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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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여권(與圈)이 추진 중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움직임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여당의 이같은 시도를 ‘졸속 입법’과 ‘법치 말살’ 등으로 규정하며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헌법 정신의 파괴”라는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여당의 주도 하에 이뤄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함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크게 축소됐다. 여기에 더해 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추진하며 검찰에 남은 수사권을 중수청으로 이전하고 검찰에는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만을 남기는 방향으로 사법 제도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여권의 이같은 움직임에 윤 총장은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날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추진되는 입법은 검찰 해체”라며 “민주주의의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는 공식 견해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은 “(이는)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입법이며, 직(職)을 걸어 막을 수 있는 일이라면 100번이라도 걸겠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도전했기 때문에 여권이 이같은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윤 촌장은 “종전까지는 검찰에 박수를 쳐 왔는데, 근자의 일(현 정부 비리 수사)로 반감을 가졌다고 한다면 내가 할 말이 없다”며 “검찰은 진영이 없고 똑같은 방식으로 일해왔다. 법정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졸속입법이 나라를 얼마나 혼란에 빠뜨리는지 모를 것”이라고 답했다.

여권의 무리한 권력구조 개편 시도에 정치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검찰 수사권 폐지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면 부패가 창궐할 것이라는 윤석열 총장의 호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도 같은 날 “정권과 검찰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조짐”이라며 여권의 중수청설치법 강행에 “대한민국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국회의 거수기들을 이용해 갈아엎으려는 시도에 대한 저항”이라는 평을 했다.

윤 총장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해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인터뷰는 ‘중대범죄 대상 검찰의 직접수사권 전면폐지’를 전제로 한 중수청 입법 움직임에 대해 우려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평소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대한 소신을 직접 밝힌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일선청의 의견을 취합 중에 있기에 취합이 완료되면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 입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해 여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출마 방지법’ 도입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지난해말 열린민주당 대표 최강욱 대표가 대표발의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각각 검사와 판사의 공직 출마 제한 기간을 종전의 90일에서 1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올해 7월 검찰총장 임기가 만료되는 윤 총장이 만일 내년 3월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오는 3월9일 이전에는 사표를 제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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