분히 전달했는지를 점검하기로 했다. EU보다 접종 비율이 높은 국가 중 수출 실적이 우수하거나 공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물량을 독점하는 국가에는 수출을 차단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인 ‘백신 자국주의’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인도처럼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3일 도착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이다. 코백스 행정절차를 밟기 위해 유럽에 반출됐다가 다시 도입된 것이다.

그나마 4월 셋째주 도착이 예상됐으나 조달 관련 행정 절차 등이 신속하게 완료되면서 예상보다 조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유럽으로 내보내지 말고 바로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전략이 오히려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관련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안동 공장 생산량 수출을 막고 우리나라가 먼저 접종한다면 다른 백신을 도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며 "아스트라제네카와 다른 나라가 체결한 공급 계약을 우리나라가 파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작은 것을 지키려다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한다.

③ ‘백신 막차’라도 제대로 타는 게 유일한 대안?...“선진국 접종 끝나는 3분기 이후 맞자”

선계약한 백신이 도입되기만을 손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 ‘범정부 백신 도입 TF(태스크포스)팀’이 가동됐지만 결국은 ‘막차’를 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주장도 거세다.

본격적인 백신 접종 자체를 3분기 이후로 미루자는 ‘뼈아픈 현실론’이다. 캐나다, 영국, EU등의 백신 선진국들이 면역체계를 형성하고 나면, 그 때 백신물량을 받아서 접종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계획하는 상반기 백신 예방접종 목표 인원은 약 1200만명이다. 1차 예방접종이 마무리 단계인 2~3월 접종 대상인 요양병원·시설의 65세 미만, 고위험 의료기관 종사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코로나19 환자 치료병원 종사자 등이 약 75만9000명이다. 여기에 요양병원·시설의 65세 이상을 포함한 2분기 접종 대상은 1150만2400명이다.

이들 모두가 최소 1차 접종을 하려면 아직 420만명분의 백신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개별 선구매 계약을 체결한 백신 가운데 2분기에 공급받기로 한 얀센과 모더나, 노바백스사의 백신은 도입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 불안감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 일정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접종 일정을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는 올해 3분기 이후로 미루고, 3분기부터 확보한 많은 백신 물량을 이용해 예방접종을 속전속결로 끝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차피 백신은 모자란다. 차라리 지금은 방역에 중점을 두고, 다른 나라 접종이 끝나가는 후반기에 백신 물량이 여유가 있을 때 대량으로 들여와 하루에 100만명씩 동시 접종하는 방안이 더 낫다"며 "물량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백신 선택권도 부여하고, 활동층의 집단면역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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