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도 하락세가 고착화되는 조짐이다. 여권 대선후보 군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일단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윤 총장에게서 빠진 표심이 이 지사쪽으로 이동하는 모양새이다.

윤 총장은 범야권 대선후보로 인식돼왔다. 윤 총장이 ‘거품’으로 사라진다면, 야권에서는 아직 유력 대선후보가 없다. 이는 한국 정치사에서 초유의 상황이다. 야권이 지금처럼 인물난에 시달렸던 적은 없었다.

한국정치 초유의 상황, 윤석열 거품 꺼지면 야권 유력후보 없어져

최근에 나온 2가지 여론조사 결과는 윤석열 거품론을 조기에 현실화시켜주고 있다.

우선 25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 26.2%, 윤석열 총장 14.6%,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5%의 응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같은 조사에 비해 이 지사는 2.8%포인트 오른 반면, 윤 총장과 이 대표는 각각 0.4%포인트, 2.3%포인트 떨어졌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엠브레인퍼블릭이 뉴스1의 의뢰로 지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이재명과 윤석열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차기 대통령 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재명 지사 28.7%, 윤석열 총장 14.0%,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4%를 각각 기록했다. 이 지사가 윤 총장마저도 2배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대표뿐만 아니라 윤 총장과의 격차를 오차범위 밖으로 넓혀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지사와 윤 총장간의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지지율 질문에서도 이 지사는 45.9%를 획득, 30.6%에 그친 윤 총장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가상 지지도 대결에서도 민주당이 이겼다. '내일이 대선일이라면 어느 후보에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여당 후보' 38.5%로, '야당 후보' 32.9%의 응답률을 보였다. 5.6% 포인트 차이다.

이같은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한동안 상승세를 달렸던 윤 총장 지지율은 거품처럼 꺼졌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총장의 지지율 최고치는 30.4%였다. 지난 1월 1일과 2일 양일간 YTN 의뢰로 리얼미터가 조사한 수치였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20.3%, 이낙연 민주당 대표 15.0%를 기록했다. 윤 총장이 이 대표보다 훨씬 가파르게 추락중이다. 이 지사가 치고 나가는 국면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윤석열 거품론의 진실과 미래 담긴 ‘5가지 분석’ 눈길

여론이 본래 변화무쌍하다는 점과 조사의 오차를 고려하면 윤석열 거품론은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하지만 한달여 만에 지지율이 절반이상 떨어진 것은 예사롭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윤 총장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5가지로 정리된다. 그 5가지 분석 속에 윤석열 거품론의 진실과 미래가 담겨져 있다.

① 추미애가 때릴수록 올랐던 윤석열 지지율, 추의 퇴장으로 동력 상실

윤 총장의 인기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때문에 올라갔다는 게 중론이다. 추 장관이 때릴 때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 ‘핍박받는 순교자’ 이미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에서조차 “추 장관이 때릴수록 윤 총장 인기가 커졌다”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윤 총장의 지지율이 급등할 때에는 스스로를 식물총장이라고 할 정도로 심한 압박이 있었다. 작년 10월 22일 국정감사에서 박범계 의원과 질의응답을 하던 중 "제가 한동훈 검사를 비호할 능력도 없고요. 인사권도 하나도 없는 사람입니다. 밖에서 다 식물총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제가 누구를 비호합니까? 비호가 되냐고요."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윤 총장이 스스로 식물총장이라고 규정한 이후부터 윤 총장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그러던 상황에서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박범계 의원이 지명되자, 추 장관은 사실상 무대 뒤로 퇴장했다. 그 퇴장과 동시에 ‘추·윤 갈등’이라는 언론 기사도 사라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추 장관이 물러나면서 윤 총장의 언론 노출 빈도가 줄었고, 그게 여론조사에 반영됐다”고 분석한다.

② ‘우리 검찰총장’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된 발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지금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추-윤 갈등’ 국면에서 한 발짝 물러나 방관하는 태도로 말을 아끼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이었다.

추 장관은 물론 여당 내에서 추 장관에 동조해 윤석열 때리기에 나섰던 모든 ‘추 라인’에게는 엄청난 타격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윤 총장을 끌어안은 문 대통령의 발언은 ‘미리 의도된’ 발언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추-윤 갈등’을 통해서 윤 총장을 때릴수록 윤 총장의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것을 학습한 것이다. 따라서 윤 총장을 때리지 않고 포용하기로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게다가 공수처의 출범과 함께 윤석열 총장의 입지가 좁아지면 ‘언론의 보도도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1월 들면서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도 윤 총장에 대한 언급이나 보도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웃 오브 사이트, 아웃 오브 마인드'라는 말처럼,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아지면서 지지율도 하락하는 양상이다.

③ 국민에게 봉사? 권력의지 불태운 적 없는 윤석열

윤 총장은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3강 체제를 구축했지만, 스스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권력의지를 드러낸 적이 없다는 의미이다. 역대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쥔 인물은 어떤 역경이 닥쳐도, 권력에 대한 타오르는 집착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거취에 대한 질문에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그 방법을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답한 게 전부이다.

정치권에선 이 발언을 두고 ‘정치할 뜻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검찰총장의 중립성 위반이라는 빌미로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무원 신분인 윤 총장이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는 없기에, 윤 총장의 애매모호한 입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윤 총장의 이런 애매한 상황 때문에 국민들은 그의 정치 입문 여부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 16~17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걸로 본다는 답은 33.9%,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답은 45.9%였다.

결국 야권 주자 중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제3의 후보 또는 새로운 인물로 윤 총장이 부각되었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과거의 반기문 현상 또는 안철수 현상처럼, 제3지대에서 바람을 일으켰던 인사들이 결국 대선 문턱에서 꿈을 접었던 기억이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는 의미이다.

④ 윤석열은 정치할 사람 아니라는 법조계의 평가

윤 총장을 잘 아는 검찰 안팎의 전현직 검찰 고위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윤 총장은 정치를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직 한 검찰총장은 "윤 총장의 성격이 정치에 맞지 않다. 정치를 하려면 있어도 없는 척, 없어도 있는 척. 화나도 안 나는 척해야 되는데 윤 총장은 절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있으면 있고 없으면 없고, 화나면 화내는 사람, 그런 사람이다" 라고 평가를 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윤석열 총장의 성격상, 정치와는 잘 맞지 않을 거라고 본다. 윤 총장이 임기를 다 채울 걸로 보는데 임기를 중간에 그만두고 나가면 본인이 그동안 강조해 왔던 정치적 중립이나 검찰의 독립이 사실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망하면서 “윤 총장이 정치를 하기로 결단한다면, 그동안에 해 왔던 게 결국 정치적인 행동이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의 이런 입장이 알게 모르게 국민들에게도 전해졌다고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추-윤갈등’이 해소되면서 자연스레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낮아졌다고 평가되는 상황이다.

⑤ ARS에서만 반응하는 ‘샤이 윤석열’, 전화면접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엠브레인퍼블릭의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로 100% 전화면접조사로 실시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역시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윤 총장은 자동응답 방식(ARS)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 지사는 전화면접(CATI) 방식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초에 실시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도 조사 방식에 따라 선두가 엇갈리는 결과가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1월 2일까지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에서 진행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9개를 분석한 결과 이재명 경기지사는 6개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3개 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했다. 이 지사가 우위를 보인 6곳의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으로 실시되었다. 윤총장이 우위를 보인 3곳의 여론조사는 ARS 혹은 두 방식이 혼용된 조사였다.

윤 총장이 유독 ARS 조사 방식에서 강세를 보이는 것은 보수성향을 드러내기 꺼려하는 '샤이 요인(Shy factor)'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신의 평판 등 여러가지 이유에서 공개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히기 주저하는 '샤이 윤석열'층이 자동응답인 ARS 조사에서는 비교적 솔직하게 윤 총장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리얼미터 배철호 수석전문위원은 “조사 방법의 차이가 응답자들의 속내를 끌어내는 데 영향을 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동응답에서는 자기 기입식이다 보니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지만, 전화면접 방식에서는 소수 의견이나 불편한 속내를 밝히길 꺼려한다. 이를 샤이 요인이라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윤 총장에 대한 지지율은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로 보는 시각도 건재하다. 더욱이 박범계 법무부장관 지명자가 검찰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윤 총장의 지지율은 때리면 때릴수록 올라가지 않는가.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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