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통령 선거의 향방은 '공정성(公正性)'으로 점쳐진다. 대통령 선거를 꼬박 1년 앞둔 상황에서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두고 '공정'이라는 가치가 정치권을 관통하는 모양새다.
이번에 폭발한 LH 임직원들의 기상천외한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특히 '공정'은 연일 지지율 최대치를 갱신 중인 윤석열 前 검찰총장의 '입'을 통해서도 언급됐다. 윤 전 총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LH 사태는 공정한 게임 룰을 조작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발전의 원동력은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한 경쟁'"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도 '공정성'을 주요 가치로 삼았다.
그런데 당초 공정성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 먼저 거론했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사에서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지난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에 의한 신도시 사전투기 의혹이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 의해 폭로됐다. 연루된 직원은 20여 명가량인데다 관련 액수도 100억원에 달한다. 이번 사건의 관건은 '정부기관의 독점 정보 불균형에 의한 기회 박탈'로, 돌이키기 힘든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문 대통령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간담회에 참석해 "지금 LH 공사 직원들의 토지 투기 문제로 국민들의 분노가 매우 크다"면서 "이번에 방지책을 마련하면 우리가 분노를 넘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 내내 '내로남불, 이중잣대' 논란을 야기하다가, 임기 1년을 남기고서 또다시 '공정성' 문제에 휘말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 윤 전 총장이 '공정성'을 언급하면서 연일 지지율 최대치를 갱신 중이다. 10일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천5명을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 지지율은 무려 29%로 집계됐다. 범야권 차기 지지도에서는 29.8%로 기록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공정성'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구도에 선 것이다.
그렇다면 '공정성'을 언급한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입지는 어떠할까. '내로남불·이중잣대' 등 공정성 논란에 단초가 됐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인식을 통해 범여권의 인식이 엿보인다. 범여권에서는 '공정성'이라는 가치에 이어 '반문(反文, 문재인 대통령 반대세력)' 여부로 옮아간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제나 자신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언동을 했다"며 "그는 대통령을 꿈꾸는 반문재인(反文) 야권 정치인이 됐다"고 단언했다.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모두 엮인 것이다.
조 전 장관의 이같은 판단 역시 여론조사에 반영됐다. 지난 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3만5천348명을 상대로 통화를 시도해 2천6명이 응답했다(5.7%). 그중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31%를 기록했는데, 역으로 약 69%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거나 응답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p,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조 전 장관 발언대로, '반문재인(反文) 세력권'이 보다 명확해지는 대목이다.
야권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소속의 한 국회의원은 최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비록 그가 돈 한푼 받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등 가혹한 수사를 했지만, 지금 그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문재인 정권의 완전한 교체"라며 "보수 진영 인사들을 상대로 한 정권 수사에 대한 참회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정권 교체부터 더욱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는 의견을 밝혔다.
여야 모두 '공정성'을 들고 나왔지만, 결국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사이에 두고 '친문재인(親文)-반문재인(反文)', '민주당-반(反)민주당' 구도가 형성된 모양새다.
한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당분간 대외활동 없이 칩거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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