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상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김어준의 라디오 방송에 1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출연,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다. 불과 10여일 전만 해도 “다 이긴 선거다”라고 자신하던 모습은 오간데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의 패배를 예감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김어준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온 이 전 대표를 향해 초장부터 “민주당 선거 분위기가 밝을 수가 없다”고 날선 발언을 했다. 김어준은 이 전 대표 앞에서도 말을 가리지 않았다. 친노의 좌장으로 평가받는 이 전 대표도 김어준 앞에서는 작아지는 모습이었다.

이 전 대표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열세를 인정하면서도 ‘불씨’를 살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함으로써 선거법 위반 논란을 자초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박영선 후보에 대한 불씨를 살리려 애를 쓰고 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박영선 후보에 대한 불씨를 살리려 애를 쓰고 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① “지지율 격차는 1자릿수 이내로 좁혀지는 추세”...‘정체불명’ 조사 언급은 선거법 위반

“선거가 깜깜이 기간으로 들어갔는데, 격차가 여전하다는 조사가 꽤 많다”는 김어준의 지적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초반에는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최근에는 1자릿수 이내로 좁아드는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방송을 하기 위해서 확인하고 왔는데, 내부 여론조사 상으로 좁혀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좁혀지는 추이라고는 하지만 선거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더구나 사전 선거는 바로 내일인데, 역전이 가능하다고 하는 거는 너무 낙관적인 전망 아닌가?”라며 김어준이 연거푸 지적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지금으로 봐서는 꼭 역전을 확신할 수 없다”며 패배를 인정하는 듯한 대답을 했다.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달 19일 김어준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다스뵈이다> 155회에 출연한 이 전 대표는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으로 오히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게 불리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더구나 “방송을 하기 위해 내부 여론조사를 확인하고 왔다”면서 지지율 격차가 1자릿수로 좁혀졌다는 이 전대표의 발언은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정당 또는 후보자가 실시한 해당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는 그 결과를 해당 선거일의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또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되지 않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경우에는 처벌을 받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정체불명’의 당내 여론조사를 공공방송에서 언급한 것은 선거법위반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므로 선관위는 이해찬 전 대표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우선 사실 확인을 해보고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이해찬 전 대표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서 "다 이긴 선거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지난달 19일 이해찬 전 대표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서 "다 이긴 선거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캡처]

② “우리 지지층인 40~50대 결집해야 역전 가능”...선거판세와 동떨어진 확증편향

이 전 대표는 “역전을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지금부터는 결집이 중요하다. 우리 지지층이 40대 50대 중반까지인데, 그 분들이 어느 정도 (사전투표를) 하는가를 보면 짐작이 간다”면서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이 호소는 세상 물정 모르는 발언으로 치부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여론조사 공표금지 직전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오 후보가 박 후보를 여전히 크게 앞서는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오 후보는 ‘집토끼’인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에서도 높은 지지율을 확보하며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서울 거주 18세 이상 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오 후보라는 응답이 57.5%, 박 후보라는 응답이 36.0%였다. 두 후보 간 격차는 21.5%포인트로 나타났다.

오 후보가 모든 연령대에서 박 후보에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전 대표가 민주당과 박 후보의 지지층이라고 꼽은 40대(오세훈 50.7%·박영선 43.3%)와 50대(오 51.7%·박 45.8%)에서도 오차범위 이내 근소한 우위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보궐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확실하게 나타난 민심을 이 전 대표만 외면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확증편향이라고 보기에는 민심의 향방을 너무 모르는 것으로 지적된다.

이해찬 전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내 여론조사를 발언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이해찬 전 대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당내 여론조사를 발언해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캡처]

③ “이번 보궐선거 패배해도 대선 어려워지는 건 아냐”...윤석열의 지지율 1위는 언급도 안해

김어준은 “(야당에서는) 이번 선거의 성격을 ‘정권심판’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면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면 다음 대선도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대통령의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정권심판의 성격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대선이 어려워지는 건 아니고 약간의 장애물이 생긴다. 이렇게 보면 된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그러면서 “저쪽 당에서는 자체 후보가 없잖습니까? 밖에 있는 후보하고 연대를 하거나 통합을 해야 하는데. 그 자체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장 선거를 우리쪽에서 이기면 좀 순탄하게 될 거를 만약에 잘못되면 비포장도로로 간다고 보면 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대표의 이 발언 역시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이라는 후보의 존재를 애써 부인하려는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해찬 전 대표는 친노의 좌장으로 민주당의 핵심 인물이다. 그런 인식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동력을 점차 잃어가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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