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오 후보에 대한 맹공을 퍼부었다. 당초 오세훈 국민의힘 시장후보에게도 출연제의를 했으나, 오 후보는 출연하지 않았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자 입장에서 서울시 기관에 출연하는 것은 맞지 않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TBS에 대한 오 후보의 출연거부는 무슨 뜻일까?
오세훈이 출연 거절한 TBS ‘뉴스공장’...김어준이 여권 의원과 공직자 줄 세우는 곳?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강성 친문 의원과 공직자들의 단골 출연방송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에서 김어준은 상왕처럼 행동했다는 비판을 여러 번 받았다. 웬만한 국회의원은 김어준에게 깎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방송에 오 후보는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캠프 관계자가 완곡하게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시 기관에 출연하는 게 맞지 않다”고 표현했지만, 출연 거부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오 후보의 출연 거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동안 내곡동 땅에 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뉴스공장>에서는 오 후보에게 출연을 요청했지만, 오 후보는 한번도 수락하지 않았다.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에도 김어준은 보란 듯이 오 후보와 박 후보를 출연시켜 자신의 세를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의 출연 거부로 김어준은 머쓱해졌을 것이다. 오 후보의 출연 거부로 오 후보의 입장은 전날 간담회 내용이 방송됐다. 반면 박 후보는 전화 연결로 입장을 들었다. 이것 자체로도 이미 공정성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어준의 당초 각본과는 달리, 나홀로 전화 연결한 박 후보는 오 후보가 TBS 라디오의 예산 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드디어 TBS 방송 탄압이 시작된 것"이라며 "TBS 방송 지원 중단의 문제는 시장이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TBS 지원 중단의 문제는 서울시의회에서 조례를 고쳐야 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아직도 구분 못 하는 후보"라고 비판했다.
오세훈, TBS의 편향성 지적하며 개혁필요성 강조
앞서 오 후보는 신동아 3월호 인터뷰에서 TBS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예산 지원 중단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다. 단일화 되기 이전에 일부 야권 후보가 정치편향을 빚는 TBS에 서울시가 재정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을 하자, “시장이 되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며 “TBS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언론답게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원칙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가 먼저 TBS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조은희 예비후보, 나경원 예비후보, 금태섭 전 의원 등 당시 서울시장 후보들이 TBS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오 후보로서도 화답을 한 상황이었다.
사실 그동안 TBS 교통방송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여러번 제기되었다. 특히 <뉴스공장>은 편파적인 보도로 인해 징계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받아야 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봐주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선에서 그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발언에 대해 TBS 방송 탄압이 시작된 것이라고 비난했지만, 박 후보의 의견에 대해 공감할 사람은 강성 친문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4.7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어준의 지위 변화할 듯
1990년 교통방송으로 문을 연 TBS는 지난해 2월 서울시 산하에서 벗어나, 서울시 출연기관이 됐다. 새 법인명은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이다. 지난 2월에는 출범 1주년이라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하지만 방송운영재원은 여전히 서울시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교통방송 출연을 거부한 오 후보를 향해서도 김어준은 “서울시 기관이 아니다. 독립된 재단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연간 약 400억원을 교통방송에 지원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TBS가 편파적이라고 비판을 받으니까, 서울시 출연기관으로 법인명을 바꿨지만 사실상 변한 건 거의 없다. 오 후보가 시장에 당선되면 많은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교통방송국을 폐쇄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간단한 일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시 의회에서 조례를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 후보가 밝힌 대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방송으로 변모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김어준이 현재 누리는 상왕의 지위는 크게 변할 것이라 전망된다.
양준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