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판한 임종석의 ‘대선판 새로짜기’, 여권 권력지도 이상기류
이재명 비판한 임종석의 ‘대선판 새로짜기’, 여권 권력지도 이상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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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권력지도에 이상기류가 엄습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우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재명 경기도 지사를 맹비난한 직후 ‘이재명 탈당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임종석의 이재명 맹비난 직후 여권내 ‘이재명 탈당설’ 급속 유포...이재명은 빠르게 몸 낮춰

차기 대선주자 1위인 이 지사가 문 대통령과 국정철학이 맞지 않아 탈당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 지사가 더 크기 전에 싹을 잘라내겠다는 기세가 감지된다. 임 전 실장의 이재명 비판이 그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지사는 9일 몸을 바짝 낮추고 친문 혹은 문빠세력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을 발표했다. 임 전 실장의 비판에 반박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점을 고쳐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당설에 대해서도 선선히 수긍했다. 단 탈당은 하지 않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게 요점이었다.

화근은 이 지사가 제공했다. 이 지사는 자신의 핵심공약인 '기본소득'에 대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알래스카를 빼고 (기본소득제를) 하는 곳이 없다”고 비난하자, ‘사대적 열패’의식이라고 반격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실장이 돌연 개입했다.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알래스카 외에는 하는 곳이 없고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이 대표의 표현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닌데, 이 지사가 화를 많이 냈다”고 이 지사를 몰아붙였다. ‘사대적 열패의식'이라는 이 지사의 수사학에 대해 “그분(이낙연)은 명색이 우리가 속한 민주당의 대표인데, 비판이 아니라 비난으로 들린다. 지도자에게 철학과 비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때론 말과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임 전 실장은 “이 지사가 제시하는 월 5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약 317조의 예산이 소요되는데, 이 계산을 몰라서 주장하는 것은 아닐 듯 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임종석 발언은 ’이낙연 지원‘ 아니라 ’이재명 죽이기‘ 관측

임 전 실장의 이 지사 비판은 이낙연 대표 지원사격과는 무관하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재명 저격에 초첨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종석의 발언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탈당설’이 급부상했다. 이 지사는 두 차례나 “절대로 탈당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임 전 실장의 발언은 친노 원로 유인태 전 의원이 이 지사의 독주를 견제하는 발언을 한 지 3일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친노 친문 사이에서 이재명 지사의 대권가도를 견제하면서 ‘제3의 후보’를 추대하려는 모종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관측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제 3후보로는 친문핵심의 정서를 등에 업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런데 임 전 실장이 이재명 탈당론을 주도하면서, 대선판에 본격 등판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동안 이 지사와 이낙연 대표는 수차례 기본소득에 대해 정치적인 논쟁을 벌여왔다. 임 전 실장이 주장한 것처럼 이 지사가 이 대표를 ‘비판’아닌 ‘비난’하는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가 된 이 지사의 이낙연 비판 또한 감정적인 비난보다는 논리적인 반박의 내용이 더 많다. 이 지사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외국에서 성공한 일이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며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분들이 있다”며 “외국에 선례가 없다며 지레 겁먹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정치인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억지나 폄훼가 아닌 상식과 합리성에 기초한 건설적인 논쟁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원고지 22장 분량의 긴 글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가능성 및 시행시기에 대해 일일이 설명을 적었다.

이 대표도 이 지사의 반박에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대신 <와이티엔>(YT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름다워보이지 않는다”라며 “학계 등에서 본격 검증이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을 뿐이다.

당사자인 이 대표도 별 말 없이 넘어간 이 문제에 대해 임 전 실장이 이 지사를 공개 저격한 것은 ‘이재명 죽이기’ 각본이 실행단계에 옯겨졌음을 뜻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친노 원로 유인태, “이재명 대세론 아직 모른다, 반기문도 중도 사퇴”

임 전 실장의 뜬금없는 이 지사 비난과 맞물려, 유인태 전 의원의 발언도 함께 조명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세론’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선까지) 1년 넘게 남았는데 무슨 큰 흐름이라고까지 (하느냐)"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유 전 의원은 고건 전 국무총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예로 들었다. 고건 전 국무총리 같은 경우에는 30몇%의 지지율이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압도적인 후보들도 중도에 다 사퇴를 했다며 "아직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유 전 의원은 4.7보궐선거가 끝나는 대로 586이라 불리는 친문 86그룹에서 대선 레이스에 등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유 전 의원의 표현을 빌자면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일 때는 좀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거의 (이 지사 혼자) 일강 비슷하게 간다고 그러면, 아마 몇 사람들이 좀 준비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주자’인지를 묻자, 유 전 의원은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친문그룹에서는 마뜩치 않은 이 지사의 독주에 대해 꾸준히 ‘제3의 후보’론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주자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였다. 하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과 관련, 1심에 이어 항소심(2심) 에서도 유죄를 인정받음에 따라, 정치생명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들로는 정세균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임 전 실장과 유 이사장은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2019년 11월 “제도권 정치를 떠나겠다”면서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2020년 4.15총선 차출설에 대해 부인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따라서 정 총리와 추 전 장관이 꾸준히 ‘제3의 인물’로 거론되는 상황이었다.

정 총리는 최근 들어 ‘스마일 총리’라는 이미지를 벗고, 강경하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위해 애쓰는 중이라는 평가가 대세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정부 질의’에서도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유연하고 센스있는 대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은 좀체 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추 전 장관 역시 지난 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대권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여권 일각에서는 ‘추-윤 갈등’을 겪으면서 일반인들에게는 강경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줬지만, 당내 친문그룹 내 핵심지지층을 만들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11월 정계은퇴 선언이후 침묵모드였던 임종석, 돌연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어

따라서 그간 침묵모드였던 임 전 실장의 발언은 대선가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조짐이다. 임 전 실장은 "양극화 세상에서 무엇이 공정하냐"며 키가 다른 사람에게 같은 나무 받침을 대주는 모습에 'EQUALITY(균등)', 각기 다른 크기의 나무 받침을 대주는 모습에 'EQUITY(공정)'라 쓰인 그림을 첨부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정’을 계승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이다.

임 전 실장의 이번 발언은 우연이 아니라, 계산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 전 실장은 지난달 14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대한 감사’를 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한 바 있다. 한 달 만에 또다시 이 지사에 대한 공개 저격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낸 것이다. 지난해 총선 당시 제도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던 임 실장이 조만간 발언을 뒤집고 대권 가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이재명, “저의 탈당 바라는 여러분 계시지만, 탈당은 결코 안해”

여권 일각에서 ‘이재명 탈당설’의 군불을 끊임없이 지피고 이재명 지사가 거듭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것도 이상기류이다. 이 지사는 9일 ‘제 사전에 탈당은 없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오해가 있다면 진심을 다해 풀도록 하겠다”면서 “정치입문 한 후 단 한 번도 탈당한 일이 없고, 당원들의 헌신을 배신하는 탈당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호소했다. 임 전 실장의 거센 비판에 대해 몸을 낮추고 포용을 요청하는 분위기이다.

이 지사는 “여러 이유로 저의 탈당을 바라는 분이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여권 일부 강성지지자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자신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그 분들이 말씀하시는 제 잘못과 부족한 점은 온전히 귀담아 듣고 고쳐 나가겠으며 오해가 있다면 진심을 다해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저자세로 ‘용서’를 구했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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