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왼쪽)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2.22(사진=연합뉴스)
신현수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왼쪽)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2.22(사진=연합뉴스)

"그렇게 각을 세우던 윤석열 검찰총장도 끝내 떠나지 못했다."
"하다못해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과 굳이 척을 지려고 하겠느냐"
"만약 그럴 경우, 최고 권력자로부터 낙인 찍혀 여생을 완전히 종칠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 청와대 주요 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만나 이같은 '시각'을 확인했다. 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기용한 신현수 민정수석은 '문재인 권력'을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의 '불통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고 권력자와 완전히 선을 그어버리는 선택을 할 수는 없었다는 것. 최고 권력자로부터 집요한 보복을 당할 공산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최고 권력자는 현재 임기를 고작 400일밖에 남지 않아 '절름발이 오리(Lame duck)' 신세로 전락 중이다. 이런 상황에 '레임덕' 상태를 폭발시킬 수도 있는 단초를 가장 먼저 마련할 경우, 그 책임을 모두 뒤집어 쓸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신현수 민정수석,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신현수 민정수석, 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최근까지 일명 '사법개혁'이라고 불리는 '검찰 학살'과 '법원 변혁'을 정권 입맛에 맞게 휘둘러왔다. 그러다 이번 달 초, 검찰 고위급 인사 과정에서 '핀셋 인사'가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중진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를 강행하면서 신현수 민정수석과 불통설이 빚어졌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에게 수차례 사의를 표명했고, 지난 18일 결국 휴가원을 제출했다. 청와대는 이를 공식 확인하기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하는 '검찰 개혁'이 정권 내내 좌충우돌 큰소리를 냈는데, 임기 말기에 와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신 수석은 지난 22일 청와대에 출근했고, 청와대는 신 수석이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검찰 인사'를 둘러싼 '충돌점'이 일부 드러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대통령과 완전히 척을 지려는 선택을 했다고는 볼 수 없다.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10.29(사진=연합뉴스)
8개월 만에 전국 검찰청 순회 간담회를 재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대전지방검찰청에서 지역 검사들과 간담회를 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20.10.29(사진=연합뉴스)

이는 대표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前 법무부 장관, 추미애 前 법무부 장관 등과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관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법무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웠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을 향해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지난 2019년 총장 임명 이후 현재 2월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런데 윤 총장과 달리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할 경우에서의 현 정권의 특징은 어떠할까.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민정수석이 공석이 됐을 때 벌어질 일련의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기와 겹쳐진다. 정권 출범 초기 강력한 국정 수행 동력을 갖고 있지만, 갈수록 국정 수행 동력이 약해짐에 따라 문재인 식(式) 드라이브는 어려워진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 신 수석이 '항명 사표'를 던지면, 더불어민주당의 20년 집권론 동력은 물론 문 대통령의 임기 이후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대통령 선거까지 400일가량 남았지만, 권력자는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이다. 박 장관과 신 수석이 갈등을 빚었다고는 하나, 결국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을 떠날 일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신현수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신현수 민정수석.(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9일 "소수의 고위급 소통이 진행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갈등의 중심에 선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8일 "(신현수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계속 계셔서 문 대통령 보좌를 함께 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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