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전격 사퇴했다. 이로써 차기 대권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윤 前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본관 앞에서 "총장직을 사직한다.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그가 말한 '어떤 위치'가 바로 '정치권'으로 읽히면서 '차기 대권 도전 가능성'까지 확장된다.
윤 前 총장이 있게 될 '어떤 위치'에 따른 정계 진출 시나리오는 2개다. '국민의힘'으로의 진입과 '제3지대' 편성 시나리오다.
#1. 국민의힘 잡아먹는다?
윤석열 前 검찰총장이 사퇴를 표명하면서 향후 그가 갈 수 있는 선택지는 야권으로 향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비롯한 제3지대가 그것이다. 국민의힘에 윤 전 총장이 들어가는 경우, 어떻게 전개될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우리 당으로 올 거라고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별의 순간'이라는 건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지, 누가 얘기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들어갈 경우 故 김영삼 대통령의 정계 개편 시나리오를 따라갈 수도 있다. 과거 YS계가 민주자유당 당권을 장악했던 경우다.
故 김영삼 대통령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고 말했는데, 윤 전 총장 사퇴가 향후 그 단초가 될 수도 있다. 다만, YS계는 이미 다량의 정치세력이 있었기 때문에 당권 장악이 어렵지 않았지만 현재 윤 총장의 경우 이렇다 할만큼 뚜렷한 정치적 지지세력을 구축하지 않은 상태다. 불과 1일 전 공직을 사퇴했다는 현실적 제한이 따른다.
#2. 제3지대화?
그러다보니 '제3지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총장은 전날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어떤 위치'에서든 싸울 것을 강조했다. 그가 말한 '어떤 위치'는, 현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향후 행보와도 무관치 않다. 야권이 향후 어떻게 재편되느냐는 이번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여부에 달렸으므로, 윤 전 총장의 거취도 그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야권이 후보 단일화 실패 이후 보궐선거마저 이렇다할 결과를 내지 못하면 안철수 대표의 입지는 물론, 3지대 일대에서 표류하는 윤 전 총장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제3지대로 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3. 야권 합류 조건은?
윤 전 총장이 야권에 합류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일까.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에 등용돼 과거 보수정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적폐수사를 했다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말했다. 홍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권력의 사냥개 노릇이나 하면 그런 꼴을 언젠가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을 진즉 알았어야 했는데, 결국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고 말했다. 정규재 자유민주당 예비후보도 이날 "윤석열의 정계진출 조건은 바로 박근혜 前 대통령에 대한 형집행정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의원은 5일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돈 한 푼 받지 않은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씌우는 등 가혹한 수사를 한 점에 대해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느정도 참회가 필요하다고는 본다"며 "다만,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문재인 정권 교체이기 때문에, 지금은 정권 교체의 절박성을 고려해 감내해야 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다른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의 또다른 의원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만둔 게 불과 어제인데, 지금 누구도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 누가 있겠느냐"며 "지금 코앞에 닥친 일은 전임 시장들의 전횡에 의해 발생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이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장에 따른 정계 개편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고도 볼 수 있다.
#4.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무슨 생각?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윤 총장에 대해 "그 사람이 정치를 하고 싶어하는지 아무도 모르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그간 김 위원장은 "3월에 '별의 순간'이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해왔었다. 결국, 야권 정계 개편의 향배는 윤 총장 거취에 따라 움직이는 형국이 되고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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