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한 정주영 형제의 막내 동생 정상영 KCC 명예회장 스토리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085세를 일기로 별세한 정상영 KCC 명예회장(사진)은 고 정주영 회장(19152001)의 형제 들이 모두 그랬듯이 평생을 재벌답지 않게 검소하고 부지런하게 살았다.

고인은 별세하게 오래전부터 경기도 이천에 있는 KCC 사업장 근처에 거처를 마련, 이른 새벽이면 지프차를 직접 몰고 공장과 시설 등을 돌아보는 것을 즐거움으로 살았다.

정주영 회장의 61녀 중 막내인 정 명예회장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범현대가() ‘()자 항렬창업 세대 경영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정주영 회장과 똑같은 말투와 행동

1936년 강원 통천군에서 태어난 고인은 큰형 정주영 명예회장에 비해 키는 작았지만 말투와 행동은 완전히 판박이었다. 그래서 과거 현대그룹에서 정주영 회장과 인연을 맺은 기업인들은 '왕회장님'이 그리울때면 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워하곤 했다.

고인의 별세 당일, 현대가에서 가장 먼저 빈소를 찾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막냇삼촌이라 항상 활달했다. 어릴 때 장충동 집 앞 골목길에서 놀고 그랬는데 참 슬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후에 빈소를 방문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정말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고인은 22세 때인 19588,KCC의 뿌리인 슬레이트 제조회사,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했다. 고향에서 보던 금강산에서 따와 직접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1974년 고려화학을 세워 유기화학 분야인 도료 사업에 진출했고 1989년에는 건설사업부문을 분리해 금강종합건설(KCC건설)을 설립했다. 2000금강과 고려화학을 합병해 금강고려화학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2005년 금강고려화학사명을 KCC로 변경해 건자재에서 실리콘, 첨단소재에 이르는 글로벌 첨단소재 화학기업으로 키워냈다.

KCC는 건축, 산업자재 국산화를 위해 외국에 의존하던 도료, 유리, 실리콘 등을 자체 개발했다. 2018년 세계적인 실리콘, 석영, 세라믹 기업인 미국 모멘티브퍼포먼스머티리얼스를 약 30억 달러(34000억 원)에 인수해 실리콘 소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980, 90년대를 주름잡던 현대 농구단이 2001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구단을 인수했하기도 다. 어려움을 겪던 프로농구의 타이틀 스폰서를 다섯 차례나 맡아 농구계를 살렸고 아낌없는 투자로 이상민, 추승균, 서장훈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이 KCC에서 활약했다.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세 형제간 승계도 작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KCC, 삼성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지분 대거 확보...‘재계의 흑기사역할

한편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재계순위 34KCC그룹은 재계의 수호천사로도 유명하다.

삼성과 현대차, 현대중공업그룹 등 주요 그룹의 지분을 확보, 위기의 순간마다 경영권을 방어해주는 백기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KCC는 현재 삼성생명과 함께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삼성물산 지분 8.9%를 가진 대주주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KCC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에 맞서 삼성물산의 주식을 매입했는데, 이와 관련, 서울 서초동에 있는 본사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정몽진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요청으로 삼성물산 자사주 전량을 6,700억원에 매입, 통합 삼성물산 출범에 큰 역할을 했다.

KCC2011년에 7739억 원이라는 큰 돈을 들여 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이자 당시 재계에서 “KCC가 삼성그룹으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 후에는 KCC건설이 삼성물산의 주택사업부문을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재계에 파다하게 퍼지기도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 생전, 정주영 회장의 형제 중 유일하게 건재한 집안의 어른이라는 위상 때문인지 KCC는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종합상사 등의 주식을 다량 보유, ()현대 기업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기도 했다,

특히 현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에서 장남 정기선 부사장으로의 경영승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현대중공업의 주식도 6.6%를 보유,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183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의 핵심 계열사 현대로보틱스 지분 5.1%를 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에게 매각하기도 했다.

이들 기업에 KCC의 위상은 국민연금 못지 않은 큰손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핵심 우군(友軍)인 것이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KCC‘KCC투자증권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기도 했다.

실제로 정몽진 회장의 투자실력은 한국의 워런버핏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임석정 전 한국JP모건 총괄대표와 가깝게 지내며 자문을 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확보한 실탄으로 KCC20189월에는 세계 2위의 실리콘, 석영, 세라믹 기업인 미국의 모멘티브를 사모펀드와 손잡고 3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KCC가 이렇게 삼성 및 현대관련 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자처해 온 것은 재무적 투자 측면과 더불어 실리콘 세라믹 등 소재생산 위주의 B2B기업으로서 안정적인 매출확보를 겨냥한 측면이 크게 작용해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나 현대중공업은 KCC가 생산하는 도료(페인트)의 주요 소비처다. 아울러 KCC가 모멘티브 인수로 KCC가 하이엔드 실리콘 시장에 진입함에 따라 삼성전자에 대한 소재납품 여부 또한 주목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KCC가 정상영 창업주의 사후에도 그동안의 백기사 역할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가 관심사다.

KCC의 그간 행보는 정몽진 회장의 재무적 투자와 더불어 정상영 명예회장의 범 현대기업에 대한 책임감과 더불어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친분 및 유대감도 깊이 작용했던 것이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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