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br>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부여당의 '선심성 행태'가 선거를 앞두고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국가재정법상 명시된 혈세누수 방지책을 '너도나도' 풀겠다는 '특별법'을 마구 쏟아낸 것이다. 그런데, 이를 노린 대규모 정책이 정작 또 뒤집힐 수도 있는 여지가 국토장관 발언에서 포착됐다.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6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영남지역 최대 현안인 '가덕도 신공항'이 유권자 표심 얻기 수단으로 전락했다. 국토교통부도 '선거 동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가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에서 "조속한 입지 결정이 필요하다"더니 보궐선거가 가까워지자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지난 5일 말한 것이다. 40일 만에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김해 신공항 계획에 대해 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며 "검증위 결과 통보에 정책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밝혔다. 즉 '동남권 신공항'에 대해 망설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연합뉴스

변 장관이 "판단이 어렵다"고 말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촉발한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보궐선거의 주요 원인은 오거돈 前 부산시장의 '여직원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인데, 선거를 150일 앞두고 정부가 기존 추진 중이던 '동남권 신공항 안(案)'을 완전히 뒤집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전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내걸었다.

국가재정법 제38조에 명시된 '예비타당성 조사'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더불어민주당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등으로 모조리 무력화되는 모양새다. 최소 국가재정 30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상 예산 낭비를 사전 막고자 만든 검토책에 대해 변 장관이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고 답변하면서 문재인 정부도 함께 부화뇌동하는 형국이다. 이번 동남권 신공항안이 파동을 일으켰던 최근 사건은 무엇이었을까.

이는 지난해 11월1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수삼 검증위원장이 "근본적 재검토"라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9일만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정애 의원 등 138명은 '예타 면제 조항'이 담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의안번호 2105759)'을 내놓았다.

해당법안의 제7조에서는 '신속한 신공항 건설을 위해 건설상 사전절차를 단축이행할 수 있다'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대규모 사업 추진에 앞서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국가재정법상 조항을 특별법으로 찍어누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지난해 발간한 '2021년도 예산안 총괄 분석 보고서(I·II)'에서 지적된 사항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제도는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활용될 필요가 있다", "면제사업의 '내역'으로서는 단순 사업명 외 최소한 총사업비 및 연차별 사업비 규모 등과 같은 기초 자료가, 면제 '사유'로서는 단순히 근거규정 뿐 아니라 정부가 이 사업이 해당 면제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근거 등의 정보가 제공되어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의 타당성을 심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는 지적이 실렸다.

이런 상황에서 변 장관이 지난 5일 대정부질문에서 "정책적으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정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이렇다할 결론 없이 국토부 자체 입장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향후에도 다시금 뒤집힐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모양새가 됐다. 이를 보고 있는 부산 시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가덕도 신공항 등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 일지 그래픽.(사진=연합뉴스)
가덕도 신공항 등 동남권 신공항 건설 추진 일지 그래픽.(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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