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사진=연합뉴스)

'여직원 성추행'으로 촉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불과 30여 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정작 야권에서는 '단일화' 방식을 놓고 이렇다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진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시 공동 운영' 등 "화학적 결합"을,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무작위 여론조사"를 강조하고 나섰다. 양 측 입장 모두 경선 투표 방식에서 이견을 보인 것이다. 그런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오는 18일까지 불과 10일밖에 남지 않아 시간은 더욱 촉박한 형국이다.

오 후보는 지난 5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승자 독식으로 이기는 어느 한 분이 출마하는 게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보자"고 말했고, 안 후보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무작위 100% 시민 여론조사가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라며 단일화 협상 결렬 시 후보직 양보 가능성에 대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후보는 지난해 12월20일 전격적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선언문에 따르면 안 후보가 아니라 야권 전체 승리를 향해야 하지만, 정작 특정 경선 투표 방식을 주장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진 모양새다. 대체 왜 그럴까.

국민의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제안을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안철수 후보 개인의 이름값으로 개별 후보 간 여론조사에서 선전할 수 있지만 조직력 상 열세라는 분석이다. 불과 3석의 국민의당 조직력은, 100석이 넘는 국민의힘이 가진 정당 지지율과 당 세포 등 '조직력' 비교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대규모 선거인단 구성은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맞대결시 경쟁력을 묻는 형식으로 제3지대 단일후보 선출과정에서 사용된 '무작위 100% 시민여론조사'를 활용하자는 뜻으로 읽힌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펜앤드마이크 본사에서 천영식 대표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21.01.11.(사진=펜앤드마이크, 조주형 기자)
오세훈 前 서울시장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펜앤드마이크 본사에서 천영식 대표와 신년 인터뷰를 가졌다. 2021.01.11.(사진=펜앤드마이크, 조주형 기자)

그렇다면, 국민의힘에서는 어떤 안건을 내놨을까. 국민의힘의 야권 단일화 실무 협상을 추진 중인 김근식 비전전략실장은 최근 "야권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시민참여형' 단일화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며 "전화를 받는 무작위 1000명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야권 승리를 바라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절실하게 바라는 분들이 직접 참여해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바로 당원 여부와 관계없이 서울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완전국민참여경선제'인 일명 '오픈 프라이머리'이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이미 10년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당시 무소속 후보가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해 사용했던 방안이다.

김근식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지난 5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정된 1000명이 아니라, 수십만 명이 야권 단일화의 주체가 돼서 참여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일부.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비전스토리텔링 PT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1.1.29 [국회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근식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비전스토리텔링 PT에서 발표하고 있다. 2021.1.29 [국회사진기자단, 사진=연합뉴스)

- 오픈 프라이머리 취지가?
▲ 지금 시점에 누가 앞서 가는지, 그리고 그 사람을 뽑는 게 단일화가 아니다. 야권 단일화 과정을 거쳐 선출된 후보가 이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단일화라는 취지다.

- 자세한 설명을.
▲ 단일화된 후보가 이길 수 있도록 하려면 딱 한번의 여론조사, 그것도 제한된 1000명만이 응답하는 단일화가 아니어야 한다. 물론 그걸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만 하기에는 너무 이 시간이 너무 아깝다. 계속 지지를 넓혀나가고 지지를 결집시켜나가는 단일화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근본 취지에 동의한다면, 오픈 프라이머리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제한된 1000명만의 전화 응답 방식이 아니라 수십만 명이 직접 단일화의 주체가 돼서 참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그래서 '국민참여경선'인가?
▲ 그렇다. 서울시민 자체가 직접 참여 주체가 된다는 게 핵심이다. 당연히 단일화의 정당성이 생기고, 강성 보수 세력에서부터 중도세력까지 모든 스펙트럼이 함께 할 수 있다. 저는 안철수 혹은 오세훈 후보 누가 된다 하더라도 단일화 후보에게 모두 다 득이 되는 일이라고 본다. 즉, 여론조사만 논의하다는 것은 단일화의 근본 목적과 안맞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은 오는 19일이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 4·7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등록 접수처가 마련돼있다. 2020.12.8(사진=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 4·7 재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등록 접수처가 마련돼있다. 2020.12.8(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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