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 지낸 웬디 커틀러
"한국은 TPP 협상 당시 주요 파트너였는데도 가입 시기 놓쳤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CPTPP 참여해 기다리는 게 바람직해"
국내 전문가들도 신(新)통상질서 대비 위해 CPTPP 가입 검토 촉구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한국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참여하라고 조언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기도 한 최고의 전문가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3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법무법인 광장 통상연구원과 공동 개최한 '제1차 CPTPP 통상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한국은 TPP 협상 당시 주요 파트너 중 하나였지만 관심 표명이 늦어져서 가입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CEP) 타결, 영국의 CPTPP 가입 신청, 중국의 CPTPP 가입 검토 등을 볼 때 한국이 CPTPP 가입을 재고할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현재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극복, 경제 회복 등 국내 현안에 집중하고 있어 CPTPP 재가입 여부가 불확실하다"면서도 "한국은 미국의 재가입과 관계없이 CPTPP 참여를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커틀러 전 부대표는 1988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입부한 이래 30년 가까이 일하면서 통상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 2006~2007년 한미 FTA 협상 당시 한국에선 "한국의 웬디 커틀러를 키워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다른 국내 전문가들도 신(新)통상질서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의 CPTPP 가입 검토는 매우 적절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경제연대를 강화하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향후 미국이 주도하는 통상협정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협력체를 구상할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은 미래 통상협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미 발효된 CPTPP에 가입해야 하는 구조상 기존 회원국보다 불균형적인 시장개방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며 "그럼에도 한·미 FTA가 발효된 지 9년이 지난 지금 CPTPP 가입을 추진하는 과정은 우리 경제체질을 한 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CPTPP 가입 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바로 이 때가 CPTPP 가입을 준비하기에 최적기라면서 한·미 FTA 당시 겪은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에 새로 도입될 법안조항들의 국내 수용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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