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영선 후보가 손을 맞잡고 보편적 재난지원금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회에서 만났다. 박 후보의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지지라도 아쉬운 판이다. 경기도 거주자인 이재명 지사의 한 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행사되지 못하지만, 이 지사도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박영선의 손을 꼭 잡은 이재명의 속내는 무엇일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일산대교-미시령-마창대교 공정한 민자도로 운영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만났다. 이 지사가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 인사를 하러 갔고, 인 의원이 박 후보를 불렀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운동권 대부 고(故) 김근태의 부인인 인재근 의원이 중재...이재명은 박영선 치켜세워

인 의원은 고(故) 김근태 전 의원의 부인이다. 김 전 의원은 운동권 정치계보에서 ‘대부’로 꼽히는 인물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다.

서울시장 선거 준비로 바쁜 박 후보가 우연히 국회 주변에 있었다는 가정이 아니라면, 인 의원이 두 사람의 만남을 중재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지사 측은 인 의원에게 오랜만에 인사드리러 갔다가 우연히 박 후보를 만났다고 밝혔다.

인 의원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손을 꽉 잡고 서로의 마음을 전달했다. 박 후보는 “손을 꽉 쥐여주시네! 마음이 전달됐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국회 의원회관과 야외에서 약 1시간 동안 덕담을 주고받았다.

이 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발언은 삼가면서도 박 후보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을 나타내며 사실상 박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 특히 박 후보의 재난위로금 지급 공약에 대해 “매우 잘하신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후보는 지난 19일 “서울시장이 되면 1호 결재로 서울 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원씩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지사는 “국가 재정이 경제성장이 기여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며 “경기도가 하고 다른 지방 정부도 같이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박 후보가 시장이) 되신 것은 아니나 이같은 정책 방향을 정한다고 하니 반갑다”고 화답했다.

오세훈에게 20% 뒤진 박영선, 이재명을 ‘최후의 동아줄’로 잡아?

박 후보도 적극적으로 이 지사의 도정에 대해 언급했다. 박 후보는 “소상공인 매출 관련 빅데이터를 점검해보니 설 이후부터 조금 회복하는 경향”이라면서도 “서울이 유난히 (회복) 속도가 느리고 경기도를 봤더니 괜찮더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서울은 주거지 주변 상점은 괜찮은데 남대문 등 도심 상점의 회복이 안되고 있다”며 “주로 외국인들이 와서 매출을 일으키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당장 대책이 안선다”며 “재난지원금을 위로금 형태로 줄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는 현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20% 정도까지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인 이재명 지사의 도움을 핵심 득표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사가 박 후보에게 ‘최후의 동아줄’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박 후보의 ‘보편적 재난 지원금’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보편적 재난지원금의 ‘원조’격인 이 지사와의 만남은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법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박영선 승리보다 차기 대선구도에 집중?

이재명 지사가 더 절실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지사 입장에서는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전날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면서 친문 지지층에게 구애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 전실 장은 ‘성추행’사건이라는 낙인이 찍힌 박원순 전 시장을 옹호함으로써, 친문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곤혹스럽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이 점을 임 전 실장이 모를 리 없다. 때문에 임 전 실장은 패색이 짙은 서울시장 보선 패배를 감수하더라도 내년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 ‘사전 물타기’를 시도한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펜앤드마이크 3월 25일자 ‘박영선을 곤혹케하는 임종석의 ‘박원순 용비어천가’, 대선판 흔들기인가’ 제하 보도 참조.

임 전 실장이 박 후보의 당선 여부와는 무관하게 ‘대선 판짜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낙선하게 되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의 존재감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당장 당내 대선주자로 이 지사가 혼자 남게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럴 경우 임종석 전 실장을 비롯한 86그룹의 친문 강경파가 제3의 후보를 등장시키는 데 유리한 정치지형이 형성된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 지사는 박영선 승리와 현 체제 유지 갈망...보선 후 여권내 역학구도 요동칠 듯

박 후보가 당선되면 여권이 현 체제를 유지할 명분이 강해진다. 이 지사가 원하는 방향이다. 이 지사는 정확하게 임 전 실장과 대치되는 지점에서, 박 후보의 손을 맞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박 후보가 낙선하게 되면 이낙연 전 대표만 치명상을 입는 게 아니라, 그 여파가 이 지사 본인에게도 미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일종의 페이스메이커로 남아주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 지사가 박 후보의 낙선을 바란다는 음모론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는다는 점에서 다른 친문 후보의 등장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박 후보가 서울시장에서 지면, 아무래도 내년 대선에 대한 위기감으로 현재 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인 이재명 지사 쪽으로 힘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이 지사가 박 후보의 낙선을 바란다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지사 입장에서는 본인이 박 후보의 승리를 원한다는 것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계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음모론이 거짓이라는 메시지를 친문 지지층들에게 주기 위해서라도 박 후보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된다. 그럼으로써 당내 친문 세력들 사이에 지지 기반을 넓히려는 의도가 더해졌을 것이다.

박 후보 입장에서는 자기 정치를 위해서 박원순 전 시장을 계속 소환하는 임종석 전 실장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본인을 지원해주는 이재명 지사의 손을 맞잡는 게 당연하다. 요컨대 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여권내 역학구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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