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15일 학교 폭력 논란의 주인공인 쌍둥이 배구선수 이재영, 이다영(25) 자매에 대해 무기한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지만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배구팬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조차도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 대해 사실상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무기한 출전정지 조치를 쥐한 것은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15일 국가대표 선수 자격 무기한 박탈 조치라는 초강경 징계를 내리자, 이재영 자매를 보호할 수 없게 됐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한 선수를 흥국생명에서 뛰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징계거부하던 흥국생명, 배구협회가 국가대표 자격박탈하자 출전정지 조치

실제로 배구협회의 결정 이전에만 해도 흥국생명은 빗발치는 국민여론에 맞섰다. “이재영 자매가 심신이 불안한데 어떻게 징계를 내리느냐”면서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대한민국배구협회가 “도표올림픽을 앞두고 주력 선수 둘을 제외하면 전력 손실이 크지만, 국가대표선수로서의 부적격한 행동에 대해 일벌백계한다는 차원에서 중징계를 결정했다”면서 “이재영과 이다영을 향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무기한 제외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배구협회가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면, 흥국생명은 시간끌기를 거듭하면서 이재영 등을 보호하는 데 골몰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흥국생명이 학교폭력이라는 사안이 갖는 엄중성, 배구계의 책임문제 등에 대해서는 외면한 채 자사의 ‘사적 이익’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흥국생명의 대응과정, 작은 사적 이익 지키려고 국민여론과 맞서는 어리석음 보여

더욱이 흥국생명은 다수 국민을 소비자로 삼아 금융상품을 파는 기업이다. 그런 기업이 다수 국민여론과 맞서며 작은 사적 이익을 지키려고 한 것은 어리석음의 극치라는 지적이다.

이재영 자매는 흥국생명이 이처럼 국민 법감정과 정면대결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을 인식, 피해자에 대해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흥국생명은 "지난 10일 구단 소속 이재영, 이다영 선수가 중학교 선수 시절 학교 폭력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피해자 분들께서 어렵게 용기를 내 피해 사실을 밝혀주셨다. 피해자 분들께서 겪었을 그간의 상처와 고통을 전적으로 이해하며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배구를 사랑하시는 모든 분들께 실망을 끼쳐드려 죄송하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학교 폭력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구단도 해당 선수들의 잘못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 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흥국생명의 뒤늦은 징계 두고 싸늘한 여론, ”벌써 두 자매 심신이 안정됐냐“

하지만 배구협회의 중징계 결정 이전에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가해자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당초 흥국생명은 “학폭 논란과 관련해 쌍둥이 자매를 징계하라는 요구가 있는 걸 잘 안다. 현재 두 선수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심신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징계라는 것도 선수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적·육체적 상태가 됐을 때 내려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징계를 받을 상태가 되어야 한다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를 놓고, “그렇게 어렸던 누군가는 그런 일을 받아들일 수 있어서 (쌍둥이 선수들의 학폭을) 참아왔던 것이냐” “흥국생명이 미쳤구나, 인성 개차반인 가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정을 취해야 한다니, 이러고도 자녀보험 영업할 거냐?”는 등 비난이 쏟아졌다.

흥국생명이 징계를 미루는 듯한 태도를 보이자, 일부 피해자는 반발하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른 피해자가 나타나, 쌍둥이 자매가 욕설과 폭행을 일삼았다고 추가 폭로했다. 뿐만 아니라, 두 선수의 어머니인 김경희 씨 이름까지 거론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따라서 흥국생명의 징계조치를 두고, “불과 하루이틀 만에 두 자매의 심신이 안정됐느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 행세하며 선배 욕한 이다영, 그 파렴치한 모습 본 학폭 피해자가 폭로 결심

이번 사건은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 두 선수에 대한 폭로글이 게재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과정에서 같은 팀 소속 선배인 ‘김연경 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 2020년 12월 MBN ‘스포츠야’에 출연해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챙겨주냐는 질문을 받고 “딱히 챙겨주는 것은 없다. 그 두 명의 선수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제가 챙겨주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챙겨주기 때문에 제가 챙기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경기를 뛰지 않은 선수들, 제가 더 챙겨야 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선수들을 더 챙겨주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김 선수의 인터뷰가 방송되기 전, 이다영은 자신의 SNS에서 "나잇살 좀 쳐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좀 어리다고 막대하면 돼? 안 돼", "곧 터지겠찌이잉. 곧 터질꼬야아얌.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라는 글을 올려 김연경 선수를 공개 저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트위터에도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싶다”라고 올렸다.

이다영의 학교폭력 피해자는 김연경 선수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다영의 글이 네이트판에 올라온 것을 보고, 피해 사실을 폭로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학교폭력 피해자는 "10년이나 지난 일이라 잊고 살까도 생각해봤지만 가해자가 자신이 저질렀던 행동은 생각하지 못하고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보고, 그때의 기억이 스치면서 자신을 돌아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내서 쓴다"면서 "글을 쓰는 피해자는 총 4명이고, 이 사람들 외에 더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21개에 걸친 학폭 피해 사례를 기술했다. 강제로 돈을 걷고,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까지 욕하는 것은 물론, 새로 산 물건을 "빌려달라"고 강요하거나 폭행을 가했다는 내용 등이 담겨 충격을 주었다.

또 피해자는 이다영이 SNS에 선배 김연경을 저격하며 올린 "괴롭히는 사람은 재미있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죽고싶다"는 글을 언급하며 "본인이 했던 행동들은 새까맣게 잊었나 보다. 본인도 가해자면서,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고 도망치듯이 다른 학교로 가버렸으면서 저런 글을 올렸다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나면서 황당하다"고 밝혔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공식사과하면서도 뒤끝 작렬, 진정성 의심돼

이다영과 이재영은 중학교 선수 시절 동료에게 범한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자 10일 SNS에 공식사과문을 게재한 뒤, 소속팀을 이탈했다. 이다영은 자필 사과문을 통해 "저의 잘못한 행동으로 상처입은 분들께 사죄드린다"며 "실망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앞으로 자숙하고 반성하는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고 썼다.

이재영은 "철 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앞으로 제가 했던 잘못된 행동과 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배구팬들은 이재영과 이다영에게서 싸늘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사과문을 게재하면서도 소속팀 주장인 김연경 선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언팔로우(친구 끊기)하는 것을 지적했다. 그 때문에 사과와 반성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김연경은 여전히 이다영을 팔로우한 상태이다.

사과를 하면서도 김연경에 대해 ‘뒤끝 작렬’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것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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