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 애틀랜타 총격살인이 ‘성 중독’ 사건이라는데...
‘침묵’은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 애틀랜타 총격살인이 ‘성 중독’ 사건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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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18일(현지시간) 뉴욕한인회 주최로 퀸스 플러싱의 레너즈스퀘어에서 열린 애틀랜타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했다.
빌 더블라지오 미국 뉴욕시장이 18일(현지시간) 뉴욕한인회 주최로 퀸스 플러싱의 레너즈스퀘어에서 열린 애틀랜타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쟁점이 변질되는 양상이다. 애초 아시아계 혐오범죄에 무게를 두던 경찰이 ‘성 중독’이라는 개인의 일탈로 수사방향을 바꾸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내 인종차별범죄 비판 여론 들끓는데 애틀랜타 경찰은 ‘성 중독’ 사건으로 왜곡 시도

그 와중에 사망한 4명의 한인여성이 근무했던 스파마저 ‘퇴폐업소’로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범죄라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StopAsianHate(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 해시태그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미 현지 보안관실 대변인이 살인 용의자를 감싸는 발언을 해 미국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문제의 대변인은 해임됐다. 애틀랜타 경찰이 피해 여성들을 버리고 가해자를 감싸는 방향으로 사건의 본질을 변질시키는 데 대해 미국인들이 격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격변의 과정에서 정작 한국 외교부는 특유의 ‘침묵 외교’를 선보이고 있다. 인종증오범죄일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우려가 제기되고 외교적으로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 입을 닫고 있다.

외교부는 자국민 보호의지 있나?...이틀 지났는데 사망자 나이도 몰라

심지어는 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이 지났는데 사망한 4명의 한인여성의 정확한 국적 및 나이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애틀랜타 경찰이 ‘인종증오범죄’가 아니라 ‘성 중독 사건’으로 몰아가려고 할 경우, 피해 여성들의 연령대는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외교부는 관심조차 없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경찰이 ‘성 중독’에 의한 범죄로 기소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 경우 사망한 한인여성들은 ‘매춘’ 혐의를 받게 된다. 한인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둔갑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외교부가 자국 국민을 보호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같은 문제 상황에 대해 외교채널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표명하고, 이를 발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는 묵묵부답이다.

한인여성 4명의 사망을 확인한 외교부는 지난 17일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이 사건·사고 담당 영사를 현장에 급파해 연쇄 총격 사고와 관련해 재외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면서 “필요시 신속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9일까지도 그 이후 조치에 대해서는 아무런 발표가 없는 실정이다.

애틀랜타 총격사건은 지난 16일 오후 5시부터 6시(현지시각) 사이 애틀랜타 인근 체로키 카운티의 마사지 업소 1곳과 애틀랜타 도심에 위치한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발생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8명, 그 중에서 4명은 한국계 여성으로 확인됐다. 골드 스파에선 한국계 여성이 3명이 숨졌고,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선 한국계 여성 1명이 사망했다.

총격이 발생한 곳은 3군데 마사지솝으로, 이 가게들은 모두 아시아계 주민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그 중 2군데는 한인 밀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때문에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혐오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용의자는 로버트 애런 롱이라는 21세의 백인 남성으로 밝혀졌다. 수사당국은 롱을 4건의 살인과 1건의 가중폭행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롱은 현재 체로키 카운티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애틀랜타 총기 사건의 쟁점으로 크게 3가지 정도가 꼽힌다.

① 자국민 보호의 기본도 안된 외교부, 사망한 한인여성들 국적과 나이도 발표 안해

애틀랜타 경찰이 용의자의 살인행위를 ‘성 중독’ 사건으로 몰아가려하고 있지만, 사망한 한인 여성은 중고령인 것으로 나타났다.

총격이 발생한 3군데 마사지솝 중 한 곳은 체로키 카운티에 위치하고 있다. 나머지 2곳은 애틀랜타 시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 두 지역의 거리는 48km 정도 떨어져 있고, 차로는 40분 정도 걸린다.

체로키 카운티에 있는 업소는 범인의 집 부근에 있고, 애틀랜타 도심에 있는 마사지솝은 자기가 다니던 업소라고 현지 경찰이 발표했다.

외교부는 사망자인 4명의 여성에 대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애틀랜타 현지 한인매체 ‘애틀랜타K’의 이상연 대표가 자세한 얘기를 밝혔다. 이상연 대표는 “사망자는 모두 한국계 여성으로 70대가 2명, 64세가 1명, 53세가 1명이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들은 모두 고령에 중년층 이상이다. 시민권자일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 국적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80년대와 90년대에 한국 국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자리잡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외교부는 더욱 문제해결에 속도를 내야 한다. 외교부가 이번에도 자국 국민의 생명과 안위에 대해 한발 늦은 뒷북 대응으로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펜앤드마이크는 사망자 신원 및 외교적 대응을 파악하기 위해 몇 번이나 외교부 취재를 시도했지만, “공보담당이 바빠서”라는 답변만 받았다. 그렇게 바쁜 외교부가 아직 한국계 사망자의 정확한 국적 및 신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틀랜타K'의 이상연 대표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세한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애틀랜타K'의 이상연 대표가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자세한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② ‘성 중독 원인’을 제거한다면서 70대 여성 2명을 사살... 외교부 적극 대응 필요

살인 용의자는 ‘성 중독 원인’을 제거하려고 했다면서 70대 여성을 2명이나 죽였다. 이 같은 자기모순은 이번 사건이 ‘인종증오범죄’임을 입증하는 단적인 증거로 꼽힌다. 외교부는 이 같은 사실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용의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SNS에서 “중국 바이러스 때문에 50만 명의 미국인이 죽었다. 중국과 맞서 싸워야 한다. 중국이 최대의 악이다”라는 포스팅을 올린 적이 있다.

또 사건 발생 이후에 현지 경찰은 다른 한인업소를 찾아다니면서 종업원들에게 “한 괴한이 총격을 난사하면서 아시안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으니 모두 대피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스스로도 “아시안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한 사실에서, 처음부터 혐오범죄에 중점을 두고 수사를 펼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갑자기 지난 17일(현지시간) 현지 경찰이 용의자의 범행 동기가 ‘성 중독(sexual addiction)’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체로키 카운티의 경찰서장은 “용의자는 유혹(의 근원)을 제거하기를 원했다”고 지적했다. 성 중독을 야기하는 유혹을 없애기 위해 총격을 가했다는 설명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는 “여성 종업원들이 일하는 마사지 업체가 자신의 성적인 욕망의 배출 수단이 됐다”면서, 마사지 업체를 없애버리기를 원했고 방문한 경험이 있는 곳을 표적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총격 장소가 마사지·스파 업소들이어서 이번 범행 동기가 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수사당국은 총격을 받은 마사지·스파 업소 3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애틀랜타 한인회 관계자는 “한인여성 4명이 사망한 스파 업소들은 퇴폐 업소가 아니다”라며 “그냥 일반적인 스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격이 발생한 스파 업소들은 애틀랜타 도심 한가운데에 있다. 미국 경찰의 단속이 얼마나 심한데, 도심 한가운데서 퇴폐 영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인회 관계자는 “현지 경찰이 성 중독 가능성을 제기한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인종 혐오 범죄일 경우는 형량이 많이 늘어나기 때문에 꼼수를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 중독은 일종의 정신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량이 굉장히 감소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초기 수사에서 용의자 롱의 총격이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아닐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수사당국은 결론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며 아시아계 혐오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③ 애틀랜타 경찰, 인종차별범죄 대신 성 중독 사건으로 기소할까...외교부가 주목해야 할 핵심 쟁점

애틀랜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성 중독 사건’으로 기소할 경우 총격범은 상당한 면죄부를 부여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망한 한인여성들이 원인제공자라는 성격이 부각되게 된다. 외교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핵심적 쟁점이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베이커 대변인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7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용의자 롱에 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베이커 대변인의 이 발언으로 아시아계 이민자사회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큰 분노가 촉발됐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총격을 가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며 보안관실 대변인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경찰이 용의자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왔다.

베이커 대변인은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가 17일 밤 갑자기 삭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그의 발언과 인종차별적 이미지 게시를 이유로 해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베이커 대변인은 교체됐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에리카 넬드너 체로키 카운티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 조사와 관련해 직접 언론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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