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의도된 것 아니고 우연...굳건한 한·미동맹 발판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정의용 외교부 장관, 취임 두 달만의 첫 해외 일정으로 中 샤먼 방문
같은 시기 미국에서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열려..."왜 하필 그 기간에?" 논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왕이(王毅·67) 중국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한다는 것인데, 같은 기간 미국에서는 한미일 안보회의가 열리기로 돼 있어, 한국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국제정세를 오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31일 외교부는 정의용 장관이 내달 2일부터 3일까지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시를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과 양자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취임 두 달만에 첫 해외 출장지로 중국을 택한 것이다. 샤먼은 대만해협을 두고 대만과 마주한 곳으로써, 정 장관은 정부 전용기를 이용해 출장지로 향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 장관의 중국 출장 시기와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시기가 겹쳐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2일부터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근교 매리랜드주(州) 아나폴리스에서 한·미·일 3개국 국가안보보좌관 회의가 열리는데,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는 국면에서 한국의 외교 수장이 중국행을 택한 것은 미국 등 동맹국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등에 따르면 정 장관은 방중 기간 동안 고위급 인사 교류와 문화·경제 협력 등 한·중 양자관계에 관한 논의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등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국제 정세에 대한 입장 교환을 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중국 측은 한국 정부에 대해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에 동참하지 말 것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기간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는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바통을 이어 받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동맹국들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한편,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되는 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의용 장관이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지로, 그것도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이뤄지는 기간에, 중국을 방문하기로 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가 국제정세를 오판하고 한국을 미·중 갈등 리스크에 노출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선택 대상은 결코 아니”라며 “굳건한 한·미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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