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연세대학교 수업 중 '일본군 위안부' 관련 발언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류 전 교수
두 번째 공판 12일 오후 서울서부地法에서 열려...김순환·김동희·한경희 등 검찰 측 증인신문 진행
검찰 측 증인들, "류 전 교수 행위는 '학문의 자유'로 볼 수 있다" 등 공소사실 부인하는 증언
"강제연행 실례 제시할 수 있나?" 질문에 한경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청산인, 장광설만
이동환 변호사 "檢, 공소사실 입증에 완벽히 실패했다...류 교수가 무고죄로 고소해야 할 판"

수업 도중 수강생과의 토론 과정에서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12일 오후 4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4단독 308호 재판정에서 류 전 교수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열렸다.

지난 2월 법원 정기인사 때 서울서부지법에 부임해 이 사건을 새로 맡게 된 박보미 판사(사시51회·연수원41기)는 검사 측 증인 세 사람에 대한 증인심문을 마치고 이 사건 공판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사건 공소사실에는 피해자의 실명이 명시됐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라고 한다면 취지상 대한민국에서 끌려간 할머니들을 지칭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광범위하게 본다면 과거 동남아 지역 등에서 끌려간 이들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고 측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데, 재판부 역시 그 의견에 공감합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관련해 피해자 단체가 어떤 부분에 대해 ‘허위’라고 주장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습니다. 검찰 측은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주십시오.”

검찰은 류 전 교수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범죄 사실로써 성립되기 위해서는 ▲공연성(표현이 여러 사람에게 전파 가능한 형태로 이뤄져야 함) ▲특정성(표현 대상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어야 함)을 만족시켜야 하며 ▲표현 내용의 허위 여부(적시한 사실이 거짓이어야 함) ▲명예훼손 발생 여부(적시한 허위사실로 명예가 훼손돼야 함)를 모두 따져야 한다. 이 가운데 판사는 우선 ‘특정성’과 ‘허위여부’에 대한 의문을 표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 판사는 검찰 측에 공소장에 적힌 내용만으로는 류 전 교수의 범죄 성립이 어렵기 때문에 공소장 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1. 3. 12. / 사진=박순종 기자
류석춘 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가 12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출석에 앞서 언론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1. 3. 12. / 사진=박순종 기자

◇“류 교수의 행위, ‘학문의 자유’로 볼 여지 있다”는 검찰 측 증인...검사와 싸우는 촌극도

이날 공판에서는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검찰 측이 신청한 이 사건 고소·고발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이날 증인으로는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 김동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관장, 한경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청산인(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등 세 사람이 출석했다. 증인신문은 김순환 사무총장, 김동희 관장, 한경희 청산인의 순서로 이뤄졌다.

공판검사는 우선 김순환 사무총장에게 피고인 류석춘 전 교수가 강의시간 도중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고발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며 강의내용 가운데 어느 부분이 ‘허위’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증인은 “언론을 통해 강의내용을 알게 됐다”며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은) 명확히 허위사실이라고 하기보다는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와 다르지 않느냐는 취지의 고발”이라고 답했다.

공판검사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이 ‘허위사실’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 측이 부른 증인 스스로가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을 ‘의견’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의견 표명이었다”는 류 전 교수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이었다. 어떤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처벌하려는 사람이 적시한 표현이 ‘사실’ 또는 ‘허위사실’이어야 하는데, 단순한 의견(견해) 표명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에 공판검사는 “‘경제적인 이유로 자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가 됐다’는 발언이 허위라는 취지로 고발한 것이 맞느냐?”며 김 증인을 다그쳤다. 하지만 김 증인은 “애매하다”며 “(류 전 교수의 수업 중 발언 내용이) 명확하게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답해 검사가 “증인은 류 전 교수의 발언 내용이 허위인지 사실인지도 모르고 고발한 것이냐?”고 되묻는 등 일대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류 전 교수 측 변호인은 김 사무총장에게 “피고인의 행위가 ‘학문의 자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느냐?”고 물었고, 김 사무총장은 “일부 그런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조선인 위안부’ 강제연행 사례 제시 못 한 검찰 측 증인...류 전 교수 승소로 끝나나?

이어서 김동희 관장과 한경희 청산인이 차례로 불려나왔다. 본디 한경희 청산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먼저 있을 예정이었지만, 김동희 관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먼저 증인 신문을 받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에 김 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먼저 이뤄졌다.

이들 두 사람은 수년간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관련한 일에 종사해 온 이들이었기 때문에 검찰 측과 류 전 교수 측 모두 앞선 증인신문보다 무게감 있게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류 전 교수의 발언이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연행’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써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것인가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교육함으로써 사실과 다른 증언(실제로는 ‘강제연행’ 피해 사실이 없음에도 그같은 피해사실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인식하게끔 하는 증언)을 하게 만들었는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에서 간부로 활동한 이들 가운데 지난 2014년 위헌정당 심판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통진당) 간부로 활동한 사실이 있는 이들이 있는가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김 관장과 한 청산인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검찰 측은 세 가지 쟁점에서 모두 류 전 교수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 그에 대해 류 전 교수 측은 검찰 측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 및 증거들을 제시함으로써 검찰 측 주장을 탄핵하는 데에 온 힘을 쏟았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강제로 연행됐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무엇인가?”하는 검사의 질문에 증인 김동희와 증인 한경희 두 사람 모두 “할머니들의 증언이 바로 그 증거”라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검찰 측은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유엔(UN) 경제사회이사회 인권위원회 여성폭력문제 특별보고관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지난 1996년 작성한 보고서(이하 ‘쿠마라스와미 보고서’)와 1993년 8월3일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발표한 특별 담화 등을 ‘강제연행’의 증거로 내밀었다.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2014. 8. 12. / 사진=연합뉴스
라디카 쿠마라스와미. 2014. 8. 12. /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류 전 교수 측은 “‘쿠마라스와미 보고서’가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요시다의 증언은 이미 허위였음이 밝혀졌다”고 맞섰다. 또한 류 전 교수 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주장해 온 여성들의 증언이 바뀌어 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류 전 교수 측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용수(93) 씨를 들었다. 이 씨는 초기 증언에서 “어떤 남자가 빨간 원피스와 가죽 구두를 주길래 그것들을 받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집에 알리지도 못하고 선뜻 따라나섰다”고 했으나 나중에는 “밤중에 집으로 쳐들어 온 일본 군인들이 나를 강제로 끌고갔다”는 식으로 증언을 바꿨다. 법정에서 증언이 증거로써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일관성이 유지돼야 하는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류 전 교수 측 주장이었다.

류 전 교수는 또 “‘고노담화’(河野談話)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의 문서인데, 이후 일본 정부가 직접적인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해석이 바뀌고 있다”며 “그 이유는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는 데에 20여년의 세월이 걸렸기 때문이고, 요시다의 증언을 보도한 아사히신문(朝日新聞) 역시 해당 기사가 오보였음을 인정하고 기사를 내렸다. 검찰 측이 ‘강제연행’의 증거로 제시한 ‘고노담화’라든지 국제기구의 문서들은 그 사이에 나온 문서들인데, 그런 문서들을 작성하는 데에 관여한 이들의 경력을 살펴보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전문가들이 아니어서, 과연 그런 문서들에 권위를 부여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는 의견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류 전 교수 측의 이같은 반론에 한경희 증인은 “지난 1991년 9월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전화를 처음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240여명의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알려왔고, 연구에 따르면 북측에도 2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있다”며 “해외에도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고 했다. 한 증인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스마랑 위안소 사건’을 들었다. ‘스마랑 위안소 사건’이란 군령(軍令)을 무시한 일부 일본 군인들이 1944년 2월 당시 네덜란드령(領) 인도네시아 스마랑섬에서 네덜란드 여성을 납치·감금하고 강간을 자행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류 전 교수는 한 증인에게 “스마랑섬에서 발생한 사건 외에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을 강제로 연행한 사례가 있다면 단 한 가지만 추가적으로 제시해 보라”고 요구했다. 한 증인은 “‘강제성’의 근거는 실제로 (일본군이) 끌고 갔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그 당시 상황이 강제적이었느냐, 아니었느냐에 관한 것”이라며 장광설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류 전 교수의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한경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청산인(전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2020. 5. 11. / 사진=연합뉴스
한경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청산인(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 2020. 5. 11. / 사진=연합뉴스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교육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류 전 교수는 이어서 “정대협이 운동 2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책자에는 ‘수요집회가 교육활동의 일환’이라고 기록돼 있고 그 기술은 ‘처음에는 피해자에 불과했지만 나중에는 인권활동가로 변신했다’는 취지”라며 “그런 각도에서 보면 ‘정대협’이 할머니들을 교육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수업 시간 중 내 발언의 취지인데, 한경희 증인의 생각이 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한 증인은 “30년 간 이어져 온 활동을 보며 ‘수요시위는 역사교육 및 인권교육의 현장’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며 “수많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아직도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데, 일부 할머니들은 (‘정대협’의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용기를 갖고 반복적으로 증언하고 이를 서로 지지하게 됐다”고 답했다. ‘피해 할머니들을 교육한 사실이 있다’는 주장을 사실상 인정하는 취지의 증언을 한 것이다.

◇이동환 변호사 “검찰, 공소사실 입증하는 데에 완벽히 실패...류 전 교수가 무고죄로 고소해야 할 판”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이 사용했다고 하는 태블릿PC는 조작됐다’고 지적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에 대해  관련 보도를 한 JTBC 측이 변 고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서 변 고문 측을 대리하고 있는 이동환 변호사는 이날 공판 진행 과정을 모두 보고 “검찰 측이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에 완벽히 실패했다. 이 상태로라면 검사가 공소장을 변경하더라도 류 전 교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이 사건 고소·고발인 측 증언 내용을 보면 오히려 류 전 교수가 이들을 무고죄로 고소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사건 초기부터 류 전 교수의 재판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구하며 류 전 교수 측에 법률 조언을 해 왔다.

다음 공판 기일은 오는 4월21일 오전 11시로 정해졌다. 류 전 교수 측은 한국과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반일종족주의》의 대표 저자 이영훈 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와 황의원 미디어워치 대표이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가 이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이 전 교수는 일제 강점기 당시 매춘과 공창제의 실상에 대한 연구 결과를 증언하게 된다. 황 대표는 ‘정대협’에 대한 ‘종북’(從北) 의혹을 제기한 기사와 관련해 ‘정대협’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한 경험을 바탕으로 당시 취재 과정 등을 비롯해 ‘정대협’을 ‘종북단체’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작성한 근거와 관련한 증언을 할 예정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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