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성추행'으로 촉발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국가수반이 직접 나서면서 오히려 권력에 의한 관권선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바로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행' 때문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불과 40여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직접 부산신항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회에 참석해 "가덕도 신공항이 들어서면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정 중인데, 국토부(국토교통부)가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강력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현행법을 뭉개라는 뜻으로도 읽혀진다. 국가재정법상 엄연히 명시된 '예비타당성조사'를 특별법으로 무력화한 가덕공항설치법에 대해 문 대통령은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정부는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 등이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공통적 요소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예타면제) 항목'이다. 그런데, '예타면제 항목'은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대규모 사업에 대해, 그 타당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예타면제된 대규모 사업의 사업계획과 타당성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예비타당성조사'란, 대규모 국가시설 건설 사업을 앞두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사전 조사 과정이다. 국가재정법 제38조를 근거로, 기재부 장관은 총액 500억 원 이상 및 국가 재정 300억 원 이상인 신규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보고할 것을 명시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밝힌 '2021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I·II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를 에 대해 올해 대규모 사업 중 예타면제된 11개 사업은 무려 10조가 넘는다. 전체 12조원이 넘는 사업 중 90%가 예타과정 없이 추진된다고 분석됐다. 해당 보고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일부 사업 중에는 예산 집행가능성이 부족한 사업들이 있으므로 면밀한 점검과 보완을 통한 타당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의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대안)'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조항을 내걸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부산을 방문해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이날 변창흠 국토부장관 등에 "가덕신공항은 기재부부터 여러 부처가 협력해야겠지만,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2030년 이전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고 추진 당위성을 강조 및 주문했다.
앞서 국회 예결특위 등에서 강조한 '예타면제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선거 40일 전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으로 모조리 덮히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김현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왜 갑자기 대통령은 곳간지기 경제부총리를 대동하고 부산 방문을 하는 것이냐"며 "정권 말기 곳곳에서 레임덕이 목격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의 재보궐선거 지원이 눈물겹다"고 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미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이번 선거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회는 26일 오후2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2월 임시국회 법안으로 논의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등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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