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북한은 이미 6자회담 복귀에 관심 없다고 밝혀...”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연합뉴스)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으로 지명된 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명자가 26일(현지시간) 미 상원의 인준을 받았다. 북한 문제 등에서 동맹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 조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 6자회담 같은 다자협상의 틀을 새로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이날 상원은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 78표, 반대 22표로 블링컨 장관의 인준 동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블링컨 장관은 미국의 71대 국무장관이 됐으며, 이날 오후 취임 선서를 하고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블링컨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상원 외교위원장 시절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대선 기간 동안에는 바이든 후보의 외교정책 자문을 총괄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외교에 있어서는 동맹국과의 공조를 비롯한 전통적인 방식을 중시하며, 북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외교와 동맹을 통한 접근법 등을 주장해왔다.

지난 19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그는 “북한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법과 정책을 검토해야한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할 의향이 있다”며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들은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어떤 선택지들이 있는지, 북한을 대회의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서 압박을 증가시키는 것이 효과적인지, 다른 외교적 방안이 가능할지 여부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작업은 동맹과 협력국 특히 한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모든 방안들을 검토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VOA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당국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6자회담 등 과거에 비핵화 협상 방식에 대한 분석과 논의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북 양자 협상과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을 지양하고 주변국과의 공조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앞서 시드니 사일러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관은 지난 22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화상 토론회에서 “6자회담 같은 다자적 방식이 북한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는 “북한이 (대화 제의에) 반응하면서 미국 측과 만나 핵 프로그램과 최종적으로는 제재 완화와 관계 정상화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미 6자회담 복귀에 관심이 없다고 밝힌 북한이 미국 이외에 누구와도 마주앉지 않으려고 하면 다른 방식을 설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6자회담은 2005년 9.19공동성명을 도출하는 등 성공 사례가 있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모두 북한문제에 이해가 걸려있는 만큼 대화가 재개된다면 6자회담과 같은 다자적 접근으로 점차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미국과의 양자회담만을 원하고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도 미국의 회담 주도 역할을 받아들인다면 당사국들의 견해가 반영되고 개방성과 투명성이 보장되는 한 양자회담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에 참여했던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VOA에 “미북 양자협상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6자회담을 해도 실질적인 협상은 별도의 미북 회동을 통해 양자 간 이뤄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향후 협상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제한과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형태가 될 것이고 미국은 이에 대한 새로운 조건을 들고 나갈 것이기 때문에 제재완화와 핵 프로그램 제한 수준, 검증과 이행 절차 등에 대한 합의는 미북 양국의 몫”이라고 했다.

백악관 특별보좌관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미국 측 수석협상가를 거치며 북한당국과 활발히 접촉했던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어떤 형식을 갖추던 북한과의 협상은 결국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며 “정권의 속성상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역량을 포기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VOA는 전했다.

리스 전 실장은 “회담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회담은 주요 동맹인 한국, 일본과의 공고한 관계를 유지하는 조치로서의 가치만 있다”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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