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외교부 장관으로 지목된 정의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5일 열렸지만, 따가운 질타는 피하지 못했다. '비핵화'라는 말만 무성할 뿐, 정작 그 핵심인 '북한 비핵화'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현 정부의 '키맨(keyman)'으로 그간 청와대에서 막후 지휘했던 정의용 후보자가 전면 나서게 됐지만, 정부의 군사·정보 분야에서는 "북한 핵문제는 이런 외교관들의 말놀이 때문에 망쳐먹었다"는 매서운 비판이 터져나왔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이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발언 등에서 나타난, 일명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비핵화'의 정체 때문이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렸다. 정 후보자는 이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번영을 실현하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문재인 대통령이 말씀하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그가 말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이제 문재인 정부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400여 일의 시한부 상태다. 그런 만큼 지난 4년여 간의 행보보다 더욱 빨리 추진하겠다는 뜻으로도 비춰진다. 이는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나타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과의 대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며 "비핵화를 비롯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타결되면 (비핵화가) 다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北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그리고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의용 후보자와 문재인 대통령의 공통점은 '대화와 비핵화'로 향한다. 이들이 말한 '비핵화'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북한의 핵 문제를 최초 의제화시켰던 인물 중 한명인 청와대 전성훈 前 안보전략비서관은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자꾸 '비핵화'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비핵화란 '북한 비핵화'와 북한식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라고 하는 일명 '한반도 비핵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는 1990년 北 김일성이 살아 있던 당시 유훈으로 남긴 용어로, 한반도에서 핵능력을 보유한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를 뜻한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정체가 선명치 않아 그 정체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다음은 백승주 前 국방부 차관이 기자에게 밝힌 설명.
▲ 북한 핵(核) 폐기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북한은 미국의 존재를 넣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미군 철수, 미군 보유 핵무기 사용 금지 등을 생각하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겁니다.
▲ '한반도 비핵화',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에는 '주한미군 철수'라는 뜻이 세팅(setting)돼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 핵 폐기'라는 용어를 써야 하는데, 북한이 이 용어를 싫어합니다. 정부 당국자들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등의 용어를 우아하게 쓰는 겁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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