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의 전방 경계 철책이 허망하게 뚫렸다. 지난 16일 강원도 고성 일대에서 북한 남성 1명이 넘어왔는데, 이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의문점들이 끊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해당 남성에 대해 "민간인으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조사 중"이라는 게 합동참모본부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 6시간 동안 한겨울 바다 수영 가능여부 ▲ 감시장비 무력화 논란 ▲ 경계 보고 지연 의문 ▲ 해안 철책 사각지대 방치 여부 등이다.
#1. 한겨울 바다 수영 6시간에 방향도 잃지 않고?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일명 '北 월남 남성'은 동해안을 통해 아군 지역으로 넘어왔다.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에 따르면 그의 발자국은 군사분계선(MDL) 남쪽 약 3.6km 지점에서 확인됐다. 즉, 북한지역에서부터 바다를 통해 해상 군사분계선(xx선)을 넘어 통일전망대 일대 해안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들어왔다는 것. 그런데 그가 이 과정에서 착용했던 잠수복은 '머구리 잠수복'이다. 서 장관은 "(남성이) 수영을 6시간 내외를 했다고 진술했고, 수영해서 온 것으로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차가운 겨울 바다(수온은 약 8도)에서 10여km를 넘게 헤엄치면서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상지점에 도착하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2. 최초 포착부터 2차 포착까지 3시간 소요?
우리 군 감시장비 운용 효용성 논란으로도 번지는 형국이다. 합참에 따르면 '16일 오전 4시20분 도로를 따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 중이던 인원은 GOP에서 5km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로 확인했다'는 것. 그런데, 이 남성은 최초 오전 1시~2시 사이 군 감시장비에 이미 포착됐다. 약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군 경계망은 대체 뭘하고 있었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3. 검문소 포착부터 출동까지 3시간...왜?
문제의 남성이 포착된 시점인 16일 오전 1시~2시부터 제진 검문소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잡힌 당일 오전 4시20분까지 3시간의 공백이 존재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남성이 우리 군 수색병력에 의해 잡힌 시점은 3시간이 경과한 오전 7시20분이다. 군사보호구역·군사통제구역인 해당 지점을 활보하는 거동수상자를 최초 탐지한 시점으로부터 검거까지 무려 6시간 가까이 걸린 것이다. 해당 지역 경계를 담당하는 부대는 이날 오전 6시35분에야 대침투작전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4. 해안 철책 또?
군은 문제의 남성이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지상 지점의 해안 철책 하단부 배수로를 훼손한 것으로 판단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철책 하단 배수로 차단막이 훼손됐음을 확인했다. 이 배수로를 통해 해안 철책을 통과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22사단에도 48개의 배수로가 있는데, 그 배수로가 보완이 안 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 월북 사건에서의 특이점이 또 터진 것이다.
그렇다면 해당 사건을 오로지 22사단만의 책임이라고 볼수 있을까. 실제로 육군 제8군단의 22사단은 전방 11개 경계사단 중 유일하게 100km에 가까운 경계전면부를 책임지고 있다. 전체 사단 가운데 가장 많은 GP 책임 구역을 비롯해 해안 경계소초 책임 구역도 가장 넓다. 해군 경계작전 근무지원 임무까지 있는데다 종심깊은 산악지역 및 대잠수함 경계임무도 맡고 있어 경계가 쉽지 않다는 게 군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서 지적한 4가지 사항을 비롯한 경계작전 성패의 책임을 비껴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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