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는 전염병 아닌 암세포…그걸 키운 건 결국 우리
-반역소설 『태백산맥』이야말로 주사파를 키워낸 자궁
-김정은의 ‘속임수 비핵화’에 눈 감는 결국은 그 맥락
-지금 온 나라가 ‘웰컴 투 동막골’의 거대한 세트장 꼴

조우석 객원칼럼니스트(KBS 이사)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

박헌영과 남로당에 빙의된 사람들<2>

지금의 국가위기는 주사파 때문이며, 평양 붕괴 뒤 상황은 극적으로 개선될 거라고 믿는 순진한 이들이 적지 않다. 주사파가 전염병이라고 보는 셈인데, 그게 맹점이다. 주사파란 암세포 덩이는 우리 몸에서 자라났으며 그걸 30년 방치하거나 키워온 한국인 다수가 주사파란 사교(邪敎)를 알게 모르게 내면화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왜 외면하려 하는가?

그걸 살펴야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데, 문재인 정부 1년 만에 나라가 이 지경인 것도 결국 그 탓이다. 지금 당신의 악몽은 뭔가?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른바 연방제 국가가 선포되고 남북의 환호 속에 대한민국 문을 닫는 위기야말로 악몽의 하나일텐데, 이런 역시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집권세력이 평화-민족공조 간판 아래 남북회담이란 희대의 도박에 몰입하는데도 70%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단적인 증거 아니겠는가? 북한의 속임수 비핵화에 눈감은 지금의 분위기란 온 나라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거대한 세트장 꼴이다. 우리가 김정은의 도우미를 자청해 미국과 세계를 헷갈리게 만드는 이 놀라운 상황인데, 그래서 우리가 뭘 얻었지?

다 죽어가던 김정은을 일으켜 세워 국제무대 스타로 데뷔시켰다. 북핵 방어무기 사드조차 배치 못했고 연방제 실시, 미군 철수가 현실화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은 드디어 수상한 나라 대한민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위기는 거듭되고 있으며, 한반도 진실이 미뤄진 것이다.

분명한 건 지금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체제 수호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잃었다. 주사파 오염이 그만큼 치명적이다. 이게 어제 오늘이 아니고 87년 좌우합작 체제 이후의 모순이 대폭발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지난 칼럼 ‘박헌영과 남로당에 빙의된 사람들<1>’에서 미군철수 발언을 했던 문정인을 비롯해 임동원-정세현을 지목했지만 그들이 전부일 리 없다.

박헌영에 빙의된 자들의 범주에 주사파 암세포를 키워온 평균적 한국인 상당수를 포함시켜야 옳다. 얼빠진 그들 정신상태의 전체 모습을 온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박헌영 빙의의 원조를 찾아내야 하는데, 첫 글의 예고대로 대하소설 <태백산맥>(전10권)의 조정래가 그 사람이다.

89년 완간된 이 소설은 “문학의 옷을 걸친 반역소설”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국민은 출판사상 유례없는 통권 1000만 부를 팔아줘 작가를 돈방석에 올려놓았고, 소설엔 최고의 작품이란 왕관을 씌워줬다. 한국인 모두가 미쳐도 단단히 미친 셈이다. 바보가 아니면 알아챌 <태백산맥>의 실체를 놔두고 우린 그동안 거대한 오해와 정신착란을 반복했다.

분명히 밝히지만 그 소설은 한국사회가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소설에 공산주의자로 등장하는 등장인물 염상진, 하대치 등의 발언-신념이 그렇고, 이 작품의 지향점도 그렇지만, 빨치산 혁명놀음에 대한 조정래 자신의 저 미친 신념을 한 번 들어보시라. 통진당 이석기보다 한 수 위다.

“그래서 혁명적 낭만성이라는 말도 있는 것 아닙니까? 붉게 타는 노을을 바라보며 혁명의지를 재충전하는 그들(공산주의자) 모습을 (<태백산맥>에서) 그려냄으로써 그들이 인간을 위한 혁명에 나섰다는 것을 그대로 표현해내려고 애썼던 것입니다.”(1991년 조정래의 좌담회 발언)
때문에 “미국놈 몰아내고 조선민족의 꿈을 위해 최종결전하자”고 선동했던 이석기는 <태백산맥>에서 튀어나온 인물이 맞다. 이석기를 포함한 386세대, 그보다 윗세대인 문정인까지 몽땅 그 꼴이다. 주사파와 <태백산맥> 사이의 선형적 인과관계를 증명할 순 없지만, 문학작품이 주는 파괴적인 영향력과 낙진(落塵)효과가 그토록 무시무시하고 전방위적이다.

조정래 자신이 박헌영에 빙의됐다는 판단은 오버가 아니다. 그의 김일성 찬가가 그걸 증명해준다. 이 대목은 이 소설의 이적성(利敵性)여부를 검토했던 검찰도 고민했던 대목이다. 1994년 8개 우파단체는 검찰에 이 작가와 작품을 고발했는데, 김일성 숭배에 따른 이적성 여부가 관건이었다. 사실 <태백산맥> 10권은 박헌영을 숙청한 김일성을 대놓고 미화한다.

즉 박헌영이 김일성을 위해 처형의 길을 자진해 선택한다는 황당한 내용이야말로 조정래의 정신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등장인물 김범우가 “이 결정(박헌영 숙청)은 당의 장래를 위한 것이며, 또한 원대한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준엄한 역사 선택인 것이오.”라고 말하는 게 문제의 대목이다.

기억하시는가? 그게 지난 칼럼에서 전체주의를 고발한 A 쾨슬러의 고전 <한낮의 어둠>과 어찌 그리 똑 같은지! 자신을 반역죄로 몰아 죽이려는 공산당 앞에 주인공 류바쇼프는 “당을 찬양하는 게 혁명의 대의를 위한 마지막 봉사”라며 기꺼이 자신의 눈을 감지 않던가? 그래저래 <태백산맥>은 전체주의 악령에 사로잡힌 전형적인 작품이 맞다.

더 놀라운 건 거의 모든 문학평론가-교수가 이 소설 앞에 아부한 점이다. 그들은 <태백산맥>의 이적성을 부인하는데 입을 모았다. 당시 서울대 교수 권영민은 “작품에 대한 판단은 미학적이어야만 한다”면서 국가보안법을 조롱했다. 초대 문화부 장관 이어령도 그랬다. “<태백산맥>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쓰여진 <신판 홍길동전>이다”고 뻥을 쳤다.

그가 검찰에 제출한 주무장관의 의견서가 그 따위였다. 그 결과 11년 동안 이 작품의 이적성 여부를 수사하던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2005년 검찰이 <태백산맥> 무혐의 결정을 내리는데, 그 순간 대한민국 국가 붕괴가 사실상 시작됐다고 나는 본다.

그게 과장이 아닌 게 <태백산맥>의 폐해는 방사능 낙진보다 심하기 때문이다. 그건 이 나라 국민 5000만에 가해진 공산주의 테러이고, 박헌영 빙의를 강요한 피폭(被爆)에 다름이 아니다. 이 명백한 진실을 가려온 헛똑똑이 지식인과 국민에게 나는 도무지 할 말이 없다. 다만 “천하가 흥하고 망하는 데는 필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명나라 고염무의 말을 전한다.

<태백산맥>을 읽고 흥분했던 예전의 당신, 문학작품을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떠들어온 지금 당신들의 몽유병자 같은 신념이 문제이며, 그런 사실상의 반역행위가 지금의 국가위기를 부채질했다는 뜻이다. 즉 내 글은 어차피 구제 불능인 조정래-문정인 부류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다만 지금 국가위기 국면에서 이 나라 국민들이 주사파 오염의 찌꺼기를 떨쳐내고 대각성하라는 권유다. 그런 과정 없이 이 나라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또 하나, 혹시 누가 법적 평가가 끝난 작품을 왜 들먹이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법적 평가와 달리 문학적 평가, 정치사회적 평가는 백 번 새롭게 시도되어야 마땅하다. 아직 대한민국의 문이 완전히 닫힌 건 아니지 않은가?

조우석 객원 칼럼니스트(KBS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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