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오른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왼쪽에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오른쪽에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변창흠 딜레마'에 빠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기상천외한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으로 이번 4·7 보궐선거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 LH 사장이었던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을 두고 문재인 정부는 오도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변 장관은 '즉각 사퇴'의 뜻조차 밝히지 않았다.

특히 '변창흠 경질론'의 여파를 맞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곧장 '눈치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토부 관계자들은 지난 11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도저히 말씀드릴 수가 없다", "곤란하다"라는 반응을 내놨다.

다음날인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변 장관은 '경질론'에 대해 "그 역할이 충분하다고 평가되지 못했을 때 언제든지 자리에 연연 않고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즉, '지금 당장은 물러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2021.3.11(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고 있다. 2021.3.11(사진=연합뉴스)

앞서 '변창흠 경질론'에 대한 당·정·청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변창흠 경질론'에 선을 그었지만, 정부 입장은 그렇지 않았다. 여러 목소리가 쏟아져나오면서 '내부 이견 충돌 현상'이 포착된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총리 브리핑에서 "변창흠 장관도 (LH 의혹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는데, 정작 이날 오전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기자들에게 "변창흠 장관의 거취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은 변 장관의 2·4 부동산 대책 추진에 차질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정·청이 모두 '따로 노는' 행태가 확인됐다.

변 장관의 2·4 부동산 대책에 힘을 실은 문재인 대통령에 따르면 변 장관 경질은 이대로 묻힐 공산이 크다. 이대로 변 장관에 대한 문책 없이 국정이 강행될 경우, 공교롭게도 변 장관은 오는 4·7 보궐선거일에 '취임 100일'을 맞이하게 된다. 국토부 장관 업무 적응기(100일)를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문재인 식(式) 부동산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상당한 '민심 이반 사태'가 예상된다.

리얼미터 제공.(사진=연합뉴스)
리얼미터 제공.(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연일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전체 3만5천348명) 중 2천6명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불과 31%를 기록했다. 나머지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았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리얼미터 홈페이지 혹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번 선거를 코앞에 두고 변 장관을 경질할 경우, 당·정·청이 따로 놀고 있음을 시인하는 것을 넘어 본격적으로 정부 각 부처가 말을 듣지 않는 일명 '절름발이 오리(Lame duck, 레임덕)' 신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청이 가장 우려하는 경우다. 대선까지 불과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다할 친문(親文·문재인 중심 세력) 적자가 마땅치 않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할 공산이 크다. 앞서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은 '드루킹 불법 댓글 조작 사건'에 휘말린데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한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어 친문 적자 경쟁에서 상당한 정책 동력 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
변창흠 국토부 장관

그러다 보니 민주당 내에선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의 발언과 달리 경질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LH 사장이었던 변 장관과 경기지역 본부장이었던 현 LH 사장 대행은 책임지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오는 15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내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변 장관은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LH 사태로 국민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게 최대한 대안을 만들고, LH가 근본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의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도, '대안을 만들 것'이라는 그의 발언을 통해 변 장관 스스로 사퇴할 뜻은 갖고 있지 않다는 결론으로 향한다.

지금까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청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설사 변 장관이 경질된다 하더라도, LH 사태를 단초로 민심 이반은 시작된데다 레임덕 현상까지 포착됐다. 변 장관이 경질되지 않더라도, 이를 둘러싼 각종 비판은 내년 대선까지 계속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변 장관은 즉각 사퇴의 뜻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한편, LH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도 냉담하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지난 11일 "이쯤에서 부동산 투기를 덮고 싶어하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분명하게 확인했다"고 꼬집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최근 언론을 통해 "LH 사태는 공정한 게임 룰을 조작한 것"이라는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3월 5일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실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의 국토교통위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2021.03.05(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의원들이 지난 3월 5일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실에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충모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직무대행의 국토교통위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진선미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2021.03.05(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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