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400여명이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 컨테이너를 숙소로 이용...韓정부는 사실상 공사 방치

2021년 2월 25일 경북 성주 사드기지 인근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공사 장비·자재를 실은 차들이 기지로 들어가려 하자 주민들이 저지하며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사진: 연합뉴스)

경북 성주에 배치된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와 관련해 미국의 강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주한미군의 열악한 생활 여건에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취지의 언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복수의 외교·국방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국무·국방장관 방한 당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서욱 국방장관과의 회담 및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계속 방치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하며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드기지 공사는 일부 사드 반대 단체의 저지로 수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장병들의 기초적 생활을 위한 물품 반입과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으로, 오스틴 장관은 장병들의 훈련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4월 첫 사드 배치 이후 성주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장병들은 4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여전히 낡은 옛 골프장 클럽하우스와 컨테이너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으며, 막사 공사는 4년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기나 상·하수도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완비되어 있지 않아 온수·난방이 잘 공급되지 않을 뿐더러 복도나 창고에서 야전 침대를 깔고 자는 장병들도 있다.

막사가 시설 개선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 있다곤 하지만 자재·장비 반입은 사드 반대 단체의 반대 시위로 막혔고, 정부도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대 시위로 인해 장병들에 대한 식량 공급까지 이뤄지지 않아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있다는 불만까지 전해지고 있다.

이에 미국 측이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unacceptable)'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한미 동맹에 대한 근본적 의심까지 제기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사드에 민감해하는 중국을 의식해 사실상 이를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사드기지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고질적으로 한미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7년 6월 청와대는 사드 부지에 대한 '철저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히면서 '환경'을 문제 삼았다. 이후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사드를 최종 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로 환경영향평가 결과는 아직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에 '3불'을 강조하고 있다. 2017년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질의에서 미국 MD(미사일방어)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미참여 등 3가지 사안에 대해 모두 계획이 없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는 당시 한중정상회담에서 나온 중국측의 요구에 한국이 동의한 것으로 비춰져 사드 문제를 둘러싼 양국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선 사드와 관련한 정부의 어설픈 대응이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드기지 공사를 막고 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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