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0.12.23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0.12.23 (사진=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눈치 보기 행태'가 지난 5일 대정부 질문 중 포착됐다. 기존 '동남권 신공항 안(案)'의 실무를 총괄지휘할 국토부 장관이 스스로 정부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즉,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 입맛에 맞게끔 판을 흔드는 모양새다.

부산지역 최대현안 '가덕도 신공항'을 두고 변창흠 장관이 이날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답을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조속한 입지 결정이 필요하다"는 발언의 취지와 다소 동떨어진 답변이다. 그런데, 이처럼 답변 해석상 '괴리'가 읽히는 이유는 바로 '동남권 신공항'의 일련의 행태를 통해 확인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17일 동남권 신공항으로 예정됐던 '김해 신공항 안'을 "근본적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스스로 정책을 뒤집었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위원장 김수삼)의 이같은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 2016년, 국토부는 한국교통연구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을 통해 700쪽 분량의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당시 영남권 5개 시·도는 ADPi의 타당성 평가 결과를 전제로 용역에 착수했다. 그 용역 보고서의 일부 내용을 환기함으로써 국토부의 '선거전 막판 뒤집기 행태'를 비춰보고자 한다.

영남권 신공항 용역 보고서.(사진=연합뉴스)
영남권 신공항 용역 보고서.(사진=국토부)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영남권 신공항'의 역할은 ▲ 장거리 운항능력 ▲ 지역내 수요 수용력 ▲ 국내 통행량 ▲ 국내-국제선 제한사항 ▲ 글로벌 화물 운항력 ▲ 조기 및 지연 운항 유연성 등으로 나눠 5개 상황에 상정해 평가했다. 그중에서 가덕도 신공항 안은 1개 활주로를 건설하는 상황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가덕도 신공항에 1개 활주로 설치 시 약 7조 6천500억 원, 활주로 2개 설치 시 10조 2천800억 원의 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비용 뿐만 아니라 가덕도 마을을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보고서에는 "가덕도의 남쪽 끝은 항공기 유지보수, 연료 저장소 등의 시설을 수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그 중 토석 매립지역은 두 개의 활주로 아래에 설치되는 터널을 통해 또는 주변의 측면 도로를 통해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가덕도 마을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힌다. 보고서 곳곳에는 '건설비용과 경제성 측면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안은 다른 입지조건보다 낫다'는 방향의 평가가 종합적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면서 "김해에 있는 기존 공항의 수용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밀양 또는 가덕에 새 공항을 건설하는 것보다 우선적이라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보고서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영남권 신공안 용역 보고서(사진=국토부)
영남권 신공안 용역 보고서(사진=국토부)

하지만 이같은 내용의 용역 보고서는 발간 5년만에 완전히 뒤집힌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부산시장에 당선됐던 오거돈 前 시장이 지난해 4월 '여직원 성추행'을 시인하면서 보궐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덩달아 민주당 측에서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내놨고,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표심 잡기용 수단'으로 전락한 모양새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가 지난 4일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변 장관이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은 답변을 내놓은 것인데, 그는 "김해 신공항 계획에 대해 총리실 검증위원회에서 여러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답변해 거기에 따라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법제처에 의견을 구해 놓은 상태"라고 알렸다. 이어 "법제처 의견 결과에 따라 추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즉,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법제처 의견에 따라 국토부가 '적절히 대처'하겠다는 것인데, 선거까지 남은 기한에 법제처 의견을 두고 보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여기서 법제처 의견에 따라 용역 보고서에 대한 판단 여부 상관없이 기다리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부산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br>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사진=KBS 캡처)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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