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 상황...미국, 세계 1등 강대국 지위 상당히 오래 유지하며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저지할 것
한미동맹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이기는 말에 타야"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

전후 한국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1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2개의 기적을 이루어냈고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처해 왔다. 지금의 한국은 역사적으로 가장 평화롭고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과 미국 간의 동맹과 협력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부상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전이가 일어나고 있고 미·중 신냉전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의 거리를 멀리하고 조속히 중국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들의 논거는 대체로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은 하락하고 있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국력의 격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중국이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둘째, 미국은 한국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국은 전후 동아시아에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반도를 분단시켜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유지했고, 냉전 이후에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카드로 사용할 뿐이며 한반도의 분단을 영구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상황을 1636년 병자호란의 상황과 비교하고 있다. 조선시대의 지도자들이 중국대륙의 대세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이전하고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청나라에 대항함에 따라 조선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유에는 현재의 미국이 당시의 명나라이며 현재의 중국은 당시의 청나라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조선의 엘리트들은 중화질서에 대한 ‘이념적 헌신’이 체질화되어 명나라에 맹목적으로 기대었고, 현재 한국에서는 과거의 중화주의가 대상만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넷째, 과거 중국이 실시한 중화주의의 조공체제는 지역의 안정을 가져왔고 주변 약소국에 대한 국내적인 자율성을 폭넓게 인정하여 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중국이 부상할 경우 중국의 이러한 과거의 질서에 기초하여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정과 독립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내의 이러한 주장들은 과연 타당한가? 최근의 위와 같은 의견들은 맞지도 않고 위험하며 우리의 국가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이를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중국이 부상하고 있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미국은 세계 1등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에 있어서 질적인 차이가 있다. 경제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지만 이 분야를 주도하는 핵심기업들은 미국기업들이다. 또한, 군사적으로 중국은 아직 미국에 많은 열세에 있다. 미국의 국방비는 전 세계 총 국방비의 40% 정도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만일 동아시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군비, 무기 수준 등 세부 요소를 따지면 현재로서는 중국이 미국과 게임이 안 된다. 그 차이는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고 대부분의 군사전문가들이 평가한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더라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아시아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할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방적인 패권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둘째, 한국은 국가이익을 위해 한・미동맹을 맺고 있다. (1)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을 수 있었고, 이것은 중국이 대체할 수 없다. (2) 경제발전을 위해서 미국의 시장과 기술이 필요했다. (3) 우리는 부상하는 중국이 대화와 합의를 중시하는 평화적인 강대국이 되기를 원하며, 중국이 이러한 강대국이 되도록 건설적으로 중국에 개입하려는 미국과 이익을 같이 하고 있다. (4) 우리는 미국과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유하고 있다. (5) 우리는 중국과 영토와 역사문제가 있지만, 미국과는 영토문제가 없다.

셋째,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는 것은 맹목적인 친미가 아니라 우리의 국가이익 때문이다. 조선의 엘리트들은 중국이 주장하는 허구의 중화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심지어 우리가 ‘소중화’라고 주장했다. 그들은 중국을 맹신한 나머지 여타의 상황을 거부했다. 중국에 철저히 기대어 군비를 소홀히 하여 1592년 임진왜란과 1636년 병자호란에서 각각 일본과 만주족에게 군사적으로 유린당했다. 하지만 전후 미국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우리 자신을 위하여 선택한 것이었고, 한 세대 만에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2개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는 미국과의 협력을 기반으로 하여 세계 각국과 함께 ‘무역과 투자라는 세계화’에 참여하여, 즉 세계의 다양성에 합류하기로 우리가 선택하여 이루어 낸 쾌거이다. 그리고 병자호란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종종 비교하는데, 이는 잘못된 비유이다. 우선 당시에는 명나라가 멸망하고 청나라가 등장했으나, 현실의 미국은 강대국으로 계속 남을 것이며 부상한 중국을 견제할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아시아나 유럽에서 다른 강대국이 패권을 잡는 것을 막아왔으며, 앞으로도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잡는 것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넷째, 과거 중국의 조공체계가 어느 정도 한반도국가에 일정한 자율성을 부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역사적으로 오히려 한국을 정복하거나 압박한 경우가 많았다. 당나라는 고구려를 멸망시켰고 그 직후 한반도 전체를 자신의 영역 안으로 놓으려고 시도했으며, 조선 말 청나라는 조선을 근대서양 국제법질서에서의 식민지로 만들려고 했다. 그리고 중국은 최근 동북공정사업을 통해 한국역사의 중요한 부분인 고구려의 역사를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경제적으로 부상하면서 ‘패도적 패권국’의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한・중 연계는 중국의 거대한 구심력 때문에 독립과 자존을 중시하는 한국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속박을 동반하게 될 것이다. 다양성과 선택이 열린 새로운 시대에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역사 속으로 되돌아가자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어 중국으로부터의 실존적 위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얻기 위해 투쟁하여 왔다. 그리고 베트남은 1960년대에 치열하게 전쟁을 치루었던 미국과 1995년 수교하고 2016년 이래 미국 군함이 베트남 항구에 기항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하여 중국과 강력하게 투쟁하는 한편 자율을 지켜내려 하고 있다.

요약하면, 한국 내의 일부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중국대세론에 접근하기’는 적절치 않으며,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협력이 향후 상당한 기간 동안 필요하다.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세력전이의 시대에 있어, 우리 외교정책의 기준은 ‘실용적인 국가이익’이어야 한다. 맹목적인 ‘친미’도 맹목적인 ‘친중’도 바람직하지 않다. 무정부상태의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우리가 미국 또는 중국의 선의만을 기대면서 외교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무모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이기는 말에 탄다”는 일본의 격언은 우리도 참고할 만하며, 앞으로도 ‘이기는 말’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미국과 협력하기 위해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중국을 적대국으로 두라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중요한 이웃 강대국으로서 한반도 통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야 할 대상이다. 한국 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협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한 한반도에서 ‘어설픈 중립’은 한국을 구할 수 없다. 한국은 어느 한 쪽과 우선순위를 두고 동맹 내지 협력을 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에도 상당 기간 동안 그 대상은 미국이다.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말에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우리 국민의 50% 이상이 ‘우리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외교적 과제’를 ‘한·미동맹 강화’라고 답했다.

연상모 객원 칼럼니스트(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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