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서 정보기관의 '불법 사찰 의혹'을 띄우면서 그 막후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왜 하필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 이같은 의혹이 나오느냐는 것이다.
특히 정보기관 출신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발의한 '정보기관 사찰 정보 공개 결의안'에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우상호 의원이 슬그머니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이낙연 당대표까지 직접 '진상조사' 의지를 내비치면서, 대체 그 의도가 무엇인지에 의심이 쏟아지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는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박지원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원장으로부터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인 사찰 문건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정보위 국정원 보고 브리핑에 따르면 박지원 국정원장은 정치인 사찰에 대해 '직무범위 이탈정보'로 규정했다. 직무 범위 밖 정보수집 행위는 불법이므로 수집결과 역시 불법이라는 것인데, "미행·도청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정보위 간사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설명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 등은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박 원장 측은 "국회가 요구하면 사찰 문건 보고"라는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박 원장 측은 왜 갑자기 이같은 보고를 했던 것일까.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는 현행법에 따른 것이다. 국가정보원법 제4조제2항(정보위원회 보고)이 근거다. 그런데 동법 제2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으로, 대통령의 지시와 감독을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국정원은 문 대통령의 직할 통제기관으로, 그 막후에 청와대의 입김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다보니 청와대와 국정원의 '연결고리'에 대해 국정원장에서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전한 서훈 실장으로 모아진다. 서 실장의 '원내 측근 그룹 인사'로 '김상균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의 존재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 펜앤드마이크에 "김 보좌관은 서 실장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인물로, 서 실장이 원을 떠나며 박지원 원장에게 국정원 업무 전반에 대한 인수인계를 했다"고 설명했었다. 북한 파트 중에서도 '대북 전략'이라는 한정적 정보업무를 다루던 그가 '차단의 원칙'이라는 정보요원 활동 준칙을 넘어 원내 전체 실무를 장관급 신임 상관인 박지원 원장에게 인수인계를 했다는 점에서, 청와대가 국정원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대북 전략국에 있던 그가 국정원장 특보로 들어서자,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등을 담당할 '대북전략국'에는 김 보좌관과 가깝다고 알려진 정규과정 출신의 30년 경력 A씨가 자리를 잡았다. 현 정부의 국정원 핵심 실세 인사들이 국정원 요직 곳곳에 들어선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전 정부에 의한 정보기관 불법 사찰 의혹'을 선거 50일 전 띄운 것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박지원 국정원장의 보고를 내세워 '정보기관 사찰 이슈'를 보궐선거 전 대야(對野) 공세 소재로 이용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이를 두고 "국내정치 개입 정도가 아니라 아예 정치공작"이라고 성토했는데,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야당은 서거를 앞두고 꺼내든 정치공세용 카드라고 주장하는데, 오히려 그게 정치공세"라고 응수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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