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유시민, 김어준 앞에서 "진보 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
2013년 도망치듯 정계은퇴, '정치인' 유시민에 대한 모든 것은 허상이었다
특급 셀러브리티로 부와 명성 얻더니 文정부 선전부장 역할
유시민 사과에 어리둥절한 사람들...유시민은 어용지식인 역할에 충실했을 뿐
정치 비평 안한다고? 차라리 맡고 있는 직함에서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태도
정치발전 저해하고 젊은 세대에게 큰 해악 끼친 유시민

오세라비 객원 칼럼니스트

지식소매상에서 어용지식인으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오랫동안 대변한 명칭은 ‘지식소매상’이다. 한때 명함에까지 ‘지식소매상’이란 직함을 새길 정도였다. 알다시피 유시민은 소매보다 도매로 팔아 치울 정도로 왕성한 저술 활동을 했다. 그랬던 유시민은 문재인 정부 들어 스스로를 ‘어용지식인’으로 명명했다. 두 명칭의 공통점은 지식인을 자처한다는 데 있다.

글쎄다, 유시민은 정말 지식인일까? 필자가 늘 드는 의문이다. 지식인 반열에 오른 사람들조차 본인 입으로 “나는 지식인이다”라고 자부하는 사람을 찾는 건 쉽지 않다. 어떤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다고 해서 그 책의 저자를 지식인이라 부를 수 없다. 지식인이란 예민한 통찰력이 바탕이 된 지혜와, 장대한 학술연구, 여러 학문에 통달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내러티브 차원을 더한 사람이어야 한다.

어설픈 지식을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팔아먹거나 헛소리가 가득한 언설을 늘어놓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할 수 없다. 자칫 가짜 지식인은 대중의 지성에 침투하는 악성 바이러스와도 같다. 더구나 이런 사람이 명성을 얻고 지도자처럼 숭배까지 받는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그래서 지식인이라고 대놓고 말하는 것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사실 21세기 디지털혁명 시대에 있어 지식인이라는 것은 진부한 얘기다. 사이버 공간에서 클릭 한 번으로 온갖 지식을 섭렵하기 용이한 세상이다. 그러므로 널려있는 지식을 잘 꿰맞추는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유시민은 어쩌면 이런 방면에 특화된 인물이 아닐까 싶다. 지식소매상이라는 재주로 명성과 지적권력, 정치적 권력까지 누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랬던 유시민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본투표 직전인 2017년 5월 5일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하여 “어용지식인이 되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날 방송은 진행자 김어준을 비롯해 출연자인 유시민, 조국, 이해찬 등이 문재인 후보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한 듯 한껏 고조된 분위기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유시민은 자신의 대담 차례가 되자 “제가 진보 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라는 발언했다. 그것도 3차례에 걸쳐 “범 진보를 위해 어용지식인이 되려고요”라고 강조했다.

유시민의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발언은 필자로 하여금 유시민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결정적이었다. 물론 유시민에 대한 실망은 오래됐다. 어용지식인 발언 이후 갖가지 해석이 분분했다. 그날 방송에서 유시민은 어용지식인이 되려는 것에 대해 부연설명을 달았다. “무조건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의거해서 제대로 비판 및 옹호하겠다”고 말이다.

자신을 지식인으로 지칭하며 한 술 더 떠서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말은 오만함보다 참으로 소름끼치는 언설이었다. 필자가 정치참여나 시민사회활동을 하며 여러 인사들을 접한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최악의 발언이었다.

유시민이란 허상과 거짓 프로파간다

필자의 정치참여 궤적에 있어 유시민은 빼놓을 수 없다. 유시민이 주도해서 만든 2002년 개혁국민정당 당원부터 시작하여 정의당까지 당원이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경선 부정선거가 촉발한 2012년 5월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를 겪으며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때 진보세력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은 상태로 허울만 남은 채 정의당으로 왔으나 얼마가지 못해 필자는 정당을 완전히 떠났다. 그런 와중에 유시민이란 정치인이 안겨준 실망은 회복되기 불가능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책임 의식 실종, 지도자로서 우유부단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현란한 화술의 국면 전환술 등을 경험했다.

어쨌든, 유시민은 2013년 2월 도망치듯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이 또한 괴이쩍은 방식으로 무책임의 절정이었다. 유시민에 대한 모든 것이 허상임을 뼈아프게 깨달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후 유시민은 너무도 잘나갔다. 출판하는 책마다 베스트셀러, TV방송가에서는 특급 셀러브리티로 활약하며 부와 명성을 얻었다. 2014년에는 오랫동안 살던 고양시를 떠나 강남 고급 빌라로 거주지를 옮겼다는 풍문이 들려왔다.

앞서 말 했듯 유시민은 어용지식인을 선언했다. 진의야 어떻든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를 위한 일종의 선전부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지식인이라는 명칭에 어용을 덧붙여 지식인이란 용어가 오염되든 말든 자신을 선전도구로 삼겠다는 말이다. 유시민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후원회원 6만 명에 달하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알릴레오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물 만난 고기처럼 정치평론을 이어갔다.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사과문

그랬던 유시민이 돌연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1월 22일, 늘 그렇듯 허를 찌르는 사과 방식이다. 사과문 발표 이유는 2019년 12월 24일 유튜브 ‘알릴레오’에서 했던 발언이었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의 주거래 은행 계좌를 검찰이 들여다본 사실을 확인했다”고 확신을 하였던 것이다. 유시민은 이후 몇 차례 MBC라디오 시사프로에 나와 의혹의 당사자로 한동훈 검사장을 지목했다. 이후 한동훈 검사장이 받은 고난은 익히 알려져 있다. 무려 1년이 지난 시점에 유시민은 사과문을 통해 “의혹은 사실이 아니었다. 검찰의 모든 관계자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유시민의 사과를 어리둥절하게 받아들이는 이들이 대다수지만, 사실 필자는 별로 놀랍지 않다. 원래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내뱉은 어용지식인 역할에 충실했을 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를 누구보다 앞장서서 옹호하며 지지자들을 선동, 결집한 사람이 바로 유시민이다. 조국 부부를 검찰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핍박받는 영웅으로 선동한 사람이 누구던가. 정경심 교수가 입시비리, 증거인멸, 사모펀드 의혹으로 1심서 징역4년 선고로 법정 구속된 지금 유시민의 입장은 무엇인가.

유시민의 정치 평론 중단 선언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최근 사과문을 발표하며 덧붙여 일체 정치 현안에 대한 비평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또한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본인이 정치조직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고, 알릴레오를 진행하면서 정치 비평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차라리 맡고 있는 직함에서 물러나는 게 책임지는 태도다.

유시민은 어용지식인 선언을 하면서 비판할 것은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가 됐다. 몇 가지만 들어보겠다. 집값 상승은 미친 듯이 폭등해 역대 최고치다. 정작 유시민은 강남 고급 대형 빌라에 거주하며 시세차익 약 6억대 이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업자는 IMF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 나랏빚은 집권 4년 동안 300조 원이 늘었다. 출생아수는 역대 최저로 지난해 기준 27만 명대다. 나라 전체가 파탄, 아니 자살하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유시민은 여기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를 했으며, 단 한 가지라도 그럴싸한 정책 조언이라도 했던가.

유시민의 어용지식인 선언은 지식인들의 무덤을 만들었다. 유시민의 거짓 프로파간다는 정치발전을 저해하고 젊은 세대에게 큰 해악을 미쳤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와 유시민을 지지하는 집단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능글맞고 노회한데다 조변석개한 유시민의 돌연한 사과문에서 무슨 진정성을 느끼랴!

오세라비 객원칼럼니스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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