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보수파' 로베르 사라 추기경의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청원 승인
프란치스코 교황, '보수파' 로베르 사라 추기경의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청원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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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한 교황 후보'로 손꼽혀 온 로베르 사라 추기경, 만 75세 도달해 교황에 '은퇴' 승인 요청
지난 1969년 신부가 된 후, 34세에 西아프리카 기니의 首都 코나크리의 대주교에 오른 인물
월스트리트저널(WSJ), "동성애와 무슬림과의 관계 등에서 교황과 생각 다른 인물 제거한 것"
만 80세까지 교황 선출권 부여하고 있는 교회법에 따르면 사라 추기경의 교황 즉위 가능성도?
로베르 사라 추기경.(사진=위키피디아)
로베르 사라 추기경.(사진=위키피디아)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부터 경신성사성(敬神聖事省) 장관을 맡아 온 로베르 사라(Robert Sarah) 추기경의 장관직 사임 청원을 승인했다. 사라 추기경의 사임 청원은 교회법에 따른 것이지만 ‘진보’ 성향의 교황이 ‘보수’ 성향의 교황청 내 주요 인물을 제거한 것이라는 풀이까지 나온다.

20일(현지시간) 교황청이 운영 중인 매체 바티칸 뉴스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6월 만 75세를 맞은 로베르 사라 추기경의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청원을 받아들였다. 가톨릭교회(천주교회)의 교회법상 가톨릭교회의 주교는 만 75세가 되면 교황에게 사목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청원할 것을 정하고 있다. 사라 추기경의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청원은 교회법에 따른 것이었다.

1945년 서(西)아프리카 기니에서 태어난 사라 추기경은 지난 1969년 탁덕품을 수품하고 신부가 됐다. 성(聖)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79년 사라 신부를 기니의 수도(首都) 코나크리 지역을 담당하는 코나크리대교구의 교구장에 임명하고 사라 신부의 대주교 성성(consecration)을 승인했다. 이때 사라 신부의 나이 34세였다. 사라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된 것은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임 때인 지난 2010년의 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사라 추기경을 경신성사성 장관에 임명했다.

사라 추기경이 장관 맡아 온 경신성사성은 가톨릭교회의 전례 및 성사들에 대한 사무 및 교회법적 문제들을 담당하는 교황청 내 부서로써, 그 기원은 1588년 식스토 6세 교황이 조직한 전례성(Congregation of Rites)에서 찾을 수 있다.

사라 추기경의 경신성사성 장관직 사임 소식에 보수 성향의 가톨릭 신자들은 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사라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내 몇 안 되는 대표적 ‘보수인사’로 꼽혀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현대 가톨릭교회에 만연한 모더니즘(modernism) 경향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가톨릭교회의 전통을 수호하는 데에 앞장서 왔다는 점에서 보수 성향의 가톨릭 신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 왔다.

사라 추기경은 특히 지난 2007년 7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자의교서(Motu Proprio) 〈교황들〉(Summorum Pontificum) 반포 이후 1970년 가톨릭교회의 전례 개혁 이후 사실상 금지돼 왔던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전례를 다시 보급하는 데에 힘써왔다. ‘로마 전례의 특별 양식 미사’로도 불리는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전례는 1570년 비오 5세 교황이 각 교구마다 제각각이었던 미사 양식을 하나로 통일하면서 가톨릭교회의 표준적인 전례의 위치를 얻은 이래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62년 개막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후행하는 전례 개혁의 일환으로 미사·전례 양식이 새롭게 만들어진 이후 교황청은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전례 거행을 금지해 왔지만 보수 성향의 가톨릭 신자들은 교황청에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전례를 거행할 수 있도록 끈질기게 청원해 왔다. 그 결과 베네딕토 16세 교황에 이르러 ‘특별한 허가’ 없이도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전례의 거행이 가능해진 것이다.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로베르 사라 추기경.(출처=영국 가톨릭헤럴드)
트리엔트 양식의 미사를 집전하고 있는 로베르 사라 추기경.(출처=영국 가톨릭헤럴드)

한편, 사라 추기경의 사임 청원을 교황이 승인했다는 소식에 진보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 성향의 교황청 내 주요 인사를 밀어냈다는 해석도 나왔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 보수 성향의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을 바티칸 요직에서 제거하다〉 제하 관련 기사에서 사라 추기경의 사임 소식을 다루며 “교황은 종종 (75세가 된 추기경들의 사임 청원을 바로 수리하지 않고) 80세를 넘지 않은 한 2년 내지는 3년 정도는 더 직(職)을 수행케했다”며 “사라 추기경의 사임 청원을 승인한 것은 교황이 동성애와 무슬림과의 관계 등과 관련해 전례에 대한 교황 생각과 다른 인물을 제거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가톨릭교회의 교회법은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 교황 선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일단은 사목 일선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지금껏 유력한 교황 후보로 평가 받아 온 사라 추기경에게 만 80세 이전에 다시 한번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절차)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가 차기 교황으로 선택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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