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칼럼] 북한 제8차 당대회의 키워드는 ‘핵무력 적화통일’
[김태우 칼럼] 북한 제8차 당대회의 키워드는 ‘핵무력 적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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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제8차 당대회와 열병식서 '핵무력 고도화' '무력 적화통일' 선포
당규약엔 "강력한 국방력으로 조국통일 역사적 위업 앞당길 것" 적시...'무력 전화통일' 공식 천명
그러나 한국의 여야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무대응 혹은 '국내용'이라며 진실 외면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북한의 조선노동당 제8차 당대회가 끝났다. ‘당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일이 건국일보다 더 중요한 국경일이며, 조선노동당의 당대회는 당의 최고 의결기구이자 국가 최고의결 기구이다. 당대회는 전국 규모의 큰 행사이기 때문에 1945년 이래 지금까지 모두 여덟 차례만 열렸고, 그 사이에 보다 적은 인원이 참가하는 당대표자회가 네 차례 개최되었다. 이번 제8차 당대회는 7천여 명의 대의원과 참관인이 참가한 가운데 1월 5일에 개막되어 사업총화보고서 채택, 당규약 개정, 당조직 개편 등의 일정을 소화한 후 12일 폐막되었다. 14일에 열린 열병식까지 포함하면 장장 열흘에 걸친 행사였다.

이번 당대회는 최대 규모와 최장기간 개최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한국에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와 ‘무력 적화통일’ 전략을 대외적으로 선포했다는 사실이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국제적 고립, 경제난 등 북한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본다면 북한의 이같은 행보는 대단한 광기(狂氣)임에 틀림이 없지만, 어쨌든 이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확실한 ‘포식자-피식자(predator-prey)’ 관계로 전락시키겠다는 결기를 내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정치권의 인식은 사태의 중대성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다. 정부는 경고성 성명을 내기는커녕 ‘3년전 봄날에 젖은’ 대북제안들을 내놓았고 군은 침묵했다. 여야는 안보수호 결의문 채택 같은 것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여전히 집권연장과 보궐선거에 매몰되어 있다. 정치화된 방송의 생리를 잘 아는 영리한(?) 전문가들은 ‘대내용’이라는 전제부터 깔았다. 후세에게 어떤 남북관계를 물려주게 될지 걱정스럽다.

‘핵무력 고도화’와 ‘무력 적화통일’ 천명

당대회는 경제 부분 성과가 크게 미흡했음을 실토한 김정은 위원장의 경제 반성으로 시작되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비서국을 정무국으로 개칭한 것을 다시 비서국으로 되돌리는 당조직 개편이 있었고, 김정은은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당중앙위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던 김여정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지만, 그 때문에 그의 대남 악담은 더 날카로워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북한이 국가전략총사령부에 해당하는 노동당 당대회를 통해 핵무력을 고도화하여 대한민국을 노예로 만들고 무력으로 적화통일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사소한 이슈들이다.

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진전을 위한 주요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전례없이 강한 톤으로 ‘강력한 국방력’을 강조했고 대단히 구체적으로 핵무기 게발 계획을 발표했다. '핵무기 전술무기화,' '핵무력 건설 대업 완성,' '완전무결 핵방패,' '핵무력 고도화 투쟁' 등 핵 관련 발언을 36회나 쏟아내면서 '비핵화'는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실을 전격 공개했고, 사거리 15,000km 대륙간탄도탄(ICBM)의 정확성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10일 열병식에 등장시킨 세계 최대 크기 ICBM의 명중률을 높이고 고체연료 개발과 다탄두화도 시도하겠다는 의미다. 실전사용 핵무기와 극초음속무기를 개발하겠다고도 했다. 14일 밤 엄동설한 속에서 개최된 열병식에서는 새로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를 선보였다. 초대형방사포, 변칙 기동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개량형(KN-23), 신형 지대지 순항미사일 등도 등장시켰다. ICBM, 핵추진 잠수함, SLBM 등은 핵보유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미국을 겁박하겠다는 의도다. 북한의 대미협상 목표가 ‘보상을 받고 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양보를 하되 핵보유 자체는 인정받으면서 대북제재를 해체하고 미국과 핵국대 핵국으로서의 정상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임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전술핵, 변칙기동 탄도미사일, 초대형방사포, 극초음속 무기 등은 한국내 미사일방어체계(KAMD를 무력화시키는 공격무기로 한국과 주한미군을 직접 위협하여 한미동맹을 형해화시키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강력한 국방력으로 조국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앞당길 것”이라는 내용을 당규약에 포함시키는 당규약 개정도 이루어졌다. 이는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천명하지 않았던 공세적인 통일전략을 전격 공개한 것으로서 한국으로서는 매우 심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기존의 당규약은 “공화국 북반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 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수행하는 것”을 당의 목표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의 식민지인 남조선을 해방시켜서 남북 간 연방제 통일에 합의한 후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통일국가로 만들겠다는 ‘남조선 혁명전략’을 천명한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이번 당대회에서 ‘무력 적화통일’을 추가한 것이다. 즉, 헌법보다 상위규범인 당규약이 명시한 ‘주체통일’에 ‘무력통일’ 목표를 추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을 향해서 “우리의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남조선을 상대하겠다”고 했고, 미국을 향해서도 “강대강 선대선으로 상대하겠다”고 표효(?)했다. 이렇듯 북한이 메시지와 행동으로 결기를 다지고 위협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데도 한국의 공직자, 정치인, 전문가들은 이를 ‘대내용일 것’ ‘더 담대한 대화를 원하는 것’ 등의 선의(善意)를 입혀주는데 여념이 없었다.

남북관계는 정론(正論)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확고한 안보 위에 화해협력을 추구한다.” 이는 대치하는 두 국가 간에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진리이자 정론이다. 남북한 간에도 그렇다. 한국의 대북 기조는 “안보와 화해협력은 함께 굴러가야 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라는 정론에 입각해야 한다. 즉 부단히 남북화해를 추구하더라도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안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의 제8차 당대회에 즈음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군과 언론의 대처는 이런 정론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한국이 정론을 준수하는 나라라면, 정부는 북한의 '무력 공산통일' 선언에 대해 유화 일변도의 자세를 잠시 보류하고서라도 헌법 제4조가 명시한 '자유민주 평화통일' 의지의 재확인으로 맞대응을 했어야 했고, 정치권은 정쟁을 멈추고 안보수호 결의부터 다짐했어야 했다. 군은 북한의 ‘핵무력 고도화’ 선언에 항의하고 강군육성, 대응무기 개발, 핵억제 체제 구축, 동맹결속 등 북핵 위협으로 국민을 지킬 군사적 조치들을 강구해나가야 한다. 북한이 ‘핵무력을 앞세운 적화통일’을 공공연하게 위협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저들이 훈육자가 피훈육자를 꾸중하는듯한 비외교적 언행을 일삼는데도 저자세와 양보로 일관하는 것은 정론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며 상호호혜적·생산적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길도 아니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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