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주목받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 대해 사실상 내년 대선을 노린 행보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보선에서 야당에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이미 계산해둔 발언들이라는 해석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임 전 실장과 전 법무부 장관 조국 등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치켜세우고 있는 데 대해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겨있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노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 지지자들 결집만 하더라도 50% 투표율 전후가 되는 선거에서 우리가 한번 해볼 만하지 않느냐, 샤이 지지자들까지 끌어들이면 해볼 만하지 않느냐 그런 거 아니겠나"라면서도 "자칫 하다가는 오만하게 보일 수 있고 '정부여당이 아직 정신 못차렸구나' 하는 지적도 있다면 집토끼를 잡으려다 산토끼를 다 놓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마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보궐선거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고 대선판까지 보고 한 말이 아닌가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 핵심에선 박 후보가 공개적으로 임 전 실장에게 박 전 시장 관련 발언을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고 있음에도 연일 다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3일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제하의 글에서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이자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완전히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와 여기저기 숨 쉬는 마을 공동체, 그리고 생활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꾼 찾아가는 동사무소, 찾동에서도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했다.

임 전 실장은 박 후보의 만류 다음 날에도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성찰과 평가도 이루어져야 한다"며 박 전 시장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했다. 조국 등은 박 전 시장을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며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에 비해 박 시장 시절이 낫다'는 등의 취지로 변함없는 지지를 표했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방송에서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정부를 지켜야 한다고 본다. 작심했다. 마이크 잡을 수 있는 데는 다 다니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에게 10만원씩 살포하는 구체적 정책까지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박 후보는 이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 다음 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서울시민 모두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7개월 전 정계은퇴를 선언한 이 전 대표가 바로 지금 시점에 등판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우선 이낙연 지도체제가 대선 출마 의사가 있는 이낙연 대표의 3월 9일 사퇴로 사라지자 당장의 선거에 필요한 리더십을 일정 부분 맡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공교롭게도 차기 대선 바로 1년 전에 다시 전면에 나선 걸 두고 민주당 내 친문계 제3후보를 내세우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후보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광재 의원,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지명도 높은 여권 내 유력인사들 모두 등판시키자는 '13룡 등판론' 이야기가 나돈다.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 측이 4월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이낙연 전 대표 등에게 묻고 본격적으로 '새 판 짜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치열하게 경쟁할 제3의 후보를 띄우려는 목적이다. 이 전 대표처럼 여권 내에서 권위 있는 인물이 유력주자들 간에 경쟁을 흥행시키는 동시에 이 지사의 탈당이라는 파국을 막는 관리 등에도 다방면으로 나서지 않겠냐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권 핵심에서 박영선 후보를 돕지 않는 데 대해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 후보가 서울시장 되는 것을 원하지 않나 보다"라며 "(민주당 쪽에서)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復權)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라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