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정처없이 표류하는 모양새다. 北 김여정에 대한 눈치보기 논란에 이어 현 집권여당이 단독 강행한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인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우선, 북한의 철권 통치자 김정은의 여동생 北 김여정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3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의 자위권을 '유엔 결의 위반'이니,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니 하고 걸고 드는 미국의 강도적인 주장을 덜함도 더함도 없이 신통하게 빼닮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미국산 앵무새라고 칭찬해줘도 노엽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21일·25일 기습 발사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을 향한 공세다.
청와대는 이날 "유감"이라며 "북한도 대화 의지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는 수준에 그쳤다. 청와대가 촉구한 '남북대화'는,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통하는 부분이다.
문제는, 북한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물론이고 민간에서조차 이에 대응할 만한 수단이 묶였다는 것. 바로 현 집권여당이 강행한 '대북전단 금지법'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과반 의석수로 강행 처리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은 공교롭게도 北 김여정의 망언이 쏟아진 30일부터 시행된다. 해당 개정안의 핵심은 '대북전단 살포 금지 및 확성기 방송 금지'다.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및 3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우리나라가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부터 쏟아지는 까닭이다.
심지어 통일부는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기 5개월 전인 지난해 7월, 대북전단을 살포했던 북한인권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취소처분'을 통보했다. 통일부는 그 이유를 ▲ 법인 설립목적 이외 사업 ▲ 전단살포로 접경지역 주민 안전 위협 ▲ 한반도 긴장 조성 ▲ 정부의 통일 정책 저해 시도 때문이라고 알렸다.
법조단체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 회장 김태훈)'은 그해 7월27일 서울행정법원 현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자유북한운동연합 법률 대리인 이헌 변호사는 이날 저녁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의 본질을 훼손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변호사는 그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北 김여정'의 대북전단에 대한 비난 담화 이후 북한 인권단체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었다. 이 변호사는 이날 "향후 북한이 바라는 바대로 북한 체제와 지도자를 적대시 혹은 비판하는 일반 국민들의 모든 언행과 활동까지도 금지되는, 그런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금치 못했다.
결국, 당시 그의 우려와 지적은 불과 8개월만에 현실이 됐다. 현 집권여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 금지법'인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30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됨에 따라 더이상 누구도 북한에 전단을 살포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편, 법원은 지난 2015년 6월16일 '대북전단 살포행위 금지'에 대해 "북한의 체제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등의 표현 행위를 한 사람에게 표현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다는 논리에 이를 수 있어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의 행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5카합18).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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