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폐기물 ‘남한내 처리’ 의혹 새 불씨로, 청와대와 이낙연은 적반하장
북한 핵폐기물 ‘남한내 처리’ 의혹 새 불씨로, 청와대와 이낙연은 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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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북한 원전 추진 의혹과 관련 적반하장식의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서를 공개한 것이 일종의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 문건 공개 하나만으로 그동안 이뤄진 무수한 의혹제기는 무력화됐다는 게 청와대와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부의 ‘북한 원전 문건’ 전격 공개, 진상규명 못하고 새로운 의혹만 낳아

이런 황당한 논리의 출발점은 공개된 문건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했던 문건과 동일한 것이라는 주장에 있다. 삭제했다고 하지만 산업부 내부망에 동일 문건이 남아 있으니 ‘극비리’에 추진하려 했다거나, 은폐시도를 했다는 공세는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논리이다. 이 문건에 “미일 등 외국과 공동구성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문재인 정부가 단독으로 몰래 원전을 제공하려 했다는 비판을 반박해주는 물증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또 문건의 맨 상단에 “동 보고서는 향후 북한지역에 원전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검토 자료이며, 정부 공식입장이 아님”이라는 문구를 명기하고 있는 것도 산업부가 신속하게 문건을 공개한 이유이다. ‘정부 공식입장’이 아닌데 야당이 무리한 ‘북공 공세’를 펴고 있다는 반박이 가능해진 것이다.

나아가 북한 원전 문건 작성 시기가 2018년 5월 2일~15일 동안인데 그 내용을 2018년 4월 27일 열린 1차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 담을 수 없다는 게 정부 여당의 주장이다.

최재성은 야당이 ‘손목’ 걸면 USB 공개?...이낙연은 ‘무거운 책임’ 지라며 야당 압박

이런 논리로 무장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일 협박조의 어휘를 동원해 야당을 몰아세웠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원전은 거론되지 않았고,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SB에도 원전에 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지도자들이 거짓을 토대로 대통령을 향해 ‘이적행위’라고까지 공격했으면,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무거운 책임’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누가 봐도 해명이 아니라 공격적인 발언임은 분명하다. 대통령의 통치행위와 관련된 의혹제기에 대해서 진상이 충분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거운 책임’ 운운하는 것은 대의민주정치의 기본 틀을 뒤흔들려는 권위주의적 태도라는 지적이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도 2일 친여방송인 MBC에 출연해 “야당이 아무 근거도 없이 대통령이 말하라 하고, 이적행위라 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면서 “금도를 넘었으니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최 수석은 USB 문건의 공개와 관련해 “절대 공개해선 안 된다”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해서 검토하되 반드시 야당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 면밀히 검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자신의 표현이 모호했다고 판단했는지 “야당이 자신 있으면, 그리고 이것에 대해 무책임한 마타도어나 선거용 색깔론이 아니면 야당도 명운을 걸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러면 또 청와대에서 상응하는 책임을 걸고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국민의힘이 ‘명운’을 걸면 USB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해괴한 논리를 편 것이다. 이같은 최 수석의 발언은 야당이 손목이나 목을 건다면 청와대도 USB를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과 연관된 의혹이 제기되면 법과 상식에 따라 진상을 규명하는 게 정치적 순리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야당뿐만 아니라 다수 국민들이 관련 기사 댓글이나 SNS 등을 통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설명 없이, 야당을 겁박하는 행태를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부의 문건공개는 기존 의혹을 해명해주기는커녕 새로운 은폐 및 조작의혹을 낳고 있다.

① 3가지 대안을 세밀하게 검토한 보고서가 개인 아이디어 차원?

1일 오후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문서의 파일명은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였다. 위‧변조 방지를 위해 공개된 파일은 PDF 형식으로 변환됐다.

산업부는 이 문건을 공개하면서 “향후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하여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이고,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되었다”면서 “이 사안은 정부 정책으로 추진된 바 없으므로,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문건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만든 보고서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체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1안은 함경남도 금호지구에 한국형 원전을 건설하는 것이다. 이 지역은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업 추진 당시 북한이 원했던 곳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이 내용을 가장 설득력 있는 방안으로 꼽았다.

비무장지대(DMZ)에 수출형 신규 노형인 APR+를 도입하는 방안은 2안으로, 백지화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은 3안으로 검토됐다.

② 친환경 위해 원전 폐지한다더니, 북한 원전 폐기물을 남한 내 처리 적극 검토

북한 원전을 건설해서 가동시킬 경우 발생되는 사용후 핵연료를 한국에서 처리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도 국민정서에 배치되는 내용이다. 해당 문건은 ‘사용후 핵연료’ 항목에서 ‘북한내 처분(IAEA감시)’, ‘남한내 처분(필요시 해외위탁 재처리후)’, ‘제3국 반출 검토’ 등의 3가지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핵물질의 북한 외 반출을 요구하고 있어 풀루토늄 추출 가능성이 있는 사용후 핵연료도 북한 외 저장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라고 적어 북한내 핵폐기물 재처리 가능성을 낮게 봤다.

대신에 남한내에서 북한의 핵폐기물 처리 가능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문건은 “남한내 처분시 방폐장 건설이 선행되어야 하며, 북한 지역 사용후 핵연료의 남한내 처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 필요”라고 밝히고 있다. “프랑스 등 해외 위탁재처리시 처분량 감소 가능(약 25분의 1 수준)”이라고 적고 있다.

한마디로 북한 원전 가동시 배출되는 핵폐기물을 북한에서 재처리할 경우 핵무기 탄두로 전용될 위험이 높아 남한에서 재처리해야 한다는 논리가 담겨 있다. 그럴 경우 남한내 처분시 국민적 반대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판단, ‘국민적 합의가 필요’라는 단서 조항도 달아둔 것이다.

물론 제3국 처리방안도 거론했다. 하지만 “제 3국으로의 반출은 국제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북한의 사용후 핵연료 수용국이 있을 경우 추진 가능”이라고 모호하게 언급했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국가가 아니라면, 원전에서 쓰고 남은 핵폐기물을 반입하려고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친환경산업으로의 대전환을 명분으로 내세워 경제성이 높은 원전 폐기 정책을 강행했다. 그런데 북한에 원전을 건설해주고 그 곳에서 발생한 핵폐기물을 남한으로 가져오자는 방안을 산업부가 검토한 것이다. 북한 원전의 폐기물을 가져올 계획이라면, 남한 원전도 지속 발전시키는 게 국민의 혈세를 아끼는 방안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

③ 보고서는 공개하면서도, 신내림 서기관이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

산업부가 재판중인 상황임에도 이례적으로 ‘보고서 원문 공개’라는 초강수를 두었지만, 아직까지 신내림 서기관이 530개 파일을 삭제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따라서 북한원전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핵심의혹은 ‘왜 삭제했는지?’로 귀결되고 있다.

USB 내용에 대해 ‘원전 의혹’이 담겨져 있지 않다고 자신만만해 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마저도 ‘산업부 공무원이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컴퓨터에서 삭제한 이유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했다. 윤 의원은 "감사원의 감사가 들어왔기 때문에 아마 상당수 공무원들은 위축이 돼 있을 것"이라며 "이전 있었던 자료들은 왜 삭제됐는지 사실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반드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④ 대통령의 입모양은 ‘발전소 언급’?...김정은 2019년 신년회견서 ‘원전’ 언급?

문재인 대통령은 4•27 회담 때 김정은과 단둘이 도보다리를 걸었고 다리 한쪽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총 44분간 대화를 나눴다. 이 모습은 영상을 통해 공개됐는데, 영상에서 두 정상의 음성은 묵음(默音) 처리됐다. 하지만 전문가를 통해 두 정상의 입 모양을 분석한 결과,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발전소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도보다리에서 김정은과 단둘이 나눈 44분간의 대화내용을 가감없이 공개하는 것이 논란을 잠재우는 핵심 해결책이다. USB 내용에 대해서 ‘원전과 관련한 내용은 없다’고 단언하는 것과 같은 명쾌한 해명을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9년 신년사에서 “나라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전국가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어랑천발전소와 단천발전소를 비롯한 수력발전소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발전능력을 전망성있게 조성해나가며 도, 시, 군들에서 자기 지방의 다양한 에네르기자원을 효과적으로 개발리용하여야 합니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원전 건설 추진에 대한 약속 없이 북한 단독의 원자력 발전은 불가능하기에, 김정은 총비서가 2019년 신년사에서 원자력발전을 언급한 배경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⑤ 신내림 서기관은 청와대 관련 ‘BH보고용 파일’을 왜 삭제했나?

애당초 산업부 신내림 서기관이 삭제한 파일에는 청와대를 지칭하는 ‘BH 보고용’ 이라는 파일도 들어 있었다. SBS가 처음 공소장을 보도한 지난달 28일 저녁에는 많이 회자된 내용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부분은 사라지고 말았다.

펜앤드마이크에서는 청와대와 관련된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한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 1월 29일자 <월성 1호기 검찰 수사, 문 대통령 ‘개입’ 정조준했다> 제하 보도.

'에너지전환 보완대책 추진현황과 향후 추진일정'이라는 제목의 파일 중에는 산업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문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그 중에는 원전 폐쇄를 결정한 이사회가 열리기 20여 일 전에 이미 그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한 것도 있었다. 산업부가 2018년 5월23일 작성한 이 파일에는 ‘BH (즉 청와대) 송부’라고 제목에 명시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수원 이사회가 임박해진 6월에는 청와대 관련 문건이 7개 더 작성됐다.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문건은 청와대의 수정 요청으로 다시 작성되기도 했다. 청와대 경제수석 산하 산업정책비서관 요청 문건, 사회수석 보고 문건도 있다.

그런데 산업부가 공개한 보고서는 5월 14일에 작성된 원문 딱 한 가지에 불과하다. 1가지 보고서로 청와대와 관련된 의혹이 전부 불식됐다고 우긴다면, 납득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 기존 의혹과 함께 공개된 문건에 드러난 ‘북한 원전 폐기물 남한내 처리’의혹 등도 새롭게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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