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에 '격동의 한 해' 될 가능성 높아...미중 패권경쟁 더욱 치열해질 것
'(핵)무력 적화통일' 천명한 북한, 화기애애한 남북관계 모색할 가능성 희박
중국 의식해 '전략적 표류' 지속하면 유사시 미국의 안보방패 포기해야 할지도...
국가안보 최후의 보루인 군대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지금은 6.25 전쟁 이래 최악의 안보 공백기'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한 해의 끝자락에서 되돌아봐서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다고 하지만, 2020년 경자년(庚子年)은 유난히 탈이 많았던 한 해였다.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세계는 교역이 20%나 감소되는 때아닌 경제공황을 겪어야 했다. 동아프리카를 강타한 메뚜기떼, 미국과 호주의 대형 산불, 6천만 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중국의 홍수, 홍콩의 민주화 시위, 영국의 EU 탈퇴, 일본 아베 총리의 갑작스러운 퇴진, 중국-인도 간의 국경충돌 등도 세인의 주목을 받은 사건들이었다.

군사·정치 쪽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미·중 패권경쟁과 남중국해 및 대만해협에서의 양국 해군 간 대치,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중거리핵폐기조약(INFT) 폐기를 위시한 핵군비통제 체제의 붕괴, 북한의 핵무력 과시 등이 헤드라인을 장식한 사건들이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치루면서 남북전쟁 이래 가장 분열된 ‘DSA(Divided States of America)’가 되고 말았다. 새로이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하나된 미국(America United)’을 이루어내지 못해 미국의 위상이 추락한다면 안보불안을 느끼는 아시아의 동맹국과 우방국들은 급속히 중국 쪽으로 표류할 수 있다. 미국 주도의 동맹체제는 크게 흔들리고 패권은 신속하게 중국으로 전이(轉移)될 수 있으며,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운명은 풍전등화로 전락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신축년(辛丑年)을 맞았지만, 불확실한 국제정세와 동맹의 운명, 문재인 정부 이래 누적되어온 경제·사회적 모순들, 안보 자해(自害) 조치들, 금년의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내년의 대통령 선거를 위시한 정치일정 등으로 2021년은 한국에게 있어 ‘격동의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금년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안보 공백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렇데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으니 더욱 걱정스럽다.

신냉전 파고(波高)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중국의 팽창주의 기조가 퇴조할 조짐이 없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반중(反中) 기조를 계승하는 스탠스를 취함에 따라 2021년에도 경제, 군사, 정보, 사이버, 우주개발 등 전 분야에서 미·중 간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하여, 중·일 간, 미·러 간, 중·인도 간의 ‘작은 신냉전들’도 열기를 더해갈 것이다. 미·중 신냉전은 미어쉐이머(John Mearsheimer) 교수가 지적한 대로 미국의 ‘대착각(Great Dellusion)’이 가져온 필연적 결과다. 즉 중국을 자본주의 시장에 편입시켜 발전시키면 국제규범을 준수하는 협력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 착각이었다. 2018년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튼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더욱 큰 목소리로 ‘대만은 뗄 수 없는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할 것이고, 남중국해와 서해를 내해화하고 서태평양의 재해권을 장악하기 위해 미국과 피나는 경쟁을 벌여 나갈 것이며, ‘2050년 경제·군사적 최강국과 전면적 소상(小康)사회 건설’이라는 중국몽(中國夢)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할 것이다. 전 세계에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주변국들에 대한 지배적 위상을 다지기 위한 전랑(戰狼) 외교와 회색지대 전략(Grey Zone Strategy)도 쉼 없이 이어갈 것이다.

특히, 중국이 ‘핵심적 이익’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와 대만 해협의 신냉전 파고가 높아질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대만 대표를 초청한 것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이미 한바탕 힘싸움을 벌였다. 대만을 위협하기 위해 출격한 중국의 군용기들이 바시 해협에서 미국의 3개 항모전단과 대치한 것이다. 미국이 ‘대만 수호’를 말하자 중국은 “대만 독립을 운운하면 전쟁”이라는 위협으로 응답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세계 탄소 배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에게 ‘저탄소 의무’를 압박하면 신냉전의 전선은 기후 및 환경 쪽으로도 확전될 것이다.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전략핵감축조약(New START)을 대체할 핵군비통제 조약을 도출하고 새 조약에 중국을 동참시키고자 하는 미·러의 노력이 아직 결실을 만들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과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에 여념이 없고 이란은 농축을 재개했다. 유럽은 미·유럽간 적절한 방위분담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대화할 채비를 차리고 있으며, 영국의 EU 탈퇴 이후 후속 합의들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외에도 금년이 작년 못지않게 다사다난한 한 해가 될 조짐들은 차고 넘친다.

전쟁이 나도 싸울 수 없는 나라

한반도도 결코 평온하지 않을 전망이다. 2020년 동안 북한은 대북전단을 맹비난하면서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고, 서해에서는 북한군이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을 무참히 사살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해킹당하여 3만 건의 정보가 유출되었는데,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해킹부대가 유력한 용의자다. 이후에도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대남 비방을 쏟아내면서 ‘대남 적대관계’를 선언했으며,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 등의 조롱을 들으면서도 북한의 호의를 갈구해온 문재인 정부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북한의 오기부림은 그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금년 1월에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에서 대대적인 핵무력 고도화 계획을 천명한데 더하여, “강력한 국방력으로 통일대업을 앞당길 것”이라는 내용을 당규약에 포함시켰다. 기존의 당규약이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 즉 적화통일 목표를 명시하고 있는데 더하여 ‘무력통일’을 추가한 것이다. 한국을 향해서는 “남조선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훈육(?)했고, 미국을 향해서는 “강대강 선대선으로 상대하겠다”고 표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초반에 있고 내년에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상태에서 북한이 화기애애한 남북관계를 적극 모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2021년 동안 한국 외교도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 새해 벽두에 ‘한국케미호’가 이란에 의해 나포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곤욕을 치렀지만, 대미 외교와 대중 외교에서는 더 큰 홍역을 치러야 할 판이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에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중국에게 ‘3불(不)’을 약속하는 동맹국답지 않은 행보를 보여왔다.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및 동맹경시 정책과 맞물리면서 한미동맹은 요동쳤고, 거기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가세하면서 한미 양국은 3년째 실병력 연합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패권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중국의 ‘한국 길들이기’가 이어진다면 한국 외교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견제를 위한 동맹결속을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중국을 의식한 ‘전략적 표류’를 계속한다면, 한국은 ‘유사시 안보방패’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즉 전쟁이 나도 도와줄 나라가 없는 시대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국내적으로도 2021년 동안 한국은 숱한 경제·사회적 이슈와 정치 일정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금년에는 기업활동을 제어하는 경제정책, 국적불명의 탈원전 정책, 부동산 폭등, 은퇴자들의 집을 빼앗는 세금폭탄, 선심성 복지와 국가채무율 증가 등의 경제적 이슈들, 유력인사들의 성추행 스캔들, 권력층 자녀들에 대한 특혜문제 등의 사회적 이슈들 그리고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대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 문제 등 정치 이슈들이 뒤엉킨 상태에서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찍어내듯 각종 좌성향 입법들을 쏟아내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데도 여전히 ‘묻지마 지지세력’을 자랑하는 집권세력, 국가가 처한 체제 위기를 실감하지 못한채 정치적 생존게임에 몰두하는 제1 야당, 박근혜 대통령 탄핵, 4·15 총선 부정의 여부, 미국의 대선 부정 여부 등 모든 중요사안들을 놓고 갈갈이 찢어진 ‘정치 소수자’로 전락한 우파 시민세력 등이 어지럽게 난립한 한국 정치판이 보궐선거를 전후하여 어떻게 요동칠 것인지도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한국은 싸울 수나 있을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2021년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나라’의 모습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이 심하게 좌우로 분열되어 있어도 좌파를 좌파로 부르면 ‘부질없는 색깔논쟁’으로 내몰리는 나라, 삼권분립이 무너지고 언론이 정치권력 견제를 포기한 나라, 북한과 중국을 쳐다보면서 좌성향 입법과 제도들을 쏟아내는 여당은 있어도 이를 제어할 야당이 없는 나라, 체제 위기를 말하는 국민들을 향해 ‘상대하지 못할 극우세력’으로 매도하는 정당이 제1 야당인 나라, 외교가 고립되고 동맹이 형해화되어도 이를 추스르는 지도자들이 없는 나라, 전쟁이 나도 함께 싸워줄 동맹이 없는 나라... 이것이 2021년 이 나라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군대를 신뢰할 수 없다. 군사력의 축소를 목적으로 해온 ‘국방개혁 2.0,’ 국정원과 군의 대공(對共) 기능 무력화, 한국군의 눈과 귀를 가리는 내용들이 많아 ‘이적성 합의’로 비난받는 ‘9·19 군사분야합의,’ 군 안보교육 중단, 군 기강 이완, 주적 의식 상실, 계급간 위계질서 붕괴 등 너무나 많은 안보 자해(自害) 요인들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은 6·25 전쟁 이래 최악의 안보 공백기이다. 1975년 월맹군이 파리평화협정을 무시하고 재침했을 때 월남군은 장비와 물자 그리고 재정면에서 월등한 우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무기를 버리고 도주했다. 조종사들이 도주하면서 미국이 남겨 준 전투기들은 뜨지도 못했고, 월맹군이 월남군이 버린 미국제 패튼 전차를 타고 사이공 시내로 진주했다. 영혼이 떠난 군대는 군대가 아니었다. 월남은 56일만에 패망하여 지도상에서 사라졌고 월남땅에는 ‘죽음의 산야(killing field)’가 펼쳐졌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2021년은 미래로 가야 하는 대한민국 앞을 가로막고 흐르는 강이나 다름이 없다. 안보, 외교, 경제, 사회, 정치 등에서의 도전과제들을 뒤범벅이 된 상태에서 우리 앞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전과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해야 후세들에게 더 나은 삶은 보장하는 길을 갈 수 있지만, 누가 어떻게 대한민국호를 무사히 강 건너로 인도해 줄 수 있을지 가늠할 길이 없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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